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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 쌀로 밥을 짓는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
“기후변화에 대해서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그게 어떤 대처입니까?” “그걸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않네요.” 소위 ‘펀쿨섹좌’로 불리며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은 일본 정치인 고이즈미 신지로의 어록은 주장을 근거로 삼는 일종의 순환논법에 가깝다. 이를테면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것이 약속이니까”라는
글: 송경원 │
20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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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어느 날 문득 슬픔이 찾아오더라도 불안해하지 않고
솔직히 <인사이드 아웃2>는 전작만큼 끌리진 않았다. 성공한 작품의 속편이 다소 가혹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알기에 반대로 칭찬해줄 마음을 가득 품고 봤지만, 끝내 실패했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보니 ‘불안이’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불안이는 전작의 슬픔이만큼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에서
글: 송경원 │
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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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눈치와 염치
아이 돌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지루함에 몸을 비틀며 핸드폰을 슬쩍 보다가 아이 앞에서 핸드폰 좀 그만 보라며 혼이 난다. 그렇게 강제로 아이‘들’을 가만히 보다 보니 문득 신기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조차 아이들은 도통 지루할 틈이 없다. 권태를 허락지 않는다고
글: 송경원 │
202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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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사유의 보석함을 채우며
충격은 점에서 멈추지 않고 시차를 둔 채 선으로 이어져, 결국 면의 형태까지 퍼져 나간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처음 본 후 떨리는 손으로 메모장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간혹 굳이 언어로 옮겨 적는 것에 회의나 한계가 느껴지는 영화가 있는데 딱 그런 (기분 좋은) 무력감 혹은 도전정신을 안겨주는 작품. 오프닝에서 이미
글: 송경원 │
202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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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 77회 칸영화제는 타임머신을 타고
영화는 타임머신이다. 인류 최초는 아니지만 (아마도 최초의 타임머신은 ‘이야기’가 아닐까) 가장 직관적인 방식의 타임머신임엔 틀림없다. 흔히 추억의 옛 노래를 들으면 순식간에 과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고들 하는데, 영화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은 좀더 직접적이면서도 복잡하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거나 빨리 감는 건 평범한 축에 속한다. 관객을 영화 속으로 초대
글: 송경원 │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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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 여전히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기후변화는 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 인류와 생명체를 위협하는 긴급한 사안에 대해 힘을 합쳐 방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거대 기업을 위한 지도자를 지지해선 안됩니다. 원주민 생태변화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우리 자녀들과 아이들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 사람, 탐욕스러운 정치인들에 의해 입막음당한 사람, 이
글: 송경원 │
202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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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 적당해 지지 않는 마음
“힘 빼고, 편하게 해.” 때로(사실 거의 대부분) 말은 내용보다 발화자의 중력에 끌려간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어떤 위치에서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로 소화될 수밖에 없다. 목요일 마감, 이번주도 어김없이 영혼이 탈탈 털린 뒤 잠시 넋을 놓고 멍 때리는 중이다. 원래 한창 바쁠 때 맹렬하게 딴짓을 하고 싶어지는 법이라, 한마디 숨을 크게 내뱉으며
글: 송경원 │
202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