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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저,사실은요‥ 안 봤어요, <장미의 이름>
내 첫사랑은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사람이었다. 아, 물론 그전에도 좋아했던 사람은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의 감정을 가지고 첫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나는 발육이 늦었으면 늦었지, 조숙한 아이는 아니었으니까.
내 첫사랑의 주인공. 그 사람은 나보다 한살이 많았고, 중학교 선도부(지금도 이런 게 있나 모르겠다. 등교할 때 교문 앞
200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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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빨간 알약을 먹지 말걸 그랬나? <매트릭스>
<매트릭스>(The Matrix)는 내 일상적인 삶에 혁명을 몰고온 영화다. 뚱딴지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신문기자로 정신없이 일하던 내게 또 다른 삶에 대한 고민을 불쑥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세상이 가상현실에 갇혀있는 매트릭스라는 뜻은 아니지만 간혹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정형화되는 삶의 바퀴 속에서 우리는 관성의 법
200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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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내가 원하는 게 이거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나는 여자 예비역이었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중에 휴학했고, 3년 뒤에야 군제대한 남자 동기들과 함께 복학했다. 3년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느 순간 돌이켜보아도 후회없을 만큼 그때는 끊임없이 일하고, 여행하고, 고민했던… 그런 시간을 보냈다. 겁도 없이 배낭하나 달랑 메고, 또 배낭만큼 무거웠던 고민을 등에 지고 호주 농장 곳곳에서 하루
200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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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이제야 알겠네, <뷰티풀 걸>
은희경의 소설 <새의 선물>에서 ‘열두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묘한 공감을 느꼈던 때가 있었다. 오만하게도 나 역시 이미 내가 다 자랐다고 생각했던 열두살이 존재했었다. 유치원 사진에서도 홀로 머리가 튀어나왔을 정도로 키가 컸고 남다르게 발육상태가 좋았던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나는 또래 친구
200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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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지금 여기 있는, 내 얘기 같구나, <어바웃 어 보이>
‘내 인생의 영화’라는 코너에 글을 부탁받으면서 과연 내 인생에서 영화가 무엇인가를 잠깐 생각해보았다. 영화제 일을 하면서 과거처럼 즐거운 대상으로 영화에 접근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어바웃 어 보이>는 ‘영화의 재미’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준 작품이었다.
분명히 이 영화는 미학적인 성취가 뛰
200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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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나만 즐거웠으면 해,<아스테릭스: 미션 클레오파트라>
내 인생의 영화? 살면서 두번 이 질문을 받았다. 처음은 오래 전 어느 영화전문지 입사면접 때의 질문 항목이었고, 그리고 수일 전, 김혜리 기자의 청탁 메일을 통해서였다. 그동안 기자라는 직업상의 이유로 만난 많은 사람들, 연기자, 영화감독 심지어 얼마 전에 만난 작가 신경숙(잘 알겠지만 그녀는 바로 얼마 전까지 <씨네21>에 기고했었다)에게
200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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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그녀의 미소를 따라했었네,<몽중인>
“예전에는 무척 사랑했었지. 꿈속에서….” - 송유
이 대사를 읊는 주윤발의 나직한 목소리에 정신이 아찔했다. 미스터리한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게 된 임청하 앞에서 양미간을 찌푸리며 과거를 떠올리려고 애쓰는 주윤발의 표정을 다시 보기 위해 비디오를 수없이 리와인드했다. 그러나 내 꿈속에서 주윤발은 항상 한국말로 대사를 친다. “예전에는 무척 사랑했었지
200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