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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 -배우 유선
레코드판을 틀고 음악에 맞춰 신나게 점프하는 소년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춤을 추었다. 태어나자마자 춤을 추었다, 라는 음악의 가사처럼.
어쩌면 빌리에겐 음악을 느끼며 춤으로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본능이 이미 잠재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피아노 앞에 앉아 칠 줄도 모르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어머니를 느꼈던 것
200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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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내 곁에 있어줘> -김선재
오늘 아침도 가벼운 탄식으로 시작한다. 어제 읽고 자려고 마음먹었던 홈스 컬렉션은 한장도 더 넘기지 못한 채 잠들고 만데다 깜박 잊고 널지 못한 빨래들은 세탁기 안에서 구깃구깃 구겨진 채 반쯤 말라 있고, 날씨에 예민한 알레르기 덩어리인 내 몸은 비를 예보하고 있다. 이제 와서 홈스를 읽겠다고 나서는 것도 한심하고 빨래 하나 기억 못하는 주제에 무슨 추리
200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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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뉴욕탈출> 양해훈
지금부터 언급할 영화는 작가주의영화나 예술영화 혹은 영혼의 울림을 주거나 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20년 가까이 나를 유아적 마초로 존재하게 해준 집요한 원흉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이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나는 건대입구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 근처에는 서울에서 가장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온 ○○롤러스케이트장이 있었다. 거기서 가끔 일명 ‘삐자
200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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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돌스> 소설가 한유주
사랑에 관해서라면 나는 그다지 할 말이 많지 않았다. 그것이 나의 사랑이든, 다른 사람의 사랑이든 간에 거의 입을 다물고 지냈다. 아는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전화로, 술자리에서, 쉬어가는 벤치에서 문득, 아니면 누군가가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이른 취기로 고꾸라지는 동안, 사랑의 감정을 나에게, 혹은 나 아닌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더듬거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200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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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인생의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이기호
왜 어떤 바람은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꼭 우리 집안에만 오랫동안 머물다 떠나가는 것일까?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깊숙이 찌르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십년 전, 대학 졸업 무렵이었다. IMF가 가브리엘 천사처럼 이 땅에 찾아왔을 때였고, 하나뿐인 형이 역시나 하나뿐인 고향집을 담보삼아 시작한 사업에서, 참담하게 실패했던 시절의 일이었다. 형은 그
200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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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피아니스트> -소설가 천운영
내가 여고생이었을 때. 지금 생각해보면 나른한 오후의 교실과 과학책 밑에 숨기고 읽었던 하이틴로맨스 몇권만 떠오르는 여고 시절. 등하굣길 출몰하는 ‘바바리맨’의 풍문만으로도 꺅꺅 소리를 지르던 때. 목덜미에 대일밴드를 붙인 날라리들이 어쩐지 특별해 보이던 때. 키스나 섹스라는 말만 들어도 몸이 배배 꼬이던, 아마도 사춘기였을 18살 무렵.
그때 내가
2007-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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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클로저> - 배우 유아인
‘인생’이란 말을 입에 담는 것조차 어색하고 아직 영화가 뭔지도 모르는 스물두살 풋내기에게 ‘내 인생의 영화’라니, 거창하기 짝이 없다. 몇가지 영화를 나열해보고 이리저리 분류해 어떤 영화를 이야기 할까, 무엇이 유아인과 어울리는 영화일까 고민 끝에 결정한 영화란 것도 지독한 사랑영화인지라 글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떤 코멘트로 아버지의 양복을 몰래 훔쳐 입
2007-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