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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크리틱] ‘성적표의 김민영’의 시차가 암시하는 것
영상은 그것이 아무리 생생하더라도 언제나 앞서 발생한 시간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부득이하게 회고적 성격을 지닌다. 영상에는 기본적으로 과거라는 시제가 기입되며, 그리하여 우리는 관람 행위를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없던 과거를 기억해내기도 한다. 이는 영상이 재생될 때, 영상만 재생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흘러가는 과거의 표면을 바라보며 우리는 머릿
글: 이보라 │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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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김예솔비 평론가의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
이시이 유야 감독의 전작들에 대한 인상은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행복한 사전>의 마지막 장면이다. 해안가에서 남녀가 서로 거리를 둔 채 서 있다. 남자는 여자를 향해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하고, 여자는 웃는다. 이상하게 보이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허리를 굽힐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은 사실 두
글: 김예솔비 │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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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소은성 평론가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 등장하는 최악의 인간은 일단 두 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율리에(르나트 라인제브), 다른 하나는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최악이 되는 사정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에이빈드의 경우, 그 사정은 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에 꼭 들어맞아 보인다. 그는 파티에서 율리에를 마주치고, 사랑에 빠진
글: 소은성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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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오진우 평론가의 <놉>, OJ는 살아 돌아왔을까
<놉>에 관한 해석들이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다. 영향받을까봐 쳐다도 안 보고 나의 영화 체험에서 출발해 글을 썼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두 번째 관람하기 전까지 <놉>의 마지막 장면을 OJ(대니얼 컬루야)가 살아 돌아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나의 왜곡된 기억이 영화를 약간 다르게 접근할
글: 오진우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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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김철홍 평론가의 ‘비상선언’
코로나19와 빗줄기를 뚫고 영화관을 찾았다. 스크린엔 또 다른 재난이 있었다.
얼마 전 <비상선언>을 보지 않은 지인과 이 영화에 관한 얘기를 하다 생긴 일이다. <비상선언>을 보고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나는 다소 개략적으로 이 영화가 세월호 참사를 다루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그는 이를 전혀 몰랐다는 말을 하며
글: 김철홍 │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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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박정원 평론가의 '카우'
내레이션이나 인터뷰를 더하지 않은 이 영화의 선택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졌다.
안드리아 아놀드의 <카우>는 출생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난다. 영화의 주인공은 낙농장의 젖소 루마이고, 루마를 포함한 모든 동물의 삶 자체가 출생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기에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구성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루마의
글: 박정원 │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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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남송우 교수의 ‘한산: 용의 출현’, 사실과 허구 사이
<한산: 용의 출현>의 진정한 주인공은 한산대첩이 아니라 바로 이순신이어야 했다.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이 개봉 이후 놀라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개봉 8일 만에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가속도를 감안한다면, <명량>을 넘어설 기세다. 그렇다면 <한산>은 정말 이름값을 하
글: 남송우 │
2022-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