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네스코프]
발리우드 인 서울, <갱스터> 촬영현장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옥상. 도심 속 15층짜리 건물에서 바라본 해질녘 서울이 왠지 낯설다. 성큼 다가온 겨울이 무색한 복장으로, 리듬에 몸을 맡기는 이국의 여배우 덕분에 이질감은 절정에 달한다. 그래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여자는 좀 낫다. 옥상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의지한 남자배우는 이미 녹음된 노래를 따라 입맛 뻥긋뻥긋, 완벽한 열창모드를 연
글: 오정연 │
사진: 서지형 │
2005-12-05
-
[씨네스코프]
희한한 가족의 썰렁한 만찬, <가족의 탄생> 촬영현장
꼭두새벽부터 춘천까지 내달린 취재진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반찬 냄새가 진동하지만, 밥상을 둘러싼 분위기는 심상찮다. 젊은 남녀 한쌍과 중년 부인. 남매와 그 어머니인가 싶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밥을 먹는 건지 모래알을 씹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일관하는 두 여자, 미라(문소리)와 무신(고두심)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형철(엄태웅)이 “머 이래, 이거.
사진: 이혜정 │
글: 오정연 │
2005-11-28
-
[씨네스코프]
그의 마지막 날들, <라스트 데이즈>
1994년에 세상을 등진 시대의 아이콘,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구스 반 산트의 영화적 주술에 의해 <라스트 데이즈>로 다시 태어난다. 구스 반 산트는 전작 <엘리펀트>처럼 감정과 인상의 포착만으로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낸다. 거의 10여년 만에 부활한 커트 코베인의 모습은 마이클 피트가 재현해내는데, 그건 정말 커트 코베인의 재림을
글: 정한석 │
2005-11-24
-
[씨네스코프]
두 사람의 사랑, 한 뿌리 내릴까, <연리지> 촬영현장
우도(牛島), 아니 풍도(風島)다. 바람이 어찌나 세찬지 숨을 고르기조차 어렵다. 스탭들도 온몸을 꽁꽁 감쌌다. 한 무리의 스탭들은 해안 절벽에 걸어둔 지미집 카메라가 날아갈까봐 꼭 붙들고 서 있다. 가벼운 차림의 취재진만 오들오들, 속수무책이다. 성난 바람 때문에 취재를 위한 귀동냥도 불가능하다. 제작진들도 거의 수화에 가까운 몸짓을 주고받으며 오후
사진: 이혜정 │
글: 이영진 │
2005-11-15
-
[씨네스코프]
천상천하 유마독존, <각설탕> 촬영현장
벌써 한 시간 넘게 천둥이 눈치만 살피고 있다. 스탭들도, 취재진도, 두살배기 말 천둥이가 콧김 불고 성을 내면 제 몸 사리기 바쁘다. 이미 오전 촬영 때 임수정이 말 뒷발에 채이는 것을 목도한지라, 방심하고 있다가는 무슨 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날 촬영은 2년 동안 헤어졌던 시은과 말 천둥이가 우연히 재회하는 장면. 계속되는 NG 끝에
사진: 이혜정 │
글: 이영진 │
2005-11-14
-
[씨네스코프]
섬소년, 섬소녀를 만나다, <파랑주의보> 거제도 촬영현장
수평선에 살짝 걸려 있던 해가 뚝 떨어졌다. 바다는 찬바람에 쓸리기 시작했지만 울창한 고목나무와 아늑한 평상은 매미 소리 우렁찬 여름밤 풍경을 연상시킨다. 거제도의 한적한 길목은 10년 전 기억을 거슬러올라가는 영화의 로케이션 장소로 더없이 어울린다. 고등학생 수호 역의 차태현이 바다처럼 맑은 파란빛의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끌며 타달타달 걷다, ‘이 바
글: 박혜명 │
사진: 서지형 │
2005-11-08
-
[씨네스코프]
나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달콤, 살벌한 연인> 촬영현장
감독과 배우가 아니라 웨이터와 손님 같다. 10월22일 새벽1시50분. 여의도의 한 레스토랑에 차려진 근사한 식탁.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 감독은 박용우, 최강희 두 배우들의 요청을 받아듣느라 정신이 없다. 마지막 장면 촬영을 남겨두고 있다고 하니, 이젠 허물없이 지낼 법도 한데. 두 배우를 번갈아 바라보며, 감독은 “음악을 조금 넣
사진: 이혜정 │
글: 이영진 │
200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