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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결혼 이야기>가 섬세하게 쌓아올린 시간의 힘에 대하여
<결혼 이야기>는 집요할 만큼 ‘대칭적인 하나의 짝’으로 구성된 영화다. 전반적으로 결혼과 이혼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물론이고,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찰리(애덤 드라이버)라는 주인공들이 그러하며, LA와 뉴욕이라는 배경 또한 대립적으로 비친다. 가족드라마인 동시에 매력적인 법정 영화인 이 영화에서 찰리가 만나는 두명의 남자 변호사
글: 박정원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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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디에고> <세나: F1의 신화> <에이미>를 통해 본 아시프 카파디아의 작품 세계
나폴리팀의 크리스마스 파티, 디에고가 구석 테이블에 침묵을 지키며 앉아 있다. 항상 축제의 중심에서 좌중을 장악하던 이전과 상반된 모습이다. 사운드가 페이드아웃되고 디에고가 공허한 눈빛으로 바닥을 응시한다. 혼자만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듯이. 1990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아르헨티나에 패배한 이후 급변한 디에고의 상황이 단적으로 드러난 숏이다. 미디어
글: 조현나 │
201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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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영화 <아이리시맨>과 역사 속 국제트럭기사노조, 마피아, 그리고 미국 대통령의 상관관계
3시간30분에 달하는 <아이리시맨>의 기나긴 상영시간에서, 주요 인물인 지미 호파(알 파치노)는 영화 시작 45분 뒤에야 등장한다. 그는 영화가 언급하는 것처럼 실제 미국의 역사에서 “1950년대의 엘비스보다 1960년대의 비틀스보다 유명하고 심지어 대통령만큼이나 유명한” 인물이었다. 호파는 일찍부터 노동운동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1932년 디트
글: 손세호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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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영화의 진실을 보여주는 방식
단지 기억의 진실에 관한 영화였다면,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그저 평범한 영화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매력은, 실제와 허구가 뒤엉키며 존재하는 기억의 논리가 영화의 존재 방식이자 우리가 사는 세상의 리얼리티와 맞물린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연기자가 ‘가짜 눈물’의 힘을 빌려 슬픔을 연기한다면 그
글: 안시환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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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아이리시맨>에서 <겨울왕국2>까지, 2019년 시네마에 대한 단상
“현실로 현실을 수선하기.” <아이리시맨>을 보다가 문득 로베르 브레송의 저 유명한 문구가 뇌리를 스쳤다. 3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동안 영화에 매몰됐다가 잠시나마 영화 바깥으로 의식이 빠져나간 건 늙은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이 딸에게 냉혹한 현실을 전해 듣는 장면 때문이었다. 평생을 마피아의 히트맨으로 일했던 프랭크는 말년에 요양원에서 외
글: 송경원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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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심판>의 이중구조를 숙고하다
<심판>은 주인공 카티아 세케르지(다이앤 크루거)가 어떤 중요한 선택을 하면서 끝이 난다.
백인 카티아는 터키 이주민 출신 누리(누만 아차르)와 결혼해 6살 난 아들 로코(라파엘 산타나)를 두고 독일에 살고 있다. 카티아의 삶은 의문의 폭탄테러로 남편과 아들이 희생된 후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린다. 폭탄테러를 수사하는 경찰들은, 마약 거래로 수
글: 윤웅원 │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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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가 고독과 소외, 분쟁, 광기에 싸인 현실 세계를 모자이크하는 방식
후보 감독의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이하 <코끼리>)와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2003) 사이에는 몇 가지 접점들이 있다. 제목에 ‘코끼리’가 포함되어 있지만 두 영화에는 코끼리가 나오지 않는다. 후보의 영화 마지막에 울부짖는 코끼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이다. 두 영화는 다중 캐릭터 서사의 전범이 될 만한 모
글: 장병원 │
2019-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