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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현대의 신화
지난 5월 열린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드라이브>가 처음 소개됐을 때 몇몇 태작으로 인해 시무룩했던 경쟁부문의 난조를 일거에 뒤집는 발견이라며 서구의 비평가들이 열광한 것은 거기서 장 피에르 멜빌의 재림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범죄 장르를 번안하는 유럽식 전통에 근접한 사색적인 스타일의 액션영화인데다, 과묵하고 금욕적인 생활 패턴을 고수하는 주인
글: 장병원 │
20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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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소통과 연대에서 비롯하는 낙관의 힘
때로는 거슬리는 결점마저 애써 눈감아버리고픈 영화가 있다. 간간이 눈에 밟히는 결점이 있더라도 미간을 찌푸리거나 냉소하기보다는, 그래도 나는 이 영화가 참 좋다, 라고 말하고 싶은 영화. <완득이>가 세계의 단면적인 묘사에 머물고 말았다 해도, 생기 가득한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소소하게 풀어내는 흥겹고도 정겨운 이야기는 이러한 아쉬움을 상쇄하기
글: 안시환 │
20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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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우상의 환영을 발가벗긴 계급 담론의 혁신
*처음부터 끝까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돼지의 왕>은 이야기의 결말로 치달아감에 따라 성격을 달리하는 중층적 비밀 구조로 흥미를 자아낸다. 15년의 시간을 비월하며 이어지는 두 친구의 하룻밤 동안의 해후를 좇는 두 갈래 플롯은 중학교 시절 종석(양익준)과 경민(오정세)의 삶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굴절시켰던 미스터리의 속살을 야금야금 들춘다.
글: 장병원 │
201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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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다시 시작하라
과작의 감독 테렌스 맬릭의 다섯 번째 장편 <트리 오브 라이프>가 무성한 소문 속에 베일을 벗었다. 칸영화제는 황금종려상을 안겨주었고,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시적인 영상과 음악, 삶과 죽음, 인간과 신에 대한 맬릭 특유의 통찰이 장엄하게 확장되었다는 견해들이다. 조금의 불평이라면, 이 영화의
글: 남다은 │
201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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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너무 뜨겁지 아니한가
<도가니>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파장과 달리 이 작품에 대한 비평적 접근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듯하다. 물론 이 작품에 대한 비평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그 대부분이 <도가니>가 한국사회에 불러일으킨 파장에 방점을 두면서 작품의 성격을 환원적으로 해석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현상과 무관하게
글: 안시환 │
20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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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인지의 패러독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이란영화’로 범주화되어온 로컬시네마에 대한 통념을 일거에 불식시키는 새로운 타입의 이야기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자파르 파나히로 대변되는, 최소한의 설정만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는 이란의 단조로운 드라마들과 달리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이야기 요소들의 섬세한 디자인이 메시지와 극적으로 합일하는 모던한
글: 장병원 │
20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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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거짓말, 무섭고 슬프고 아름다운
<북촌방향>을 처음 본 날부터, 얼마간 이 영화의 어떤 순간들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영화를 두 번째 볼 기회가 오기 얼마 전, 신기하게도 며칠 간격으로 두번의 꿈을 꾸었다. 유독 생각을 하면 할수록, 구조를 그리면 그릴수록 멀어지는 이 영화를 조금이라도 붙잡아보기 위해, 지금 나는 내 꿈에 기대어 이 글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채로 시
글: 남다은 │
2011-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