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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조선시대 왕은 왜 빨리 죽었어요?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바람 불면 날아갈 것처럼 연약한 50대 남자 선생님이 있었다(학교가 산에 있어서 산바람이 너무 세면 휘청거리기는 했다, 진짜로). 피골이 상접하고 창백하고 피부가 처지고 기운이라고는 없어서 폐병 걸린 일제시대 지식인처럼 보였던 (근데 왜 지식인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폐병에 걸리는 걸까) 그분에겐 반전이 하나 있었으니…. “
글: 김정원 │
201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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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성실한 나라의 리처드’ 이야기
머나먼 남도에서 상경하여 박봉으로 소문난 업계에서도 평균을 밑도는 월급을 받으면서 어찌된 일인지 서울 시내 다가구 주택 소유주가 된 동료가 있었다. 서울 생활 20년, 그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절대 지갑을 열지 않아 ‘이 첨지’(첨지라고 하면 왠지 얄밉게 들려서 이 첨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출판사 디자이너 이씨는 열살 어린 부하 직원이 커
글: 김정원 │
20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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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친일’이라는 직업
석사과정에 있던 선배에게 불행이 닥쳤다. 갑자기 지도 교수가 일년 반의 시간을 쏟은 논문(과 더불어 선배가 그 논문에서 도맡았던 온갖 허드렛일)을 버리고 나서 세상이 억울해진 나머지 책장을 덮고는 날마다 신경질로 소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예민 교수는 원래 신경질 대마왕이잖아.” “그게 오십배쯤 늘었다고 생각해봐.” 그렇다면… 애도를. 설마 못 먹을
글: 김정원 │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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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아무나 기러기가 될 수는 없다
고운 꿈을 먹고 자라던, 아니 그 나이에 새삼스럽게 자라기는 어려우니까 그냥 살만 찌던 스물다섯, 회사에서 야근하고 있는데 두살 많은 남자 동기가 애절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와서 나 좀 구해줘.” 선배들이 술 먹자니까 좋다고 나만 버리고 나가더니 꼴좋구나, 어디 한번 날이 새도록 아저씨들한테 고문과 농락을 당해보려무나,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때까
글: 김정원 │
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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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머리 감겨줄까?
불빛 한점 없는 시골길을 걷는 건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다. 농담의 차이만 있을 뿐 천지가 어둡기는 매한가지여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내 그림자가 남의 그림자 같고, 혼자인데도 다른 이의 기척이 느껴진다(이게 제일 무섭다). 거기에 물안개까지 깔리면 그 자체로 <전설의 고향>이지. 농활 가서 제대로 씻지도 않고 일주일을 부대끼는 대학생들이
글: 김정원 │
201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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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깨기 전에 다시 마셔라!
작고 가냘프고 나이가 매우 많은 교수님이 있었다. 그분 수업에 들어가면 뭐랄까,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곤 했는데, 아무리 월급 받고 하는 일이라지만 저렇게 힘들게 서 있는 노인을 두고 새파란 젊은이들은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었다. 왜 강의실엔 경로석이 없는 거지, 마음 불편하게.
그런 교수님이 답사에 따라갈 차례가 되었다. 신입생들은 긴장했다. 도중에
글: 김정원 │
201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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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베짱이처럼 놀고 먹던 그 시절
노동운동을 하느라 학교를 떠났던 선배가 몇년 만에 돌아왔다. 1980년대 운동권 대학생은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는 모두 두근두근했지만 여전히 노동운동을 하는 중이었던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1학년이 주로 듣는 전공 필수 과목 중간고사 날까지는. 과연 노동운동가답게 아저씨 기지 바지와 아저씨 광택 티셔츠를 입은 그는 무섭고도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강
글: 김정원 │
201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