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 (이제) 여기엔 곰이 없습니다
‘숲속에 들어가 토끼를 잡는 법’에 관한 재미난 만평이 있다. 4시간의 수색을 마치고 나온 CIA는 “모든 정보원들이 수풀 하나하나 돌 구석까지 샅샅이 정밀수색한 결과 토끼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습니다”고 결론짓는다. FBI는 24시간이 지난 뒤 “토끼는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멀리 가지 못했을 겁니다”라고 발표한다. 마지막으로 KGB는 20분 만에 만신창이
글: 송경원 │
2024-01-19
-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고, 이야기는 반복된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야기를 향한 멈출 수 없는 욕망은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죽음마저 미룰 정도로 강력하기에, 오래전부터 이야기에 중독된 인류는 ‘다음 이야기’를 발굴할 갖가지 수단을 발명해왔다. 이러한 욕망을 실로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구현한 모델 중 하나가 바로 속편이다. 반복되는 패턴이 주는 안정감 위에 새로움을 더하는 약간의 변주
글: 송경원 │
2024-01-12
-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 배드 엔딩, 새드 엔딩, 해피 엔딩
몇번 나가보지도 못하고 기간 종료된 헬스장 문을 겸연쩍게 다시 두드린다. ‘처음은 가볍게’라는 핑계로 운동 같지도 않은 운동을 마치고 시내 나가는 길. 버스에서 괜히 어학원 수강료 한번 검색해본 뒤 마지막으로 서점 한 바퀴. 새해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도는 코스다. 올해는 헬스장보다 건강검진을 먼저 받아봐야 할 것 같고, 어학원 대신 어학 앱을 찾아보는 등
글: 송경원 │
2024-01-05
-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 고만고만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인생의 길잡이라 할 만한 경구가 있다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먼저 떠오른다. 20년째 메모장에 꾸준히 업데이트 중인 명문장 리스트는 교체가 빈번한데 <안나 카레니나>를 접한 이후 제일 첫줄만큼은 바뀐 적 없다. 원어의 정확한 뉘앙스까지
글: 송경원 │
2023-12-29
-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 잔잔한 고통의 미덕
모두에겐 각자의 겨울이 있다. 내 경우엔 겨울 하면 <성냥팔이 소녀>가 자동 연상된다. 이 의식의 흐름에는 나름의 프로세스가 있는데, 우선 소복하게 눈 쌓인 거리에 서서 추위에 몸을 떨며 실내를 바라보는 모습이 기본 배경이다. 이어 여러 가게에서 새어나온 불빛 덕분에 거리가 주황빛으로 물들면 차가운 거리마저 따스하게 데워지는 기분이다. 이쯤 되
글: 송경원 │
2023-12-22
-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 별 셋 짜리 영화를 위한 밤
취미가 뭐예요? 살면서 받아온 질문을 리스트로 짠다면 상당히 앞자리에 있을 텐데 여전히 답하기 쉽지 않다. 어렵다기보다는 애매해서다. 사전을 뒤져보니 ‘경제적 이익이 없어도 즐거움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하는 좋아하는 일’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당장 떠오르는 건 독서와 영화 감상인데 대한민국 모두의 공식 취미인지라 ‘취미 없음’이나 다름없어 보일까 매번
글: 송경원 │
2023-12-15
-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 그 많던 관객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 많은 관객은 어디서 나타난 걸까
아는 만큼 보인다.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앞뒤로 뭔가 생략된 느낌이다. 이렇게 늘려보면 어떨까. 관심 있는 만큼 알고 싶고,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에 빠진다. 이렇게 바꿀 수도 있겠다. 관심 있는 만큼 보이고, 사랑하는 만큼 궁금하다. 아이가 태어난 뒤 작은 변화가 있다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거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글: 송경원 │
2023-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