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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공감할만한 역사적 환상,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네덜란드 황금기의 풍속화 연상시키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빅 피쉬>보다 좀더 공감할 수 있고 덜 과장된 역사적 환상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17세기의 십대 소녀 주인공 그리트(스칼렛 요한슨)의 양파 까는 클로즈업으로 시작해 페르난드 브로델이 주창한 ‘일상생활의 구조’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수수하게 머리
글: 짐호버먼 │
200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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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애타게 순결한 영혼을 찾아서, <거미숲>
<거미숲>을 통해 본 송일곤 감독의 시적인 영화미학
내 얼굴이 한폭의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 든다/ 아아,
글: 심영섭 │
200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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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구스 반 산트의 최고 걸작, <엘리펀트>
잔혹했던 날의 초상화 <엘리펀트>
‘추악하고 화창한 날이로다.’ 비디오 게임 하듯 아이들을 사냥한 뒤 총신에 채 화약 냄새가 마르기 전, 알렉스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날은 새소리와 총소리가 함께하는 날. 푸른 가을 하늘과 죽은 시체가 함께 나뒹구는 날. 그날. 그 찰나의 순간은 그러나 영원한 순간. 죽음은 끊임없이 미끄러져 영겁의 시간 속으로
글: 심영섭 │
200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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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그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알포인트>
우리 시대의 기억상실증과 싸우는 영화 <알포인트>
한국에서 ‘자기성찰적’인 베트남전 영화가 처음 등장한 것은 베트남전이 끝나고 20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이었다. 정지영 감독의 <하얀 전쟁>(1992). 할리우드의 <지옥의 묵시록>(1979)이 불과 몇년 만에 나타난 것에 비하면, 너무나 늦은 것이다. <하얀 전쟁>
글: 변성찬 │
200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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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웃기고 열정적이고 염세적인, <헬보이>
음울한 미학과 순수한 낭만을 갖춘 영웅담 <헬 보이>
마이크 미뇰라의 컬트만화를 기예르모 델 토로가 영화로 만든 <헬보이>는 웃기면서도 열정적이다. 바그너식 질풍노도의 요소도 강하지만 십대의 염세주의도 적절하게 들어 있다. 하늘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고 이 영화의 제목이 이름인 주인공도 수심에 차 있다.
미뇰라의 20세기 괴기담의 배
글: 짐호버먼 │
200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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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어리석고 어리석도다, <터미널>
실화의 엉뚱함과 스필버그식 유머가 사라진 <터미널>
케네디 국제공항에 무한정 잔류된 국적없는 동유럽 여행객에 대한 코미디 <터미널>의 보도자료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사뮈엘 베케트식 주제를 가볍게 다뤘을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준다. 두려워하지 마시라,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더 가볍게 다룬 것도 아니니까. “<캐치 미
글: 짐호버먼 │
200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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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팻 걸> 감독 카트린 브레이야를 비판한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카트린 브레이야의 <팻 걸>에 관한 평 중 ‘불쾌하다’는 불평에 버금갈 만한 동조와 상찬의 표현은 없을 것이다. 그보다 더 적극적인 해석도 있을 수 없다. 그 표현은 언제나 여성을 제대로 그려내기 위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지는 브레이야의 영화에서 안전장치로서의 쾌락을 넘어선 희열(jouissance)을 목도했다는 고통스런
글: 정한석 │
200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