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비평]
[비평] 무기력은 무능력보다 나쁘다, <썬더볼츠*>
영화를 자주 챙겨보지 않는 사람에게 영화평론가라는 신분을 밝히면 나오는 가장 흔한 반응 중 하나가 “요즘 볼 영화 뭐가 있냐”라는 질문이다. 나는 최근에 흥미롭게 본 몇몇 작품의 제목을 주워섬기는데, 보통은 저 질문 자체가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한 예의 바른 반응에 불과하기에 관련 대화는 여기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 상대가 말을 덧붙이는 때도
글: 이병현 │
2025-05-21
-
[영화비평]
[비평] ‘빛’이 있는 그곳을 향하여,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흐르는 물처럼 시작된다. 수평 트래킹으로 담은 인도 뭄바이의 밤거리는 눈앞에서 쉴 새 없이 지나간다. 그러다 카메라는 때때로 속도를 늦춰 거리에서 서성이는 이들을 바라본다. 이런 진행은 이 영화에 대해 붙는 수식어들, ‘몽환적’이라거나 ‘마술적 리얼리즘’을 담았다는 말을 불러오는 이유 중 하나다. 물 같이
글: 홍수정 │
2025-05-14
-
[영화비평]
[비평] 희망의 본질에 대하여, <사유리>
미리 밝히겠다. 나는 일본 문화의 열성적인 팬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사로잡혀 <사유리>를 보았고 흥미로웠다. 기대감과 데이터베이스가 없어서 그렇게 봤을 수도 있다. 이 글은 무지로부터 출발한다. <사유리>는 이질적인 두개의 장르를 꽤 잘 어울리게 접목한 형태의 영화다. 두개의 장르 중 하나는 호러고, 다른 하나는 열혈물
글: 오진우 │
2025-05-07
-
[영화비평]
[비평] 전략과 각성의 딜레마, <로비>
하정우 감독의 <로비>는 국책 지원사업을 따내려는 한 스타트업 회사의 작전기로 접대 골프라는 관행적 악습에 (영화의 대사를 빌려오자면) ‘명랑’한 접근을 시도한다. 이 영화에서 신선하게 여겨지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한국 누아르와 범죄영화에서 밀실로 변형되었던 전통 누아르의 암흑가를 골프장의 필드로, 부정함을 드러내는 부수적 수단으로 단 몇
글: 유선아 │
2025-04-30
-
[영화비평]
[비평] 실재와 허구, 경계의 틈에서 새 나오는 증언과 외침, <올파의 딸들>
문틈 사이로 두 젊은 여성과 그 뒤에 손을 모으고 있는 중년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곧이어 “올파의 딸들의 이야기를 이 영화에 담으려고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화면을 가득 채운 두 젊은 여성, 그 뒤로 포커스 아웃된 중년 여성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문틈 사이로 중년 여성의 초조하고 불안한 모습이 이어지고 “올파의 네명의 딸 중 두명은
글: 남인우 │
2025-04-30
-
[영화비평]
[비평] 2부 혹은 제3인 것, <그랜드 투어>
<그랜드 투어>를 곱씹으며 어쩐지 자연스럽게 아즈마 히로키의 <관광객의 철학>을 떠올렸다. 아즈마가 특히 강조하는 개념인 ‘오배’는 전송의 오류를 뜻하지만 이러한 경험은 실상 관광객에게는 필수적이며 도리어 긍정적인 측면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가령 나의 근처라면 기웃거릴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을 곳을, 관광지에서는 필수로 방문하게 되는
글: 이보라 │
2025-04-23
-
[영화비평]
[비평] 망설임 두번, <침범>
*<침범>의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수영 강사 영은(곽선영)이 딸 소현(기소유)의 살해 충동을 달래는 한편 스스로와 타인의 안전을 도모할 방편으로 소현에게 닭을 도살할 기회를 마련한 장면은 시각적이고 심리적인 면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자식의 성정을 두려워만 하지 않고 어떻게든 포용해보려는 심정은 불경해 보일 수 있으나 뱀파이어와
글: 김성찬 │
202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