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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시간의 틀안에서 틀부수기
한 남자가 여자에게 간절한 편지를 보낸다. 편지를 받아든 여자가 계단에서 휘청거리자 편지가 땅에 떨어져버린다. 편지의 순서는 뒤섞이고, 여자는 그중 한장을 빠뜨리고 줍는다. ‘자유의 언덕’이라는 카페에 들어온 여자가 편지를 읽기 시작하고, 뒤엉킨 시간의 편지 내용이 펼쳐진다. 흩어진 편지, 생략된 한장, 낯설어진 시간.
홍상수 영화의 시간이 과거, 현
글: 남다은 │
20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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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주인공은 실어증에 걸린 젊은 피아니스트 폴 마르셀이다. 사고로 부모를 잃고 고아로 자란 그는 두 이모가 운영하는 댄스학원에서 피아노를 친다. 솜씨가 좋긴 하지만 그의 피아노 연주는 기예에 가깝다. 폴은 텅 빈 눈동자로 영혼 없는 연주를 한다. 그의 삶의 유일한 낙은 과자 슈게트를 먹는 것뿐이다. 그가 감정을 유일하
글: 김영진 │
20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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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비웃음에관하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색정광 여인 조(샬롯 갱스부르)의 파란만장한 성 편력을 밤새 듣고 난 남자 샐리그먼(스텔란 스카스가드)은 정중하게 “잘 자라”라는 인사를 하고 방문을 나선다. 그는 금방 되돌아온다. 그러고는 갑자기 이불을 들치고 그녀의 질에 자신의 성기를 들이민다. 여인이 소리친다. “안 돼요.” 무지 화면이 뜨고 남자가 말한다. “하지만
글: 허문영 │
201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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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이야기의 욕망에 봉사하는 색정증
음침하고 적막한 골목의 차가운 바닥에 한 여인(조)이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 있다. 노년의 남자(샐리그먼)가 우연히 그녀를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여자는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탓하며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잠시 망설이다가 벽에 꽂힌 낚싯바늘로 시선을 돌린다. 남자가 플라이 낚시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며 아이작 월튼의 책, <
글: 남다은 │
201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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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들끓는 정념과 고요한 명상의 변주곡
그건 그곳이 실제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어떤 연유로 영화가 그렇게 찍힌 것입니까 질문받을 때 감독 장률은 자주 그와 같이 답해왔다. <경계>의 카메라의 느린 패닝에 관해서는 사막이라는 대지의 성질을, <두만강> 인물들의 무표정에 대해서는 그들 삶에 밴 무표정한 상태를 근거로 들었다. 사막에
글: 정한석 │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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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그들의 고통은 제대로 표현되었나
불쌍한 아이를 동정하는 마음은 유별난 것이 아니다. 그 아이를 하룻밤 내 집에서 재워주는 것도 쉽다. 이 아이는 선의를 베푸는 어른에게 처음엔 머뭇거리며 몸을 의탁하지만 차츰 매달리려는 기색을 보인다. 이러면 선의로 시작한 어른이라도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것이 <도희야>의 도입부 설정이다. 나는 그다음이 궁금했
글: 김영진 │
201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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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영객잔]
[신 전영객잔] 이제, 나 여기 없어요
1.
스파이크 존즈가 2010년에 만든 단편 <아임 히어>(I’m Here)의 주인공은 때묻은 구형 PC의 머리와 엉성한 기계 몸을 가진 로봇이다. 로봇들은 허드렛일을 하며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주인공 로봇이 날라리 여자 로봇을 사랑하게 된다. 여자 로봇이 클럽에서 춤추다 팔이 잘리자 주인공 로봇은 자기 팔을 떼다 붙여준다. 한쪽 다리
글: 허문영 │
201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