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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조지 A. 로메로 <시체들의 새벽>과 톰 새비니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리메이크
‘옛날 어린이들에게는 호환, 마마, 전쟁 등이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 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될’거라던 경고를 철저히 무시한 지금 20세기 말의 옛날 어린이로서, 이 예언은 거의 적중해 지금의 나 자신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했다. 비행 청소년이 되는 건 어떻게 넘겼는데, 결과적으
글: 박수민 │
201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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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봉준호의 <옥자>를 보고 떠올린 리처드 플라이셔의 <소일렌트 그린>
늘 식당에 가면 별 고민 없이 즐겨 고르는 메뉴가 제육덮밥이다. 제육덮밥은 내게 미각의 정체성이고, 솔푸드이며, 완벽한 물질(?)이다. 나는 삶에서 아주 오랫동안 제육덮밥을 즐겨왔고, 다른 어떤 육류보다 돼지고기를 선호한다. 십몇년 전의 언젠가, 무슨 얼어죽을 체육대회의 만찬 준비를 위해 암퇘지 한 마리를 통째로 굽는 작업을 감독한 적이 있다. 나는 한
글: 박수민 │
20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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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카포티>와 <인퍼머스> 그리고 <인 콜드 블러드>
1959년 미국 캔자스주의 작은 마을 홀컴에서 농장주 일가족 4명이 엽총에 맞아 살해당한다. 이 학살로 범인(들)이 가져간 것은 망원경과 라디오, 그리고 50달러가 채 안 되는 돈과 1달러짜리 은동전 하나가 전부였다. 당대의 알려진 소설가이자 할리우드 시나리오작가이고 뉴욕 사교계의 셀러브리티였던 트루먼 카포티는 신문에서 사건에 대한 짤막한 박스 기사를 읽
글: 박수민 │
20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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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나카타 히데오의 <검은 물 밑에서>와 월터 살레스의 <다크 워터>
물속에 뭔가 있다. <링> 시리즈의 작가 스즈키 고지의 단편소설 <부유하는 물>(1996)에서, 주인공 요시미는 새로 이사 온 아파트의 수돗물 맛이 분명 다르다고 느낀다. 컵을 들어 형광등에 비춰보니 물속에 알 수 없는 미세한 먼지들이 떠다니며 기포와 엉긴다. 싱크대에 물을 버리는 요시미는 수원지로부터 아파트의 수도에 이르는 물의 경
글: 박수민 │
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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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가스파르 노에의 <돌이킬 수 없는>과 필립 그랑드리외의 <새로운 삶>
오래전 영화학교에서 장률 감독의 수업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자연스러움’을 좋아하지 않아요.” 감독은 서사의 관습으로 조작한 진실에 거부감을 가지고 내러티브를 감각으로 포장하는 것을 의심했다. 연출자로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민하던 나는 “나의 스타일은 나의 호흡, 이것이 진정성”이라는 감독의 말에 고무되었다. 영화는
글: 박수민 │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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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시노다 마사히로의 <침묵>과 마틴 스코시즈의 <사일런스>
엔도 슈사쿠의 원작 소설 <침묵>(1966)을 읽은 것은 2013년 1월의 겨울이다. 당시 나는 당인리 발전소 담벼락을 따라 들어가는 외진 골목길, ‘합정 슬럼’이라 부르던 동네에 살았다. 내가 기거하던 판잣집(농담이 아니다), ‘Southern Tears’로 이름을 붙인 무허가 건물에서 보내는 혹한은 괴로웠다. 월세가 싼 대신, 지독하게 추웠
글: 박수민 │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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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토니 스콧의 <맨 온 파이어>와 엘리 슈라키의 <격노의 사나이>
예전에는 영화 속 남자주인공들의 직업군이 대부분 형사, 군인 아니면 범죄자, 자경단이었다. 그들은 법의 집행자가 아니라면 반대로 범법자였고, 그 공권력마저도 위법하게, 지극히 사(私)적으로 집행하는 일이 예사였다. 그들은 위험한 외톨이들이었다. 생겨먹은 성격이 처음부터 고집불통에 수구꼴통인 그들은 걸어다니는 인간흉기였고, 항상 개인적인 원한과 증오에 불타
글: 박수민 │
2017-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