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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아름다운,아름다운 육체의 늙음이여!<용형호제2>
안녕하세요? <씨네21>의 ‘인기필자’ 김은형의 친구 김소희입니다(독자께서는 그녀의 글에 온갖 기상천외한 몰골로 등장하는 “내 친구” 역을 기억하시지요?)
김은형은 제 영화 컨설턴트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저를 끌고 시사회장에 다니는 이유는 순전히 혼자 가기 심심하거나 중간에 졸았을 때 줄거리를 끼워맞추기 위해서지만, 저는 꿋꿋이 따라갑니다.
200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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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기억의 폐허 위에서, <파리,텍사스>
정말로 내가 좋아한 책은 되도록 다시 읽지 않는다. 무영탑의 그림자와 같이 드리워진 감상이 말짱해질까 두려워서다. 고교 때 재미있게 읽었던 책 가운데 서머싯 몸의 <달과 6 펜스>가 있다. 처음으로 읽은 영어로 된 책이기도 했다. 방황의 시절에 하나를 이미 발견하고 만사불구 그 길을 가는 것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고갱의 삶이 모델인 이 소설을
200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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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지붕 아래의 생각, <지붕 위의 바이올린>
어릴 때는 아무런 정보도 지식도 없이 무작정 영화를 봤다.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내 방식대로 받아들인 그 영화들은, 기억의 저편으로 소멸하지 않고 마치 항체처럼 내 안에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다. 이제는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영화. 인상적인 장면조차 그뒤 본 수많은 영화 속 장면들과 뒤섞여 가물거
200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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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나도 저런 거 만들고 말 테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나는 지난해 여름 극장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서 그동안 내 안에 감추어져 있던 새로운 바람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건 ‘나도 저런 거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단순한 또는 원대한 포부….
아주 오래 전부터 미미하게 나에게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은 배우들이 나오는 극장용 극영화를 한편 만들어 보
200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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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머, 아홉번 봤다꼬? 제정신이가? <사운드 오브 뮤직>
등장인물 - 큰누나(1955년생), 나(1966년생)
1977년 겨울 부산의 남포동 극장 거리. 낮.
큰누나. “안 되겠다. 사람이 너무 많다.” 나. “표가 없나?” 큰누나. “그래. 딴 거 보자.” 나. “딴 거 뭐?” 큰누나. “부산극장에 <타워링> 하네.” 나. “어떤 영환데?” 큰누나. “불구경하는 영화다.” 나. “엊그제 옆집
200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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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우린 이런 거 언제 쓸까?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이해영과 이해준, 늦은 밤 작업실에서 깡통맥주에 천하장사를 안주로 수다를 떨다.)
(준) 대관절 어떤 영화가 ‘인생의 영화’씩이나 될 수 있는 거야? (영) 어릴 때 아버지 손 붙잡고 본 첫 영화라든지 극장 개구멍으로 들어가서 봤다든지 뭐 그딴 식의 아련한 추억이 묻어 있어야 ‘인생의 영화’쯤 되는 거 아냐?
(준) 난 아버지하고 안 친했는데….
200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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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희망의 술잔을 기울이며, <상계동 올림픽>
지루한 일상 속에서 술로 일탈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꼭 술 깨는 오후엔 따뜻한 햇볕에 몸을 데우면서 생각에 빠져드는 것을 즐긴다(물론 대부분은 수분 섭취와 잠을 자지만).
지나간 일기장을 뒤지듯 마음속으로 낙서를 하면서 지나간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려본다. 그러다가 얼굴이 벌게지는 일이라도 생각나면 이내 이불 속으로 숨어버리지만 기분 좋은 일이나 가슴 뭉
200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