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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기쁨과 슬픔의 디졸브, ‘어느 멋진 아침’
“아빠, 새 좀 봐요.” 새로운 요양 병원으로 아버지를 모셔온 산드라(레아 세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말한다. 귀여운 새들이 새장 안에 있다. 이 대수롭지 않은 장면에서 쓸쓸함이 묻어나는 이유는 (철창 안에서만 날아다닐 수 있는 새들을 통해) 시종 이동하더라도 그 이동의 굴레 자체에 갇혀 있을 삶을 무심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내내 보는 산드라의
글: 이보라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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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잠과 청결, ‘잠’
<잠>은 꽤나 근사하게 만들어진 한국영화다. 이 영화에 대한 주된 긍정적 평가는 영화가 깔끔하다는 것이다. 스릴러, 공포, 오컬트, 코미디와 같은 장르의 클리셰를 활용하면서도 지저분하게 뒤섞지 않았다는 것은 영화의 성취를 설명하는 정확한 진술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는 것만큼이나 의심에 말을 거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비록 그 절차가 다소
글: 김예솔비 │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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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한 남자’, 누군가의 뒷모습을 본다는 것
히라노 게이이치로의 소설 <한 남자>를 읽고 남긴 독서 메모를 보니, “다소 설명적이고 논평적”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 문구 때문이었을까? 이시카와 게이 감독의 <한 남자>는 소설과 전혀 다른 질감의 영화로 다가왔다. 원작 소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소설의 사변적 설명을 이토록 매력적인 ‘영화적 행간’으로 연출하는 데 성공한
글: 안시환 │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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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두번의 추락에 대하여,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불가능에 도전한다. 영화는 스탈린의 ‘피의 대숙청’ 시기라 불리는 1938년을 배경으로 한다. 반역 세력을 색출해 처형하는 일을 진행하는 비밀경찰 조직 엔카베데(NKVD) 소속 볼코노고프 대위(유리 보리소프)는 자신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자 피해자 유가족들을 방문한다. 가해자인 그가 과연 피해자로부터
글: 오진우 │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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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카메라 너머의 얼굴들, ‘보호자’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한 사람에게 시련을 안기면 드라마가 되고 집단에 재앙을 내리면 재난영화가 된다. 영화의 내러티브가 인물에게 위기를 주어 그들의 선택을 지켜보게 하는 동안에 어떤 카메라는 그 얼굴을 주시한다. 두편의 한국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보호자>를 연이어 보고 하나의 글에서 다루기로 한 이유는 많은 점이 상이한 두 영화에서 도드라진 공통점
글: 유선아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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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더 문’의 빈틈이 던지는 질문
<더 문>이 비평적으로나 흥행적으로나 지지부진한 이유는 영화를 감싼 가족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 뉘앙스 때문이다. 실제로 비판이 무색할 정도로 거친 보수적 정서가 영화를 두르고 있다. 이 영화를 ‘국뽕영화’라고 정리하고 넘어가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한데 <더 문>은 거시적 이념으로 환원되지 않는 모호한 균열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글: 김신 │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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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구조를 겨냥했으나 해결하고자 하지 않는, ‘악귀’
<악귀>의 주인공은 구산영(김태리)이다. 그는 가장 많은 러닝타임을 부여받으며 서사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 산영이 과연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본다면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산영이 가난에서 자유로워지고 싶고,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으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글: 이승한 │
2023-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