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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전기 바깥의 전기, <차이콥스키의 아내>
이따금 도시의 발생 이전에 살았던 이들이 경험했을 소리의 세계를 상상해본다. 기계의 소음보다 자연의 음향이 친숙했을 세계. 거리를 거닐면 물론 그때도 사람들은 떠들고 장난치고 싸웠겠지만, 철도가 발명되고 공장이 세워지면서 도시가 갖게 된 음역과는 차원이 달랐을 터다. 이 추측은 활자와 사진을 통해 짐작할 따름이라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대자연이라는 원
글: 이보라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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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암실, 영화, 그리고 몸에 남는 것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생존이 곧 무기가 되는 삶. 누군가가 여기 존재한다는 단순한 현실이 세상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이미지는 저항의 수단이 된다. 르포르타주는 사회적인 현실에 대해 보고자의 주관을 섞지 않은 객관적 서술과 그 자료들을 가리키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의 어두운 이면을 탐사하는 이미지는 결코 객관적인 상황만을 보여주도록 길들여지지 않는다
글: 김예솔비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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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소통의 과정, 소통의 방식, '여행자의 필요'
<여행자의 필요>. 자꾸 다시 읽어보게 된다. 어쩌면 의도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필요’도 사실 어색하다. ‘요구’가 좀더 어울리지만 가장 적당한 건 영어 단어 ‘니즈’(Needs)다. 어느새 한글보다 익숙한 이 외래어에서 프랑스 대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모습이 엿보인다. 영화 속 그녀의 모습에 대다수의 관객은 아낌없는 환대를 보낼지도 모른다
글: 오진우 │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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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지킬 건 환상만 남은 세대의 반짝이는 비명, <모르는 이야기>
얼마 전까지 나는 한 대입 학원에서 자율학습을 감독하는 일을 했다. 한국 입시 산업의 핵심에 위치한 그곳에서 나는 매시간 학생들의 핸드폰 제출 여부를 체크했고, 학생이 자습실에서 졸거나 인터넷강의 이외의 용도로 태블릿을 사용하면 경고 조치를 취했다. 그곳은 남녀의 자습실이 구분된 것은 물론 식당에서도 이성간의 대화를 방지하도록 구역이 분할돼 있다. 흥미
글: 김신 │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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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윤리를 넘어 기교의 영역에 도달한 자기객관화 능력,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아사코>의 한 장면, 마야와 아사코는 사진전에 입장하려 하지만 전시회 직원은 입장이 마감됐다며 저지한다. 마야는 아직 전시 시간이 남았다며 따지고, 직원은 규정을 들먹이며 실랑이가 오간다. 그 순간 료헤이가 끼어든다. “앗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희 이 전시 보려고 교토에서 왔거든요. 일찍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고속버스라는 게
글: 김신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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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전락하는 자의 꿈, <키메라>
에트루리아의 무덤에서 훔친 여신상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고 있던 스파르타코(알바 로르바케르)의 배에서 아르투(조시 오코너)는 여신상의 해체된 머리 부분을 갑작스럽게 바다로 던져버린다. “살아 있는 자들이 보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이탈리아(카롤 두아르트)의 말을 실현시키듯 두상은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의 시야로부터 멀어지면서 바다로 잠긴다. 밑바닥에 닿
글: 소은성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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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이병헌 코미디의 특이점, 불화와 화합 사이, <닭강정>
가장 논란(?)이 되었을 장면부터 말해보자. 아홉 번째 에피소드에서 외계 기계를 서로 차지하려고 최선만(류승룡)과 고백중(안재홍), 유인원 박사(유승목)와 그의 조카 유태만(정승길), 그리고 ‘백정 닭강정’에서 일하는 외계인 4명의 세 무리가 대치한다. 이때 외계인 4명은 지구인에게 겁을 줄 요량으로 지구인이 가장 무서워할 만한 네 가지를 몸으로 연기한다
글: 김성찬 │
2024-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