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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그의 마지막 날들, <라스트 데이즈>
1994년에 세상을 등진 시대의 아이콘,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구스 반 산트의 영화적 주술에 의해 <라스트 데이즈>로 다시 태어난다. 구스 반 산트는 전작 <엘리펀트>처럼 감정과 인상의 포착만으로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낸다. 거의 10여년 만에 부활한 커트 코베인의 모습은 마이클 피트가 재현해내는데, 그건 정말 커트 코베인의 재림을
글: 정한석 │
200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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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두 사람의 사랑, 한 뿌리 내릴까, <연리지> 촬영현장
우도(牛島), 아니 풍도(風島)다. 바람이 어찌나 세찬지 숨을 고르기조차 어렵다. 스탭들도 온몸을 꽁꽁 감쌌다. 한 무리의 스탭들은 해안 절벽에 걸어둔 지미집 카메라가 날아갈까봐 꼭 붙들고 서 있다. 가벼운 차림의 취재진만 오들오들, 속수무책이다. 성난 바람 때문에 취재를 위한 귀동냥도 불가능하다. 제작진들도 거의 수화에 가까운 몸짓을 주고받으며 오후
사진: 이혜정 │
글: 이영진 │
200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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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천상천하 유마독존, <각설탕> 촬영현장
벌써 한 시간 넘게 천둥이 눈치만 살피고 있다. 스탭들도, 취재진도, 두살배기 말 천둥이가 콧김 불고 성을 내면 제 몸 사리기 바쁘다. 이미 오전 촬영 때 임수정이 말 뒷발에 채이는 것을 목도한지라, 방심하고 있다가는 무슨 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날 촬영은 2년 동안 헤어졌던 시은과 말 천둥이가 우연히 재회하는 장면. 계속되는 NG 끝에
사진: 이혜정 │
글: 이영진 │
200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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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섬소년, 섬소녀를 만나다, <파랑주의보> 거제도 촬영현장
수평선에 살짝 걸려 있던 해가 뚝 떨어졌다. 바다는 찬바람에 쓸리기 시작했지만 울창한 고목나무와 아늑한 평상은 매미 소리 우렁찬 여름밤 풍경을 연상시킨다. 거제도의 한적한 길목은 10년 전 기억을 거슬러올라가는 영화의 로케이션 장소로 더없이 어울린다. 고등학생 수호 역의 차태현이 바다처럼 맑은 파란빛의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끌며 타달타달 걷다, ‘이 바
글: 박혜명 │
사진: 서지형 │
200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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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나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달콤, 살벌한 연인> 촬영현장
감독과 배우가 아니라 웨이터와 손님 같다. 10월22일 새벽1시50분. 여의도의 한 레스토랑에 차려진 근사한 식탁.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 감독은 박용우, 최강희 두 배우들의 요청을 받아듣느라 정신이 없다. 마지막 장면 촬영을 남겨두고 있다고 하니, 이젠 허물없이 지낼 법도 한데. 두 배우를 번갈아 바라보며, 감독은 “음악을 조금 넣
사진: 이혜정 │
글: 이영진 │
200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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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오빠는 삼광, 언니는 피박? <작업의 정석> 촬영현장
척 보기에도 코믹한 장소. 정면으로 보이는 벽면에는 똥에서 비까지 커다란 오광 화투패가 병풍처럼 번쩍거리며 걸려 있다. 그 화투패를 뒤로 하고 남녀 한쌍의 궁합을 봐주고 있는 역술가. 코미디언 안상태가 그 역을 한다. 하지만 대사가 길고 애드리브로 넘겨야 할 부분이 많아 쉽지가 않다. 자꾸 NG를 내는 안상태를 편하게 해주려고 오기환 감독은 “괜찮아요.
글: 정한석 │
사진: 서지형 │
200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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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끝에서 시작하는 연애, <애인> 촬영현장
좁은 계단에 두 남녀가 몸을 밀착하고 서 있다. 남자와 여자는 잠시 옥신각신하는 듯하더니 남자가 여자의 입술에 키스한다. 순간 카메라 셔터 소리가 ‘타타타탁’하면서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쉴새없는 셔터 소리의 연속. 남녀는 붙이고 있던 입술을 떼고 멋쩍은 얼굴로 주변을 돌아본다. 사람 얼굴 대신 카메라 렌즈 30여개가 눈에 들어온다. 파주 헤이리에서
글: 이다혜 │
사진: 서지형 │
200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