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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유동하는 날숨의 감각, 김연우 평론가의 <베이비걸>
여기 로미(니콜 키드먼)와 그의 섹슈얼리티가 있다. 그는 명문대를 나온 백인 여성 CEO이며, 남편과의 성관계 후엔 몰래 포르노를 보며 자위한다. <베이비걸>은 로미의 전사를 서술하되 정신분석에 사용하지는 않는다. 컬트 공동체에서 보낸 성장기의 잔상은 로미가 자신의 욕망을 비정상이라 여겨 그 실마리를 과거에서 찾으려 했기에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글: 김연우 │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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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불가항력의 섬, 오진우 평론가의 <바얌섬>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는 영화의 영원한 숙제다. 최근 탈출에 관한 흥미로운 영화 두편이 개봉했다. 하나는 <8번 출구>다. 이 영화는 탈출의 방법보다는 ‘무엇’으로부터 탈출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관객은 뫼비우스의띠 같은 지하철 복도를 같이 걸으며 탈출할 방법을 주인공과 함께 익힌다. 하지만 게임은 허울에 불과할 뿐 주인공이 탈출해야 하는 것은 자신
글: 오진우 │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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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살아 있는 척하기, 최선 평론가의 <사람과 고기>
노년의 삶을 흔히 생의 마무리라 포장하지만, 영화 속 노인들에겐 버티기일 뿐이다. 마무리를 할 만큼 생의 과정이 정연하지 않았고 아름다운 끝을 설계할 만큼 삶을 꾸미며 살지 않았다. 폐지를 줍고 노상에서 채소를 팔며 생을 이어가는 세명의 노인은 법과 제도의 보호망 밖에 있다.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고기를 먹고 도망치는 이들의 행위는 사회의 경계 밖으로 밀려난
글: 최선 │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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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침묵 깨기의 어려움, 홍수정 평론가의 <양양>
최근 독립영화계의 두드러진 경향 중 하나는 여성의 사라진 서사를 다시 쓰는 일이다. 미처 쓰지 못한, 시간에 파묻혀버린 이야기. 그래서 이런 시도는 대개 선대의 여성을 향한다. <양양>은 이런 조류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양양>을 ‘선대 여성 서사 쓰기’ 카테고리 속 하나로 심상하게 분류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글: 홍수정 │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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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사라져가는 제지 공장의 장인과 영화 공장의 작가 감독, 김소영 평론가의 <어쩔수가없다>
유만수(이병헌)와 그의 잠재적 경쟁자들은 장인에 근접한 숙련 노동자들이며 관리직이다. 특수 제지 생산 라인을 관리한다. 그들이 제지 생산 마지막 단계에서 막대기로 종이를 두들기는 행위는 종이의 밀도, 결, 수분 함량을 확인하는 기술이다. 손과 귀, 막대기의 반향만으로 그들은 종이의 상태를 진단한다. 종이는 두드림 속에서, 악기가 연주자에 따라 다른 소리
글: 김소영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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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레제는 시네마다, 이우빈 기자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하 <레제편>) 은 시네마다. 단순히 <레제편>이 서사의 완결성이나 매력적인 캐릭터의 구성으로 획득한 감흥을 두고 영화적이란 수사를 표하는 것은 아니다. 으레 ‘영화’로 불리는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차이야 명백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카메라를 통해 현실의 풍경을 오려낸
글: 이우빈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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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프레임의 죽음을 희망하며, 최선 평론가의 <얼굴>
“그런 게 일종의 오해야, 오해.” 연상호의 <얼굴>은 눈이 보이지 않는 전각 명인 임영규(권해효)의 이 첫마디로 시작한다. 사건의 핵심을 직접 드러내는 대사는 아니지만, 작품 전체의 운명을 짧게 예고한다. 오해라는 말은 잘못 인식했다는 뜻을 넘어 인간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의미한다. 얼굴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
글: 최선 │
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