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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의 타인의 우주]
[김민하의 타인의 우주] 영원한 그림자는 없기를
여행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낯섦’이다. 낯선 이, 초행길, 그리고 그 속에서 낯선 모습의 나. 무엇이든 쉽게 예측할 수 없고, 계속해서 퍼즐을 맞춰가는 길이 지겹지가 않다. 또 어떨 때는 모르기 때문에 더욱 용기가 생긴다. 이는 자아가 흐릿해지기 때문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행자의 신분으로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
글: 김민하 │
202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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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archive] 용산에 부치는 편지
2012년 8월18일 <26년> 현장.
바야흐로 각자도생, 사적 복수의 시대다. 미디어를 보면 후련한 복수와 징벌로 넘쳐난다. 왜? 현실은 불의로 가득하니까. 지난 2년6개월 동안 우리는 누가 핸들을 쥐느냐에 따라 시스템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불의는 계속 곪아 끝내 치유되지 못한다. 현재진행형의 상처
글: 씨네21 취재팀 │
사진: 백종헌 │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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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임소연의 클로징] 그 남자의 사정
한 영화제 시상식에서 유명 남자배우가 자신의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당연한 말을 하고 박수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가 그 당연한 말을 토크쇼나 유튜브 채널이 아닌 영화인들의 축제 자리에서 비장하게 내뱉기까지 자신의 아이임에도 책임지지 않았던 무대 뒤 수많은 남성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어차피 결혼으로 묶인 남녀 중 자녀양육에 무관
글: 임소연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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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오디세이]
[이나라의 누구의 예술도 아닌 영화]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영화와 춤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이나라 경희대학교 프랑스어학과 교수
때로 우리는 영화의 공간에서 춤을 발견한다. 우선 뮤지컬영화처럼 고양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춤을 빌리는 영화가 있다. 뮤지컬영화 속 배우의 신체는 ‘표현’하는 신체다. 이들은 전개되는 이야기의 몇몇 순간 일상적 몸짓을 멈추고, 솔로이든 그룹이든 리듬에 맞춰 ‘안무된’ 몸짓을 연기한다.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혹은 양
글: 이나라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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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레디 플레이어 모아나: 게임 시네마틱을 닮아가는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모아나2>
Quick Resume: 이전 플레이 지점에서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8년 전, 모아나와 마우이가 작별할 때 “빠이~ 안녕~” 대신 “또 만나”라고 인사를 건넨 건 이들의 여정이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흘렸다. 기실 그대로 영영 작별하고 이야기를 끝내기에는 모아나와 마우이의 합이 꽤 근사했다. 낭만적인 사랑이 빠진 자리에는 끈끈한 전우애가
글: 나호원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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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비평] 기억의 육화, 육체의 산화, <되살아나는 목소리>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모녀 관계인 박수남 감독과 박마의 감독의 공동 연출작이다. 모녀가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드물지만, 두 사람의 협업 자체에 의문을 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랫동안 재일조선인의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박수남 감독은 황반부 변성증을 앓아 시력을 거의 잃게 된 데다 다큐멘터리를 준비할 무렵에는 뇌경색까지
글: 김소희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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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케이팝 파티]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서러워도 어쩌겠어, <마리아> (화사, 2020)
너무 쉬워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있다. ‘밉다’, ‘아프다’, ‘서럽다’ 같은 관습적인 비애의 표현들이 그렇다. “네가 미워.” 네 음절 뒤엔 분명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당혹감을 누르고 안을 파고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표현들은 동시에 너무나 완전하게 들린다. 파고들 층도 겹도 없을 것 같은 혼자 내린 결론처럼. “내가 밉다고? 어떻게
글: 복길 │
202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