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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커터칼을 금지하라
나이프 마니아인 친구가 있었다. 체격은 작지만 험악하게 생긴 청년이 허름한 아저씨 점퍼를 입고 인사동과 황학동을 돌며 칼날을 살피고 있노라면 상인들은 저런 인간에게 칼을 팔아도 되는가, 돈 몇푼에 양심을 넘기는 거 아닌가, 고뇌하는 얼굴이 되곤 했다. 착하게 생긴 내가 거들어야 할 것 같았다. “아유, 아저씨, 괜찮아요. 이런 쪼끄만 칼로 사람 죽일 것도
글: 김정원 │
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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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복종만이 살길
우리 사장은 엄청나게 좋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회사에 다닌 적이 있다. (물론 예감은 불길했다. 무슨 좋은 사장이 등산복을 차려입고 너희는 일해라 나는 이따 놀러간다는 자세로 출근을 한단 말인가.) 몇주 뒤, 사표를 냈다는 동료가 고백했다, 사실 우린 전부 노비야. (몰랐던 사실도 아니지만.)
30대 후반이었던 그녀는 미국 사는 사장 친척이 서울에 왔
글: 김정원 │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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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잘생긴 총각, 카드는 안 받아?
전셋돈 급등의 암운이 드리운 2014년 서울, 지인의 대학 동기가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직업은 있지만 소득은 없는 예술가다. 그런데 어떻게? 그 아파트는 지방에서 일하는 그의 애인이 사둔 집이었다. “그럼 결혼하나?” “여자는 그렇게 알고 있지.” 그렇다는 건…. “여자가 눈치채고 쫓아낼 때까지 버틸 거래.” 그는 그 대학 전설의
글: 김정원 │
201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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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강해지고 싶나? 천천히 들어와봐
보름달이 밝은 밤이었다. 정자에 앉아 달을 보며 손수 빚은 술을 마시자고 산기슭에 모인 무도인들은 내가 신은 앵클부츠를 보더니 난색을 표했다. “힘드실 텐데….” “동네 등산로 정도는 괜찮아요.” “그게… 길이 없거든요.” 이보시오, 무도를 걷는 이들은 도(道)가 아니면 검을 뽑지 않으며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 거 아니었소. 그날 밤 나무뿌리와 덤불에 걸
글: 김정원 │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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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너 납치범이야? 나 리암 니슨이야!
옛날 옛적 어느 작은 동네에 돈이 필요했지만 나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살았어요. 고심 끝에 그 사람은 이웃이 키우는 개를 훔치기로 결심했답니다. 뭐, 그것도 일종의 납치이긴 하지만, 옆집 애를 훔치는 것보단 낫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은 어둠을 틈타 이웃 마당에 잠입하여… 잠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다고요? 이건 영화 <개를 훔치는
글: 김정원 │
201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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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땅콩이 먹고 싶어졌어
스물한살에 처음 비행기를 탔다. 학교에서 지원금이 나온 제주도 답사 덕분이었는데 가슴이 두근거려 뜬눈으로 밤을 새웠지만 비행기 안에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 시절에도 일찍이 해외여행 갔다온 관록을 과시하던 강남 후배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누나, 비행기 타면 오렌지 주스가 나오는데 자는 사람한테는 안 줘요.” 그래서 나는 졸린 눈을 부릅뜨고 기다
글: 김정원 │
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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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산타는 고뇌한다, 침대에 퍼져서
몇년 전 12월25일에 친구가 결혼했다. 자식, 여전하구나, 여전히 이기적이야. 전날의 숙취로 벌게진 눈을 하고 간신히 기어나온 우리는 자기 생일(12월23일이다)에다가 크리스마스와 결혼기념일까지 한방에 해결한 운 좋은 놈을 욕하면서 갈비탕을 먹었다. 그리고 곧바로 쓰린 속을 부여잡고 집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그 자식, 뒤풀이 비용도 아꼈어.
글: 김정원 │
2014-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