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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인생은 아름다워’, 뮤지컬영화가 마법 같은 순간에 가닿으려면
아무래도 이상하다. 아름다운 음악에 가려져 있지만, 세연(염정아)의 처지는 과하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 남편 진봉(류승룡)은 아내가 시한부 판정을 받자 아들의 수능부터 걱정한다. 그가 아픈 아내를 대하는 방식은 폭력적이고 아이들은 무례하다. 이에 대한 세연의 반응도 뜻밖인데, 무감각하거나 순응적이다. 후반부에 이 부분을 해명하는 서사가 등장하지만, 여전히
글: 홍수정 │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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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2차 송환', 그럼에도 그들은 꿈으로 살아간다
하나의 가정을 해보고 싶다. 영화 <2차 송환>이 아닌, 감독 김동원의 손이 아직 닿지 않은 촬영본, 김영식 선생을 비롯한 미송환 장기수 선생들의 모습이 맥락을 알 수 없는 단편적인 이미지들로 주어진다면, 우리는 거기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오랜 시간 타국을 전전해야 했던 칠레 극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은 자신의 망명기를 기술한
글: 소은성 │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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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크리틱] ‘성적표의 김민영’의 시차가 암시하는 것
영상은 그것이 아무리 생생하더라도 언제나 앞서 발생한 시간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부득이하게 회고적 성격을 지닌다. 영상에는 기본적으로 과거라는 시제가 기입되며, 그리하여 우리는 관람 행위를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없던 과거를 기억해내기도 한다. 이는 영상이 재생될 때, 영상만 재생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흘러가는 과거의 표면을 바라보며 우리는 머릿
글: 이보라 │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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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김예솔비 평론가의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
이시이 유야 감독의 전작들에 대한 인상은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행복한 사전>의 마지막 장면이다. 해안가에서 남녀가 서로 거리를 둔 채 서 있다. 남자는 여자를 향해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하고, 여자는 웃는다. 이상하게 보이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허리를 굽힐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은 사실 두
글: 김예솔비 │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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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소은성 평론가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 등장하는 최악의 인간은 일단 두 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율리에(르나트 라인제브), 다른 하나는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최악이 되는 사정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에이빈드의 경우, 그 사정은 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에 꼭 들어맞아 보인다. 그는 파티에서 율리에를 마주치고, 사랑에 빠진
글: 소은성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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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오진우 평론가의 <놉>, OJ는 살아 돌아왔을까
<놉>에 관한 해석들이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다. 영향받을까봐 쳐다도 안 보고 나의 영화 체험에서 출발해 글을 썼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두 번째 관람하기 전까지 <놉>의 마지막 장면을 OJ(대니얼 컬루야)가 살아 돌아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나의 왜곡된 기억이 영화를 약간 다르게 접근할
글: 오진우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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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김철홍 평론가의 ‘비상선언’
코로나19와 빗줄기를 뚫고 영화관을 찾았다. 스크린엔 또 다른 재난이 있었다.
얼마 전 <비상선언>을 보지 않은 지인과 이 영화에 관한 얘기를 하다 생긴 일이다. <비상선언>을 보고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나는 다소 개략적으로 이 영화가 세월호 참사를 다루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그는 이를 전혀 몰랐다는 말을 하며
글: 김철홍 │
202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