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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두의 새로운 도전,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모홍진 감독
유선아 사진 백종헌 2025-11-06

한국-베트남 공동제작의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가 베트남과 북미에서 개봉을 마친 후 한국 극장가를 찾아온다. 거리의 이발사 환(뚜언 쩐)은 치매에 걸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 레티한(홍 다오)과 호찌민에서 살고 있다. 엄마의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져만 가는데 환 역시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엄마를 온전히 돌볼 수 없다. 환은 엄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국에 사는 이부형제 지환에게 엄마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연출자이면서 동시에 다른 문화를 사려 깊게 관찰하는 수용자이기도 한 모홍진 감독은 양국의 정서가 공명하기를 바라며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둔다. 영화가 베트남에서 상영되는 동안 현지에 체류하며 다양한 반응을 미리 겪고 온 감독에게서는 함께 작업한 사람들을 향한 기쁨과 고마움이 묻어났다.

- 전작 <이공삼칠>이 베트남에서 흥행한 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한국-베트남 공동제작으로 만들어졌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코로나19 시국에 <이공삼칠>이 베트남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했다. 고마운 마음이었다. 영화 때문에 베트남을 방문하게 됐는데 그곳의 정서가 굉장히 좋았다. 시장이나 공원을 다니며 그들의 삶을 연구하기도 했다. 베트남 영화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 시장이 어려워 피난을 한 것은 아니고, 베트남 영화 관객의 정서와 우리의 정서가 교집합되는 부분으로 서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취지로 시작했다.

- <우리동네>나 <널 기다리며>는 스릴러, <이공삼칠>과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가족드라마다. 쓰고자 하는 이야기의 장르가 완전히 넘어온 건가.

영화적 가치관까지는 못 되어도 가족은 작은 시작이면서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것이라 믿는다. 개인적으로 가족애가 굉장히 강하기도 하고. 가족에 관한 시나리오는 계속 써왔지만 영화화되었던 작품들이 스릴러라 그렇지 원래는 가족영화를 가장 좋아한다.

-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의 이야기 구상의 시작은.

어떤 소재를 쓸지 생각하던 차에 베트남에 있는 선배가 짧은 기획서를 보내주었다. 그때 이 제목에 꽂혔다. 주인공이 치매에 걸린 엄마를 호찌민에서 하노이로 이부형제에게 데려다준다는 간단한 줄거리였는데 잘하면 배경을 한국으로 전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현장에서 배우들의 대사 뉘앙스 표현이나 연기 연출에서 미세한 조율이 필요했을 텐데 오케이는 어떻게 확신했나.

대사를 검사하는 사람이 옆에 있었다. 사실 연출할 때 눈빛만 본다. 눈빛에서 대사가 느껴지지 않으면 오케이를 하지 않는다. 나는 마음의 언어를 신뢰해서 주파수를 열어놓으면 통신이 되듯 배우가 어떤 마음으로 말하는지 느낄 수 있다. 작가 출신이라서 어떤 연출자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연출자가 남는 영화를 찍고 싶지 않다. 결국 영상으로 귀결되는데 그러려면 배우의 연기가 중요하다. 확고한 연출 의지를 가지면 배우가 그걸 벗어났을 때 못마땅할 수 있다. 두 번째 연출을 하고 나서부터 내가 선택한 배우들이 잘할 수 있도록 그들의 시간을 존중하고 기다렸다. 한국에서 하던 연출 방식을 베트남에서도 그대로 했다.

- 베트남 배우 홍 다오와 뚜언 쩐에게 엄마와 아들 역을 맡겼다. 어떤 방식으로 캐스팅했나.

극장을 지나다 <남부의 노래>라는 영화 포스터를 봤다. 한 배우가 내가 생각한 이미지여서 ‘이 배우하고 해야겠다’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게 뚜언 쩐이었다. 그 후로 너무 유명해지고 몸값도 올랐는데 시나리오를 보내고 나흘 만에 연락이 와서 함께하게 됐다. 뚜언 쩐이 <마이>라는 영화에서 엄마 역으로 나온 홍 다오 선생님을 추천했다. 첫 만남에서 이 작품이 대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분과 함께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여담인데 홍 다오 선생님은 공동 제작자가 시나리오를 보내고 세 시간 만에 연락 와선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더라.

- 엄마와 어린 지환, 환이 짜장면을 먹는 장면은 한국적인 에피소드다. 배우들에게는 짜장면에 얽힌 한국 정서를 어떻게 전했나.

음식은 이해해야 하는 문화가 아니라 서로 호기심을 갖는 문화인 것 같다. ‘너희도 쌀국수 먹었지, 우리는 어릴 때 이거 먹었어’라고 말하면 배우들은 ‘우리가 쌀국수를 먹듯이 짜장면을 먹었겠구나’ 하는 식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 장면에서 배우들이 짜장면을 더 맛있게 먹으려고 하는 게 보였다.

- 우리는 잘 모르지만 우리와는 다른 베트남 관객의 정서로는 무엇이 있나.

베트남 관객은 영화에서 제3의 지역을 만드는 걸 불편해한다. 신기한 게 행정적으로도 허구의 도시를 만들 수 없다. 베트남 관객에게 호찌민 촬영 장면은 영화에서도 호찌민이어야 하고, 판티엣이면 영화에서도 판티엣이어야 한다. 모자가 판티엣의 바닷가에 앉아서 “이제부터 여기에서 살 거야”라고 말하고 호찌민에서 사는 광경이 펼쳐지면 베트남 관객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월드 버전과 베트남 버전에서 이 장면의 내레이션이 다르다.

- 베트남 제작진과의 작업 과정은 어땠나.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현장에서 대사를 검사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들은 현장 편집을 하는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란다. 로케이션을 받아들이는 관객의 감각처럼 베트남 제작자나 마케팅 담당측에서 모니터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하다. ‘이게 뭐 문제가 되나’라고 하기에는 베트남 공동제작의 첫 작품이었고 이 새로움과 낯섦을 우리도 새롭게 배워가면서 열심히 쫓아가는 분위기였다.

- 예상했어도 당혹스러웠거나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던 적은 없나.

베트남에서도 영화 등급 분류를 하지 않나. 현장 PD가 이런 적은 여태 처음이라고 하면서 나한테 와서 그랬다. 등급을 분류하는 분이 베트남에서 좋은 영화가 나온 것 같다며 모 감독에게 수고했다고 전해달라 했다더라. 또 검열 때문에 시나리오를 쓰면 공안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공안이 시나리오가 좋으니 영화 잘 만들라고 하면서 도와주겠다고 했다더라. 큰 사고 없이 조화롭고 수월하게 흘러갔다.

- 국제 공동제작을 염두에 두고 구상 중이거나 진행 중인 작품이 있다면.

<이공삼칠> 개봉 때 베트남 국가 행사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그때 작가하고 함께 갔는데 한국의 태권도같이 베트남의 보비남이라는 무술을 소재로 한국과 로맨스 같은 액션을 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나눴다. 베트남 양옆에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있는데 두 나라에서는 베트남영화를 잘 상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멋진 액션영화를 찍어서 태국과 인도네시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 또 하나는 기쁜 가족영화를 하려고 한다. 초고는 완성해서 배우들에게 보였다. 나를 알리기보다 베트남의 좋은 배우들을 보여주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생소한 언어지만 배우들의 표현의 가치를 봐주기를 바란다. 정말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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