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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전라도 버전의 조폭코미디, <목포는 항구다>
서울로 진출하지 않는 이유가 ‘내 고향이 제일로 좋다’는 백성기(차인표)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목포는 항구다>는 목포라는 항구도시의 화사한 속살을 진득하게 보여준다. 능청스러운 전라도 사투리가 귀를 간질이고, 정겨운 목포 시가지 곳곳과 함께 대나무밭과 녹차밭 등 관광지들도 화면에 담아 보여준다. 그 풍경도 그렇고, 살가운 사람들도 그렇고
글: 김봉석 │
200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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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선택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종교적 윤리극, <아들>
현대 윤리학의 과제는 모든 것을 ‘선택’으로 환원하는 경향이 있다. 채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로 기대값을 구해 ‘죄와 벌’이라는 유구한 심연을 넘어보겠다는 근대적 일환이다. 하지만 선택을 하는 개인 속으로 꿰뚫고 들어가는 미학적 기획은 개념을 구원하려는 이같은 안전망을 갈가리 찢어놓는다. 영화라면, 고대 그리스 비극의 무대가 프레임 안으로 밀려들어
글: 김종연 │
200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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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전복적 기운이 묻어나는 로맨틱코미디, <그녀를 믿지 마세요>
최양일 감독의 <헤이세이 무책임일가: 동경디럭스>를 보면 일가족 사기단이 나온다. “속기보다는 속여라”는 가훈으로 똘똘 뭉친 이 가족은 천부적인 연기력과 비상한 잔머리, 단체라는 장점을 무기로 기발한 사기를 치고 다닌다. 그러나 이 가족의 엽기적인 사기행각이 밉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이들이 주류사회로부터 소외받은 마이너리티의 비애를 대변하고
글: 백은하 │
200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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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서사극 스케일의 멜로드라마, <콜드 마운틴>
피투성이 대지에 한 병사가 서 있다. 도랑에는 피가 흐르고 바위와 나뭇등걸은 피묻은 손자국으로 붉다. 많은 사람을 죽였으나 아직 죽지 않은 남자는 기다리겠노라하던 고향의 여인을 생각한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무엇을 봤는지 모두 알고 나면 당신은 다시는 내 무릎에 그처럼 다정히 기대지 않겠지요. 행여 내 안에 좋은 것이 있었다면,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글: 김혜리 │
200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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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소통 불능의 도시에서 유랑하는 두 이방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아무리 지구촌이니 세계화니 해도 외국에 나간다는 건 여전히 지금도 포스트 바벨탑 시대임을 체감하는 일이 된다. 그 나라 말도 우리말도 무용지물이고 영어마저 각자의 버전대로 발음이 휘어지노라면, 소통 불능의 해프닝은 유쾌한 추억으로 남기 전에 웃지 못할 답답함과 서글픔으로 물들기 일쑤다. 이때만큼 모국인이라면 누구나 친구가 될 것 같은 순간도 없다. 그
글: 정승훈 │
200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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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뉴욕] 날아라, 날아 로보트야!
한국계 감독 그렉 박이 연출한 첫 장편영화 <로봇 이야기>(Robot Stories)가 2월13일 뉴욕을 시작으로 워싱턴 DC(2/20), 보스턴(2/27), 시카고(3/5), LA(3/12), 세인트루이스(4/2), 샌프란시스코(4/16), 버클리(4/16) 등지에서 릴레이 개봉에 들어갔다. 박 감독의 프로덕션 컴퍼니 ‘박필름’(Pak Fi
글: 양지현 │
200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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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LA] 검은 피부의 영화제
국내외에서 각종 굵직한 영화제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12회 ‘팬아프리칸영화 및 예술제’(PAFF)가 2월5일 조용히 시작되었다. 전세계 각지에서 선발된 160여편의 아프리칸영화가 상영되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아프리칸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제의 선명한 정체성 탓인지 기타 영화제에 비해 언론과 일반인의 관심을 끄는 것이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피부 색
글: 옥혜령 │
200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