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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가족 다큐’ <사마에게>가 안내하는 목격자의 자리
<사마에게>의 세상에는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시리아 내전의 한복판. 우유와 기저귀, 채소나 과일처럼 자라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전쟁터에서 태어난 아기에겐 보통의 사람에게 있는 청각적 반사신경이 없다. 지척에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에 엄마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는 장면에서 어린 딸 사마는 태연하다. 포탄이
글: 송형국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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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속 고착된 시선을 해방하는 현란한 얼굴의 비전에 대하여
존재 이전에 응시가 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시선의 대상을 보여주기 이전, 아직 형상이 되기 전인 자국들과, 대상과 화지 사이 부지런히 시선을 오가는 여성들의 얼굴 몽타주로부터 시작한다. 그녀들을 지도하는 목소리는 그 실체를 드러내기 전에 화면 밖 목소리로 먼저 도착한다. “날 천천히 관찰해”라는 말이 들려오면, 지시하는 목소리의 주인
글: 김소희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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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백두산>의 재난 앞에서 무력한 소녀를 보며 슬픔에 빠지다
<백두산>은 슬픈 영화였다. 순옥이라는 인물이 아니었다면 슬플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린 배우인 김시아가 순옥을 연기했다. 전에 그를 두번 보았음을 기억했다. 그는 부모의 존재가 아쉬운 역할을 내리 맡았다. <미쓰백>(2018)에서 친부로부터 폭력을 당하며, <우리집>(2019)에서는 부모의 존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글: 이용철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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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백두산>의 우정을 의심하며 영화에 내재한 정치적 무의식을 숙고하다
최근 제작되는 남북 분단 소재의 영화 중 관객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유형은 현재의 남북 관계를 토대로 ‘만약에’라는 서사적 가정을 결합시키는 작품들이다. <강철비>와 <백두산>은 모두 현 남북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북핵 문제를 중심에 두고 쿠데타와 백두산 폭발이라는 서사적 가정을 결합하여 겨울 시즌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하는
글: 안시환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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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포드 v 페라리>를 통해 드러낸 미국 영화산업의 본질
<포드 v 페라리>(2019)의 배경인 1960년대 중반은 레이싱 장르의 영화가 폭발했던 시기다. 1966년 존 프랑켄하이머가 <그랑프리>로 금자탑을 세운 뒤, 레이서로도 유명한 폴 뉴먼의 <위닝>(1969)이 나왔고, 그들에게 질세라 스티브 매퀸은 <르망>(1971)의 주인공을 고집했다. 만듦새에서 <위닝
글: 이용철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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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캣츠> 톰 후퍼 감독의 잘못된 선택에 관하여
1970, 80년대에 오페라영화를 만들려는 유행이 잠시 분 적 있었다. 잉마르 베리만, 조셉 로지, 프란체스코 로시, 프랑코 제피렐리와 같은 쟁쟁한 감독들이 이 유행에 참여했고 상당히 좋은 작품들을 냈다. 카라얀 역시 이 시도에 관심을 가졌고 직접 감독작을 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소련에서는 이미 나와 있는 녹음 위에 새 배우들이 립싱크하는 방법으로 오
글: 듀나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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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애틀랜틱스>가 선보이는 이미지의 힘
<애틀랜틱스>를 관람한 이들은 아마도 비슷한 이유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를 기어이 찾아보고자 했다면, 거기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많은 부분 흥미를 끌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티 디옵은 그 이름이 익숙하지 않을 뿐, 이미 단편 작품들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글: 홍은미 │
202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