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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말(言)의 행로
<우리 선희>에 대해 “이번에 미친 짓 중 하나는 노래를 통째로 넣는 것”이라는 홍상수 감독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특집 ‘홍상수의 첫 경험’, <씨네21> 921호). 영화 안의 음악으로 세번 나오는 <고향>은 이미 알려졌듯, 1941년에 발표된 가수 이난영의 노래를 최은진이 다시 부른 곡이다. 그의 어떤
글: 남다은 │
201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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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품었던 생각을 끊어버리다
봉준호의 <설국열차>를 처음 봤을 때 봉준호만은 앞으로 한국에서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프로덕션 규모와 프로덕션 시스템의 가위에 눌려 봉준호가 자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고 악전고투한 흔적을, 주관적이지만, 느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커티스가 윌포드를 만나는 대단원의 장면에서 윌포드를 연기하는 에드 해리스는 내가 본 어떤 영화에
글: 김영진 │
201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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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인생무상의 멜로드라마
무술인 엽문을 소재로 한 왕가위의 영화 <일대종사>에서 엽문의 아내 장영성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불산의 비 오는 어느 밤이다. 엽문과 장영성이 헤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1953년 대륙의 국경은 막혔고 엽문은 홍콩 신분증을 갖게 됐다”는 후반부의 자막 이후 고독한 상념에 빠진 엽문이 그의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므로
글: 정한석 │
20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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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두 이야기는 결국 만나지 못했는데
<설국열차>에서 남궁민수(송강호)가 등장하는 순간은 예상과 달리 영화의 첫 번째 클라이맥스가 지나간 뒤다.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와 꼬리칸 반란자들이 꼬리칸을 탈출하며 이 영화에서 가장 역동적인 질주의 쾌감을 불러일으킨 다음, 열차의 감옥에 이르러 마침내 남궁민수의 정체가 드러난다. 반란 지도자 커티스와 비밀스러운 열차의 열쇠가 되어줄 남궁민수가
글: 남다은 │
201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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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봉준호 바깥의 봉준호?
보안 전문가 남궁민수(송강호)와 반란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마침내 설국열차의 지배자 윌포드(에드 해리스)와 기차의 엔진이 거처한 최전방 칸의 문 앞에 이르렀다. 커티스는 자신의 치욕스런 과거를 고백하고 참회한 뒤, 남궁민수에게 빨리 마지막 문을 열라고 재촉한다. 남궁민수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다른) 문을 열고 싶어. (열차의 벽면에 난
글: 허문영 │
201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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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실패자들 그래서 더 긍정할 수 있는
폴 토머스 앤더슨의 <마스터>를 보고 굉장하다는 생각이 든 건 미국 현대사의 이면을 자기만의 독법으로 파고드는 이 내공 깊은 감독이 내리는 결론이 내게는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와킨 피닉스가 연기한 주인공 프레디, 누가 봐도 정신병자이거나 정신병자가 될 가능성이 짙은 남자를 감독이 긍정하는 것으로 봤다. 이는 프레디의 마스터였던 랭카스터(필
글: 김영진 │
201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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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이건 영화인가? 아니 이건 영화라네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석유 시추업자 대니얼 플레인뷰(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인생 노년은 아수라장이다. 그는 대저택을 지녔지만 그 안에서 외롭고 포악한 늙은이로 살고 있으며 오랫동안 키워온 양아들과도 방금 악담을 퍼부으며 서로 돌아섰다. 때마침 영화 내내 경쟁자였고 눈엣가시였던 젊은 사이비 기독교 교주 일라이(폴 다노)가
글: 정한석 │
201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