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선희, 그림 그리는 준상 그리고 시를 쓰는 지봄.” 무척이나 가뿐한 영화의 시놉시스처럼, <구름이하는말>은 정말 구름의 자유로운 모양새를 이야기로 치환한 듯한 작품이다. 부산에 있는 작은 카페 ‘매일이다르다’에선 곧 2인조 밴드 ‘현수와 선희’의 작은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이에 준상(이시오)은 공연의 포스터를 그리게 되고, 선희(배선희)는 노래를 준비한다. 이 과정에 청중으로 참여했던 지봄(이지봄)은 선희의 곡에 가사를 붙이게 된다. 재개발로 인해 정든 집을 떠나야 하는 지봄에게 이 일은 꽤 기분 좋은 전환의 계기가 된다. 이렇게 창작의 맥락과 협업으로 자연스레 얽혀가는 많은 이의 모습이 차근차근 포개어진다. 가까운 곳에 사는 이들이 서로의 옷깃을 스치며 살짝 만났다가 헤어지고, 각자의 일상을 사는 느슨한 군상극이다. 여기엔 지나치게 예술 작업을 지나치게 우상화하는 과잉의 터치도 없고, 감정의 골을 억지로 뽑아내려는 드라마타이즈의 압박도 없다. <구름이하는말>엔 고양이가 아주 자주 등장한다.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하고, 카메라가 그들의 동선을 조심스레 기다리기도 한다. 민감한 고양이가 거부감 없이 프레임에 개입할 정도로, 등장인물들 역시 모종의 극적 거부감 없이 자연스러운 태도와 몸짓을 화면에 채워낸다. 비전문 배우를 주로 기용하며 다소간의 다큐멘터리적 시선을 극 안에 내포한 장태구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묻어난 대목이다. 또한 종래의 독립영화에서 보기 힘든 넉넉한 편집의 심상과 디졸브의 과감함도 영화의 자유로움을 키우는 감독 고유의 인장이다. 2024 전주국제영화제 지역 독립영화 쇼케이스 섹션에서 상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