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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생각이 안 났어.” 영아 유기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고등학생 기정(이하은)은 왜 자신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냐는 언니 유정(박예영)에게 초연히 대답한다. 이들의 사이는 언제부터 멀어졌을까. 유정과 기정은 어릴 적부터 부모를 여의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지만, 이 상황은 서로에 대한 자연스러운 애정보단 부담감으로 번지고 말았다. 기정의 영아 유기 사건으로 인해 자매의 멀고 먼 거리감이 표면에 드러난 것이다. 유정은 기정의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려 하고, 이때 기정의 친구 희진(김이경)이 유정 앞에 나타난다. 기정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희진은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며 유정의 주위를 맴돈다. 이 세 인물 사이에 흐르는 짙은 밀도의 관계성이 <언니 유정>을 이끈다. 그리고 박예영, 이하은, 김이경 배우의 진정 어린 감정 연기가 <언니 유정>을 완성했다. 가장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진 유정의 황폐함이 박예영 배우의 눈빛에, 삶의 혼란을 홀로 내려놓은 듯한 미묘
[커버] 관계의 문법, <언니 유정>, 박예영, 이하은, 김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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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초록색 피부로 차별의 대상이 되었던 엘파바(신시아 이리보)는 동생 네사로제(마리사 보드)의 쉬즈 학교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입학식을 찾는다. 한편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고 속에서 엘파바의 타고난 마법 능력을 감지한 마담 모리블(양자경)은 엘파바가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오래전부터 모리블의 제자가 되고 싶었던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는 그의 눈에 들기 위해 엘파바와 방을 나눠 쓰겠다고 한다. 조용하고 진지한 성격의 엘파바와 주변 사람의 관심을 즐기는 글린다는 서로 다른 성격과 배경을 바탕으로 마음의 거리를 쉽게 좁히기 어려운 동거를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한 <위키드>는 뮤지컬에 생략되었던 원작의 이야기를 친절하고 흥미롭게 풀어나가며 의상, 미술, 음악 등 초호화의 영화적 장치를 무기 삼았다. 뮤지컬 넘버의 위세도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리뷰] 작았던 무대가 영화적 마법을 만나 무한하게 넓어진다, 한계를 거스르며, <위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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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레벨업 –리어웨이크닝->은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이 원작인 TV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의 총집편이다. 전세계 누적 조회수 143억뷰를 달성한 인기 웹툰을 한국, 일본, 미국이 공동투자해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A-1픽처스가 애니메이션화한 <나 혼자만 레벨업> TV판은 일본에서 2025년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있다. 그에 앞서 스페셜 극장판으로 먼저 공개되는 이번 총집편은 TV판 시즌1의 주요 장면과 시즌2의 첫 에피소드 일부를 재구성하여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차원을 잇는 통로 게이트가 나타난 지 10여년, 초인적인 힘을 각성한 헌터들이 등장한다. 다만 헌터들은 각성할 때 능력과 한계가 정해져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어느 날 최약체 하급 헌터인 성진우는 우연한 계기로 홀로 레벨업할 수 있는 능력을 얻고, 몬스터들과 싸우며 성장을 거듭한다. <나 혼자만 레벨업>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화려한 액션신을 큰 스크린에서 관람하
[리뷰] 엑기스만 모은 팬 서비스, 시즌2 맛보기는 보너스, <나 혼자만 레벨업 -리어웨이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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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극단에서 생활하던 승원(유승원)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난 뒤 갑자기 극단을 그만두고 나와버린다. 아버지의 빈소에서 오랜만에 마주친 이복남매 가현(정가현)은 승원에게 자신의 엄마와 함께 살라고 제안하지만 승원은 대꾸 없이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아버지의 집에서 승원은 잠들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으며 밤을 새우기 일쑤다. 그렇게 며칠을 보냈을 무렵 가현이 불쑥 아버지의 집에 찾아온다. 가현은 돌아가신 아버지나 승원의 친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떠들어대며 승원의 신경을 긁는다. <아가미>의 주인공인 승원은 연극배우지만 많은 장면에서 침묵으로 일관한다. 대신 영화를 채우는 것은 알 수 없는 무기력과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승원의 행동이다. 오프닝에서부터 일관된 사운드가 인물의 불안과 신경증에 일조한다. 각본에서 연출, 주연을 맡은 유승원 감독의 데뷔작.
[리뷰] 작게 벌어진 틈으로 비어져 나오는 오묘한 불안과 신경증, <아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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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모르는 것 없는 친구 사이인 왕샤오샤(이목)와 유즈(루준석). 친구들은 왕샤오샤를 공공연하게 ‘유즈의 와이프’라고 부르며 둘 사이를 놀리듯 인정하지만 왕샤오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유즈와 아웅다웅 다툰다. 어느 날 왕샤오샤는 뉴욕에 있는 엄마 몰래 어린 시절 살던 동네로 이사 온 전학생 청(조우녕)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도도한 전학생 청은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 소꿉친구를 남몰래 그리워하는 중이다. 한편 청에게 푹 빠진 왕샤오샤를 지켜보는 유즈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대만 작가 마키아토의 동명의 연애소설을 원작으로 한 <여름날의 레몬그라스>는 고등학교를 무대로 10대 소년 소녀의 애틋한 풋사랑과 삼각관계를 그린다. 간혹 인물의 감정선과 사건이 정확히 맞물리지 않지만 방과후 부 활동, 여름밤의 음악제를 순회하며 누구의 추억도 아니면서 모두의 것이기도 한 첫사랑의 싱그러운 감성만큼은 제대로 전한다.
[리뷰]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모두의 것인 풋사랑 추억 순회, <여름날의 레몬그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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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잔하는 마을은 고요하게 서럽다. 그럼에도, 죽을 순 없기에 살아진다. 활기를 잃은 작은 어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젊은 어부 용수(박종환)는 탈출을 꿈꾼다. 용수는 선장 영국(윤주상)에게 자신을 사고사로 위장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간청한다. 마찬가지로 마을을 벗어나고 싶었던 딸과의 불화로 얼룩진 과거를 후회하던 영국은 고심 끝에 용수의 거짓말에 동참한다. 한달이면 보험금이 지급될 거라 생각했지만 용수의 가족은 용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다림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이상하게 꼬여간다. <불도저에 탄 소녀>(2021)의 박이웅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사람에 초점을 맞춘 카메라는 윤주상, 양희경 등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를 통해 어느새 보는 이의 마음속에 한줌 온기를 지핀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 뉴 커런츠상, KB 뉴 커런츠 관객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리뷰] 고요하게 사라지고, 온기로 살아나는, <아침바다 갈매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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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나오미 애키)는 동화 같은 희망 하나로 가난한 삶을 견딘다. 바로 젊은 백만장자 슬레이터(채닝 테이텀)와의 운명적인 만남이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열리는 파티에 슬레이터가 참석하면서 프리다는 바라던 대로 그와 친해지는 데 성공하고, 친구 제스(알리아 쇼캣)와 함께 슬레이터의 섬으로 초대된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천국인 양 행복하다. 제스가 실종되어도 모를 정도로. 배우 조이 크래비츠의 야심찬 데뷔작 <블링크 트와이스>는 <프라미싱 영 우먼>과 함께 미투(#Metoo) 이후 강간 복수극의 계보에 자리한다. 대칭적이고 세련된 색감의 미장센과 점프컷, 과감한 몽타주가 영화의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간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시각화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장르적으로도 흥미롭다. <위커맨> <겟아웃> 등 고딕/포크 호러를 오마주해 호모소셜과 과시적 소비주의가 결탁한 동시대 문화의 으스스함을 잘 포착한다. 다만 주제를 직접 노출하는 대
[리뷰] 미투와 버닝썬 이후의 호러란 무엇인가. 인스타그래머블한 시대의 악몽을 포착한 야심찬 데뷔작, <블링크 트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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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과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 산성비가 내리는 근미래. 노동자 미셸(기욤 카네)은 전처 엘리스(레티시아 도슈)에게서 딸 셀마(파스장스 문헨바흐)를 데리러 와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프랑스에도 산성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다. 기적적으로 만난 셋은 산성비를 피해 서둘러 벨기에로 향한다. <애시드 레인: 죽음의 비>는 폐쇄된 공간과 우주적 공포를 그려낸 연출과 비전에서 <우주전쟁>(2005)과 닮아 있다. 재난영화의 클리셰를 따라가면서 세대 갈등과 기후 난민, 계급 등 기후 위기를 둘러싼 복잡한 정치적 맥락을 가족 서사의 틀에 녹이는 데 공들인다. 인물의 서사가 깊지 않고 미셸과 셀마간의 갈등 구조가 다소 도식적으로 보이지만 생태주의 영화로서의 의의는 충분하다. 다만 산성비의 물성을 고려하지 않은 영화적인 허용이 SF 장르로의 완성도와 엄밀성을 반감한다는 점이 아쉽다. 2023년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 상영작이다.
[리뷰] 사실주의인가 우울인가, 한점의 희망까지 녹이는 기후 위기 시대의 염세주의, <애시드 레인: 죽음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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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자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쥔 이후 임수정 선수는 10여년간 여자 씨름계의 최정상을 지켜왔다. 한편 송송화 선수는 뒤늦게 재능을 깨달아 씨름판에 뛰어든 뒤 20년 동안 씨름에 몰두해왔다. 체급도, 씨름을 시작한 계기도 다 다르지만 양윤서, 김다혜, 최희화 선수는 선배 여자 씨름 선수들이 걸어온 길을 좇는 동시에 자신만의 전략을 다지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모래바람>은 2017년 여자 씨름단 ‘콜핑’에서 활약한 5명의 여자 씨름 선수들의 여정을 다룬다. 선수 개개인의 이력과 변화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결국 이들의 이야기는 치열하게 승리를 쟁취해낸 여성들의 서사로 읽을 수 있다. 유독 여성에게 박하게 가해지는 나이듦에 관한 편견을 보란 듯이 이겨내는 등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서사가 뭉클하게 기록됐다. 여성 스포츠인의 강인한 몸과 움직임을 담아낸 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제6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에서 장편경쟁부문 관객상을 수상했다.
[리뷰] 모래판 위에 쓰여진 여자 장사들의 승리의 역사, <모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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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도 토토노(스다 마사키)는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자칭하지만 탁월한 추리 실력으로 경찰의 비공식적 파트너로 활동한다. 명탐정 코난 못지않게 사건에 휘말리는 그는 취미인 미술관 투어를 갔다가 시오지(하라 나노카)라는 고등학생에게 의뭉스러운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자신을 포함한 4명의 상속인들이 막대한 유산 상속 경쟁에 들어서게 됐는데, 가문 대대로 경쟁 과정에서 사람이 죽어 도움을 요청한 것. 얼떨결에 제안을 수락한 토토노는 각자에게 주어진 창고를 목적에 맞게 채워야 하는 독특한 미션을 지켜본다. 대결이 시작된 뒤 시오지가 다칠 뻔하고 다른 상속자가 창고에 갇히는 일이 벌어지자 토토노는 정말로 죽음이 벌어지는 집안싸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브로콜리 모양의 타고난 곱슬머리, 그만큼 풍성하게 동여맨 목도리, 여기에 떡볶이 코트까지.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토토노가 돌아왔다. <극장판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는 동명의 만화뿐만 아니라 만화 원작 드라마까지 흥행하며 영
[리뷰] 은근히 찾게 되는 뭉근한 추리극의 매력, <극장판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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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를 촬영할 때 난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 당시 나의 시력은 2.0이었는데도 세상 모든 것들이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하게 보였다. 세상이 뭉개져 보인 상태로 촬영했던 영화가 <우리 선희>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이선균 배우 추모전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기 전까지 난 이 영화의 이미지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내 기억 속의 <우리 선희>는 흐릿한 영화였다. 11년 만에 본 영화, 내가 직접 촬영했음에도 영화의 빛은 모두 처음 보는 것이었다. 배우들의 어깨 위에 빛이 있었고 반복되는 같은 장면에서는 사라졌다. 다시 반복되는 장면에서는 빛이 배경 위에 있었다.
<벌집의 정령> 속 아나의 언니 이사벨의 말처럼 정령은 우리 주변에 있다. 빛도 우리 주변에 있다. 이제는 시력이 돌아와 세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런데 선명하게 보일수록 오히려 보이지 않는, 아니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시력은 돌아왔으나 촬영을 할
[박홍열의 촬영 미학: 물질로 영화 읽기] 잃어버린 영화를 찾아서, <벌집의 정령>과 <클로즈 유어 아이즈>, 31년 사이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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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선 당선 후 미국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그의 첫마디는 “이제 누가 ‘이상한 사람들’인지 보라고!”였다. 지난 8월2일,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츠는 TV 방송 출연 중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 후보와 J. D. 밴스 부통령 후보에 대해 “좀 이상한 사람들 같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이 발언 장면은 순식간에 SNS에 퍼지면서 유명세를 탔고, 짧고도 멋지게 핵심을 찌른 말이라고 민주당 지지자들 등에서 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내 친구의 얼굴이 어두워진 건 그때였다고 한다. 2016년의 일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절반”은 “인종주의자, 성차별주의자, 동성애 혐오자, 외국인 혐오자, 이슬람 혐오자들”이라고 하면서 한마디로 “한 떼거리의 한심한 것들”(basket of deplorables)이라고 부른 바 있었다. 당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이 발언을 크게 증폭하여 자
[홍기빈의 클로징] “Look who’s ‘weird’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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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개봉한 영화 <백만엔걸 스즈코> 다들 재미있게 보셨나요? 20대 초반의 주인공 스즈코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게 슬슬 눈치가 보입니다. 독립을 꿈꾸며 자취를 하려는 과정에서 다툼이 생겨 그녀는 전과자가 되고 맙니다. “그토록 얌전하던 애가 전과자라니?” 같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힘들었던 스즈코는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그곳에 도착해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하고요, 백만엔이 모이면 또 다른 곳으로 거취를 옮깁니다. 백만엔 정도라면 어디서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돈을 모으는 거라지만, 머물지 않고 떠돌고 싶어서 돈을 버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생기기 마련일 텐데 언젠가는 나 자신을 보여주고 그 반응에 직면해야 한다는 건 스즈코에게 두려운 부분이겠습니다.
일본의 착한 청춘영화 느낌이지만 젊은 여자가 유랑하며 겪게 되는 뭐라 말하기는 어려운 애매함 같은 것에 대한 표현도 피하지 않
[김사월의 외로워 말아요 눈물을 닦아요] 천만원 걸 김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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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잠시 길을 헤매던 남자가 말한다. “여기가 이렇게 연결되네요”라고. <미망>에 참 어울리는 대사다. 김태양 감독은 단편영화 <달팽이>(2000)와 <서울극장>(2002)의 중편 길이의 에피소드를 ‘여기’에 ‘이렇게 연결’하며 트릴로지 형식의 장편영화로 탄생시킨다. <달팽이>가 <미망>에 도착하는 데까지 걸린 4년여의 시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많은 것들이 변해버렸지만, 김태양은 여전히 그 자리에 똬리를 틀고 머무는 것들을 바라보려 한다. 변해버린 것들을 힐난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사라진 것들을 상실과 체념으로 끌고 가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변하지 않는 것들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각 에피소드는 이어지면서도 단절되고, 동일한 곳으로 회귀하면서도 이전보다 한뼘 더 크게 원을 그린다. <미망>은 그렇게 작품 속에 나이테를 새긴다.
감정의 잔여물, 갈피 잃은 마음참 알 수 없다.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
[비평] 남아 있는 마음, 덕분에, <미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