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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좋게 헤어지기
사진가 구본창은 부친의 임종 앞에서 태산처럼 무거운 카메라를 들었다. 생명이 새어나가기 시작한 인간의 피부는 우리가 ‘껍질’이라 부르는 사물들의 표면처럼 두껍고 건조하다. 동시에 놀랍도록 단단해 보인다. 이물스럽지만, 이 역시 인간이 가진 얼굴이다.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목숨>은 마치 영생이 가능한 양 동안(童顔)과 장수를 숭배하며, 죽음
글: 김혜리 │
201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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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애들 보는 영화
<철의 꿈>은 울산 조선소와 제철소의 풍경을 중심으로 몇 갈래의 이야기를 시도한다. 산업화 이전의 신적인 존재였던 동해의 고래, 노동운동사, 감독의 끝난 연애가 연결된다. 그러나 모든 서사적 구성을 압도하는 영화의 동력은, 거대 기계의 스펙터클에 대한 카메라의 감출 수 없는 매혹이다. 노동의 이미지인지 자본의 이미지인지 규정할 수 없는 장관은
글: 김혜리 │
201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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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애타게 에이미를 찾아서
※ <나를 찾아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디자이너 테조 레미의 <당신의 기억은 버릴 수 없어요>(1991). 버려진 서랍들을 모아 새로 틀을 끼우고 밴드로 묶어 서랍장을 만들었다. 이 아름다운 수납가구의 덤은 쉽게 쓰고 버리는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레미는 손에 남은 물건들로 낙원을 건설한 표류자 로빈슨 크루소에게 영감을 얻었
글: 김혜리 │
20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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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처음은 체험, 두 번째는 회상
‘살아남은 소년’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세상이 해리 포터군을 잊을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느니, ‘머글’스러운 근면성으로 다양한 작품과 인물에 투신하는 편을 선택했다. 그간의 부지런한 여정이 있었기에 <킬 유어 달링>의 1940년대 컬럼비아 대학의 풍경이 환기하는 호그와트의 추억은, 관객에게 실소 대신 감회 어린 미소를 자아낸다. 아이비리그풍으로 차
글: 김혜리 │
201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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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이게, 다예요? 이게, 다예요.
*<보이후드>의 ‘스포일러후드’입니다.
3D, 4DX만 ‘몰입형 영화’(immersive cinema)가 아니다.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장소를 팝업 시네마로 바꾸고 한발 나아가 퍼포먼스 체험까지 더하는 게릴라 상영이 2000년대 후반부터 해외에서 인기다. 심지어 <쇼생크 탈출>을 교도소로 꾸민 폐교에서 재소자용 옷을 입고 관람하기
글: 김혜리 │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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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가난한 귀족
<브라운 자매>는 미국 사진작가 니콜라스 닉슨이 1975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아내와 그 자매들을 모아 촬영한 장기 연작이다. 포트레이트인 동시에 몸과 옷차림에 스며든 시간을 기록한 이 작품에서 닉슨은 네 사람을 항상 일정한 순서로 세워, 세월에 따른 자매들의 미묘한 관계 변화까지 포착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g
글: 김혜리 │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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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무표정도 표정이라면
※ <프랭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업스트림 컬러>(2013)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안의 아담한 영화관에서 보았다. 전작 <프라이머>(2004)에 이어 셰인 카루스 감독이 각본, 주연, 촬영, 편집, 작곡, 배급, 홍보물 디자인까지 도맡은 ‘원맨밴드’ SF다. 이 영화를 또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난초, 유충, 돼지
글: 김혜리 │
201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