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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O.S.T와 함께 영화의 여운을 만끽, <바이브레이터>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서로 상대방의 영역을 침입하는 행위다. 눈이 내리던 어느 날 그녀가 그의 트럭 안으로 대뜸 찾아가자, 무지렁이로 보이던 남자는 주간지에 글을 쓴다는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이야기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바이브레이터>는 클레르 드니의 <금요일 저녁>을 기억하게 한다. 여류작가가 원작을 쓴 두 영
200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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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20쪽 단편을 100분으로 끌고 간 힘은, <여자, 정혜>
과거 남자와 첫경험이 어땠냐는 새신랑의 첫날밤 질문에 정혜는 “그냥 아팠어요”라고 응수할 뿐이다. 기억하기 싫지만 지워지지 않는 그 남자와의 강제적 관계는 그녀에게 말 그대로 아픔만을 주었기에 내뱉은 말이었다. 유일하게 사랑했던 어머니가 너무 빨리 한 줌의 재로 돌아가 버리자 정혜는 결국 스스로를 닫아버리고 집을 나와 혼자 살아간다. 칼날 같은 세상과
글: 조성효 │
200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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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고다르의 30년 숨결에서 영화의 역사를 본다, <장 뤽 고다르 컬렉션>
얼마 전 제인 폰다는 ‘하노이의 제인’을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그건 1972년 <렉스프레스>지에 실렸던 자신의 사진만 부정한 게 아니라, <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부정된 자신을 다시 부정하고, 아울러 <만사형통>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다르가 말했던 배우의 얼굴을 걷어내고 자신만의 표정을 드러낸 것일까? &l
200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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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우도의 아름다움 고스란히, <깃>
유독 무게가 부담되는 사람과 영화가 있다. 내부에 존재하는 예술가의 자의식과 외부로부터 부여된 심각한 주제는 송일곤의 어깨에 종종 답답할 정도의 무게로 걸쳐 있었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선 그 어떤 희망도 비관처럼 들리곤 했다. <깃>은 가볍게 살랑댄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에 순수한 자유가 깃들어 있는 가운데, 감독의 맑은 정신은 바람이 되어
글: 이용철 │
200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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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소장 강추! 픽사 제작과정을 한눈에, <인크레더블>
인간이 주인공인 최초의 작품을 만들면서 픽사가 감독직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브래드 버드에게 맡긴 것은 그가 단지 존 래스터의 동문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살인병기보다는 슈퍼맨이 되길 원하며 장렬히 산화했던 <아이언 자이언트>에서 래스터는 슈퍼영웅의 진면모를 보았던 것이다. <엑스맨>에 <사이보그 009>의 캐릭터들을 합
글: 조성효 │
200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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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유머의 한복판, 가슴이 운다, <노맨스랜드>
발칸반도는 인종청소가 두번씩이나 발생한 저주받은 지역이다. 20세기 초 터키에 의한 아르메니안 100만 학살에 이어 90년대 세르비아에 의해 20여만명의 보스니아인이 학살당했던 것이다. <노맨스랜드>는 수년간에 걸쳐 발생한 보스니아 내전을 2시간도 채 못되는 시간과 한뼘의 땅에 갇힌 3명의 병사를 통한 작은 전쟁으로 사태의 본질을 녹여 보여
글: 조성효 │
200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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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사랑에 관한 마이크 니콜스의 질문, <클로저>
마이크 니콜스의 영화에서 4는 불안한 숫자다. 데뷔작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1966)가 그랬고, <클로저>의 전신이라 할 <애정과 욕망>(1971)이 그랬다. 세 영화엔 네명의 배우만 등장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넷을 다루는 감독의 손길이 칼자루를 쥔 듯 매섭다. 네 캐릭터는 탈색된 사회풍경을 뒤로한 채
200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