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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탑’,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영화 <탑>은 여섯개의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다(여기에서의 시퀀스 구분은 이 글의 진행을 위한 자의적인 것이다). 첫 번째 시퀀스에서는 영화의 유일한 공간인, 병수(권해효)가 머물게 될 건물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진다. 1층에서 식사를 마친 세 사람, 병수와 병수의 딸 정수(박미소), 그리고 건물주 해옥(이혜영)은 함께 계단을 오르며 이후에 등장하는
글: 소은성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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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불온한 웃음
어두운 집 안에 두 여자가 서로 거리를 둔 채 앉아 있다.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대화만큼은 선명하게 들린다. 서로의 얼굴만 봐도 치를 떨던 이들이기에, 어쩌면 어둠과 간격이 두 사람의 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여자가 묻는다. 엄마, 나 사랑해? 그러자 다른 여자는 웃음을 터뜨린다. 긍정도 부정도 아니면서 대답을 유예하고 있는, 불온한
글: 김예솔비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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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알파빌’, 고통의 도시(들)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1960)부터 장뤽 고다르는 뛰어난 형식주의자였다. 실험적 편집, 다이얼로그 도중의 갑작스러운 컷, 풀 프레이밍된 그림, 배우의 목소리를 덮는 음악.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클래식 영화의 규칙을 하나하나 무너뜨렸다. 고다르는 세계와 동시대 사람들(철학자이건 학생이건 노동자이건)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고, 필름누아르나 S
글: 스테판 뒤 메닐도 │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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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실패에 머물지 않은 힘과 끝내 버릴 수 없는 마음
“난 그냥,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어.” 하나의 매듭을 짓고 돌아설 때마다 불현듯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12년의 성장을 담아낸 영화 <보이후드>에서 엄마 올리비아(퍼트리샤 아켓)는 아들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이 기숙사로 떠나기 전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린다. 올리비아는 아들이 사진을 배우기 시작할 때 처음 찍은 사진을 보관 중이다. 엄마는 아
글: 송경원 │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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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컨버세이션’ 무주산골영화제 한국장편영화경쟁부문 ‘창’ 섹션 초청작 비평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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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의 두 번째 영화 <컨버세이션>(2021)은 제목에 충실하다. 영화 전체가 2인 이상이 모인 대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누군가의 진솔하고, 실없고, 애틋하고, 어이없는 대화를 듣기 위해 러닝 타임 전부를 할애한다. 전작 <에듀케이션>(2019)에서도 대화는 중요한 도구였지만, 성희(문혜인)와 현목(김준형) 두 사람의 만나질
글: 박인호 │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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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비밀의 언덕’ 무주산골영화제 감독상·관객상 수상작 비평 전문
0. 영화제가 끝나고 난 뒤
2022년 6월 6일.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시상식이 끝나고 김종관 감독님께서 핫도그에 맥주 한 잔을 사주셨다. 함께 먹으며 비가 갠 쾌청한 하늘 아래 무주등나무운동장에서 잠시 느껴본 여유. 낮 12시. 가장 많은 도움을 주셨던 이슬비님은 김종관 감독님을 태우고 대전 터미널로 향했다.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기 전 혼자서 벤치
글: 오진우 │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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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무주산골영화제 영화평론가상 수상작 비평 전문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의 주인공 영태(박송열)와 정희(원향라)는 30대 부부로 현재 일정한 직업이 없다. 영태는 영상작업자, 정희는 초등학교 특활교사지만 경력을 살려 일하기가 쉽지 않다. 생활을 유지하느라 둘은 공사장, 택배, 대리운전, 마트, 식당 등 가리지 않고 ‘알바’를 해왔다. 육체적으로 지옥을 맛보거나 심리적으로 자존감이 무너지는
글: 조혜영 │
2022-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