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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장르라는 은유법
※ <팔로우>의 결말을 포함해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전철역 사물함에 핏덩이일 때 버려져 ‘엄마’(김혜수)의 조직에서 길러진 <차이나타운>의 일영(김고은)에게는, 쓸모가 곧 존재 이유다. 과연 매우 유용한 존재로 자란 소녀의 견고한 세계는, 딱 한번 머물지 말아야 할 곳에 머문 시선으로 인해 균열한다. 우리는 이런 분기점을 예전에 본
글: 김혜리 │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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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유령
※ <소셜포비아>와 <팔로우>의 중요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안데르센과 동시대를 산 덴마크 화가 크리스텐 콥케(Christen Købke, 1810~48)의 <도세링겐에서 바라본 풍경>(1838)이다. 오랫동안 나는 이 그림을, 떠나가는 나룻배를 선창의 두 여자가 전송하는 풍경이라고 이해해왔다. 저쪽 기슭에 저녁 짓는
글: 김혜리 │
20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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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거저 얻는 사랑
인공 눈사태가 스키장 레스토랑을 덮친다. 사상자는 없다. 깔려죽은 것은 위기의 순간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혼자 줄행랑을 쳤던 남자의 에고다. 가족의 공기엔 살얼음이 끼기 시작하고 이윽고 “나는 생존 본능의 희생자야!”라는 남자의 울부짖음이 쾌적한 호텔 복도에 울려퍼진다. 루벤 외스트룬드 감독은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의 배경인 스키 리
글: 김혜리 │
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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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악마는 까만 쫄티를 입는다
*<위플래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학대받은 개들의 반란을 그린 <화이트 갓>은 흔히 <혹성탈출> 시리즈에 비교되지만 판타지가 아니며 공간도 한 도시로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달리 말하면 갈등을 서사적으로 해소할 출구가 제한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르넬 문드루초 감독은 이 난점을 묻지도 따지지도
글: 김혜리 │
201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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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말 바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성인용 에로틱 로맨스로서 싱거운 실체를 드러낸 가운데, 때마침 시선을 유혹하는 영화가 있으니 피터 스트릭랜드 감독의 <듀크 오브 버건디>다. 몇몇 영화제에서 소개된 다음 올해 초 영미권 일부에서 개봉한 <듀크 오브 버건디>는, 겉으로 보이는 지배자-복종자 관계 뒤에 색색의 실크 커튼처럼 섬세하
글: 김혜리 │
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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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여행의 기술
※ <와일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광국 감독은 <꿈보다 해몽>에서도 <로맨스 조>에 이어 이야기 속 이야기, 이야기 옆 이야기를 연구한다. 당연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다시 인용된다. 단, 이번 영화에서 감독은 왜 타인들의 이야기가 연결되고, 연결되길 희구하는지까지
글: 김혜리 │
201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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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조용한 학교
셀피의 시대다. 지난 2월1일 폐막한 제44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는 14개 비디오아트와 실험영화 독립배급사로부터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Me, Myself and I)라는 주제에 맞는 작품 한편씩을 출품받아 흥미진진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마르그리트 란츠 감독의 <진주>(La Perle, 2007)는 휴대폰카메라 앞에서 한 여성이 명화 <
글: 김혜리 │
201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