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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마음> - 윤성희 지음 창비 펴냄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 박하루 지음 엘릭시르 펴냄
<봄밤의 모든 것> - 백수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샤일록 작전> -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비채 펴냄
<씨네21>이 추천하는 3월의 책 - 봄밤엔 책을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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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 수준으로 더울 거라는 뉴스를 봤다. 아니, ‘뜨거울’ 거라고 해야 할까. 몇년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제 지구온난화의 시대가 끝났으며 ‘지구 열탕화’ (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성토한 바 있다. 아스팔트가 내뿜는 펄펄 끓는 열기를 견디며 길을 걷다 보면 사막화된 지구를 배경으로 행성적 단위의 대규모 멸종 이후를 묘사하는 <매드맥스> 시리즈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미래는 영화를 매개로 이미 현재에 편재한다- 혹은 반대로 영화가 미래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영매이거나. 기후물(Climate Fiction, Cli-fi)은 이같은 현재와 미래의 상호피드백 관계를 토대로 최근 급격히 번성 중인 SF의 한 하위 장르다. 이 용어는 댄 블룸이 2011년 상업적으로 잘 풀리지 않았던 어느 소설의 홍보를 위해 처음 고안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후물은 “불타거나, 물에 잠기거나, 죽어가는” 지구 환경 속에서 소수의 인간들이 살아남으려
[이연숙(리타)의 장르의 감정] 기후물(Cli-fi)이라는 허구 또는 미래,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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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좋아한 지 정말 오래됐고, 여전히 푹 빠져 있는 음식이다. 수제 햄버거 맛집을 찾아가는 걸 즐긴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걸 주변 사람들도 알다 보니 햄버거 기프티콘이나 관련 굿즈를 선물로 받기도 한다.
축구
최근에 다시 푹 빠진 운동이다. 어린 시절 장래 희망을 적으라고 하면 축구선수라고 적을 만큼 사랑했지만 그만두고 나서는 꽤 오랜 시간 멀리했다. 하지만 배우라는 새로운 꿈을 시작한 뒤로는 축구로 스트레스를 풀 만큼 축구를 사랑하게 됐다. 아마 2025년 이종현의 인생에서 축구도 한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원숭이 키링
우연히 원숭이가 나오는 영상들을 본 뒤부터 원숭이의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에 빠져버렸다! 자연스럽게 원숭이 키링에도 관심이 생겼고, 원숭이 키링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고 만다. 요즘 들고 다니는 가방에도 원숭이 키링이 항상 달려 있다.
디지몬 어드벤처
쉴 때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데 최근에 <디지몬 어드벤처> 시리
[LIST] 이종현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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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벌거벗은 내 모습을 보여주었어. 그러자 남자들은 벌벌 떨었어.
내가 하느님의 창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던 것이지.
-마누엘 푸이그, <천사의 음부> 중에서
그들은 내 성기에 깊은 경외감을 느꼈음에 틀림없다!
보통의 성기와는 달랐으니 더 강력할 수밖에 없겠지!
-키라 트리아, <파워, 오르가슴, 그리고 심리호르몬 연구실> 중에서
<콘클라베>는 이전에 교황 선거에 대해 다룬 영화(<두 교황>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등)가 교황 선거 자체를 주요 제재로 그리기보다는 몇몇 주요 등장인물의 심리를 그리기 위한 배경으로 다룬 것과 정반대의 접근법을 취한다. 영화는 세계 최대 종교 종파의 수장을 뽑는 비밀 행사를 엿보는 듯한 호사가적 즐거움을 정면으로 제공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일반 대중은 교황 선거 기간에 굳게 잠긴 문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가
[비평] 닫힌 문 뒤에서 반복되는 것, <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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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실로 명언에 가깝다고 늘 생각하는 속담이다. 한길이 평균적인 사람 키에 해당하니 열길이면 15m가 넘는 깊이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 해도 그 정도 깊이면 그냥 수면 위에서 들여다본다고 알 수는 없다. 물 안으로 들어가보거나 그 물길을 수십년은 노 저어 본 경험이 있어야 알 법하다. 쉽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 속은 더 어렵다. 자연과학이 알아내고자 하는 게 ‘열길 물속’이라면 ‘한길 사람 속’은 심리학의 몫이다. 심리학은 한편으로는 자연과학적 방법론에 의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문학적 통찰에 의지한다. 사회과학이 그 중간에 위치해 있어서 인지 대체로 심리학은 사회과학에 속하는 걸로 간주된다. 최근 뇌과학이 거두고 있는 엄청난 성과에서 보듯 사회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의 저울추는 인문학적 통찰보다는 자연과학적 방법론에 훨씬 더 기울어 있다. ‘열길 물속’을 알아내는 수단에 의존하여 ‘한길 사람 속’도 알아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뇌를 들여다볼
[정준희의 클로징] 미디어와 대중(2) - 그들은 정말로 대중적 취향이 뭔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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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는 채워져야 한다. 교황 선종 이후 콘클라베가 시작되자 시스티나성당 안은 오직 선거의 중력만이 팽배하게 작동하는 닫힌 우주가 된다. 이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면 기도의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은 결코 교황이 될 수 없다고 믿는 주인공까지도 어느새 욕망하게 한다. 추기경의 내면도 중력 법칙에서 예외는 아닌 것이다. 전세계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본능적으로 언어, 인종, 문화적 배경의 적절한 공모점을 식탁으로 삼고 선거의 판세를 읽는 명민한 몇몇 주도자들에 의해 양강 구도를 형성하려는 분위기는 점차 팽팽해진다. 신앙의 자유를 위해 조성된 콘클라베의 비밀성은 이렇게 외려 밀봉된 권력투쟁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영화 <콘클라베>의 역량도 여기에 있다. 현실의 정치적 의제를 벼려내 사유하는 작품이기보다 콘클라베를 무대 삼아 집단적 믿음의 역학을 시험대 위에 올리는 것이다. 이 집단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스럽고 올바르다는 대내외적 자부심을 공유하는 자들의 모임이라는 점도 역설을 더한다
[김소미의 편애의 말들] 비밀의 햇볕, <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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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날 좀 팔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영업에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전략은 아무래도 외모일 텐데, 나에겐 그것이 없다. 아름답다면 걷기만 해도 사람들이 입소문을 낸다. 오늘 밀라노에서 찍힌 카리나 사진 밑엔 이런 댓글이 있었다. 천한 것들아 모두 여왕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라….
댓글을 마주하고 느낀 오묘한 기분을 여기에 옮기고 싶다. 아름답다는 말을 눈에 띄게 하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외모와 권력이 너무 노골적으로 이어져 있지 않나?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와서 “당신 정말 아름답네요. 지금부터 저의 군주입니다”라고 하는 거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졸지에 천민이 되어서 같이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거고…. “백현이 나라다”를 10년째 외치는 친구에게도 말했다. 외모를 그렇게 칭송하는 건 좀 이상한 거라고. 물론 친구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지만.
K팝에 대한 글을 쓸 때 외모는 피하고 싶은 소재다. 외모지상주의는 배격하고 싶은 사상이지만 동시에 내가 애정을 가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우린 처음부터 외딴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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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곧 허구이기 때문일까. 서사는 곧잘 거짓말쟁이에게 매료된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는 반세기가 넘도록 국가와 장르를 바꿔가며 새로 쓰였고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나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 <템페스트>의 프로스페로는 거짓말이 이들의 결정적 결점임에도 독자와 관객의 동경과 동정을 곧잘 불렀다. 2018년 부유한 유럽 출신 상속녀를 사칭해 뉴욕 상류 사교계를 홀린 애나 소로킨도 마찬가지다. 소로킨의 실화는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를 통해 전세계를 강타했고, 소로킨은 복역 중에도 가택연금 상황을 중계하는 리얼리티 쇼를 제작하거나 전자발찌를 단 채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하는 등 자신이 잊히지 않도록 갖은 애를 썼다. 그리고 그때마다 대중은 애나 소로킨에게 반응했다. 2021년, 웨스트엔드 역시 애나 소로킨의 이야기를 2인극으로 각색한 <애나엑스>를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culture stage] 애나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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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연구소>는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강원도 산골에 위치한 한 감자연구소. 감자칩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선녀식품이 감자칩의 주원료이자 인류의 먹거리인 감자를 연구하기 위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호시절도 잠시, 선녀식품이 대기업 원한리테일에 합병되면서 새로운 연구소장 소백호(강태오)가 등장한다. 대기업 가문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그는 뛰어난 사업력, 판단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지닌 냉철한 리더다(싸늘하다 못해 추울 지경이다). 여기까진 여느 오피스 로맨스물의 전형적인 남주상과 다르지 않다. 곧 여자주인공의 명랑함과 온기로 무장해제될 거라 평이하게 예측되지만 오히려 그 방향이 요상하게 흘러간다. 그의 냉소에 제동을 건 첫 번째 요인은 바로 시골 텃세. 게다가 소백호 설정 자체에도 기존 ‘대표님’(혹은 그에 준하는 리더 자리)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그는 재벌가와 연결돼 있지만 정확하게는 원한 장학생 출신의 임원이다. 보육원에서 나고 자라 기댈 곳 없던 그는
[이자연의 TVIEW] 감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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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스테이트>
넷플릭스 / 연출 앤서니 루소, 조 루소 / 출연 크리스 프랫, 밀리 보비 브라운, 키 호이 콴, 우디 노먼 / 공개 3월1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아이의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낸 차가운 기술 시대의 인간애
1990년대 초, 사람들에게 봉사하던 로봇들이 자유를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전쟁이 일어난다. 기계의 압도적인 전력 앞에 패색이 짙어가던 중, 의식을 로봇에 연결해 조종할 수 있는 뉴로캐스터 기술이 개발되면서 전쟁은 로봇의 패배로 끝난다. 이후 모든 로봇은 ‘일렉트릭 스테이트’라 불리는 추방 구역으로 쫓겨난다. 그 후 1994년, 가족을 모두 잃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던 미셸(밀리 보비 브라운)에게 노란색 둥근 얼굴의 코즈모 로봇이 찾아온다. 남동생 크리스토퍼(우디 노먼)가 좋아하던 코즈모 로봇이 자신을 해치려 하지 않는 것을 본 미셸은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이 로봇을 조종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수상한 밀수업자 키츠(크리스
[OTT 리뷰] <일렉트릭 스테이트> <폭싹 속았수다> <데어데블: 본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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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이 일상이 된 근미래. 새로 출시된 로봇 맥스(박성영)는 K로봇 인더스트리 쇼케이스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일으키고, 관리대원 태평(박성영)은 결국 혼수상태에 이르고 만다. 뒤늦게 눈을 떴을 땐 로봇 맥스의 몸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한편 K로봇 인더스트리의 부사장이자 삼촌인 강민에 의해 위험에 빠진 나나(김연우)는 맥스의 도움으로 위협에서 탈출한다. 첫 장편 데뷔작 <파닥파닥>을 통해 육식 사회의 잔인함과 생명 다양성의 존중을 짚어낸 이대희 감독은 <미스터 로봇>으로 보다 확장된 메시지를 전한다. 로봇의 대중화와 인간성의 진정한 의미, 결핍을 지닌 두 인물의 연대 등 동시대적 소재를 다양한 층위로 접근한다. 특히 로봇 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만큼 디테일한 효과가 돋보이는 전투 장면에 공을 들였다. 언리얼 엔진 기법을 활용해 지금까지 국내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힘들었던 폭발적인 비주얼, 현실성 높은 작화, 타격감 높은 액션까지 완성도를 높였다
[coming soon] 미스터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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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7일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에 꽃을 든 청년들이 가득했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셀피를 찍거나 가족에게 상장을 펼쳐 보이는 풍경도 쉽게 목격됐다. 2025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 개막식이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와 한국영화아카데미발전기금이 공동주최하고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후원한 이번 영화제는 역대 가장 많은 작품을 배출한 만큼 개막식에 많은 졸업생과 동문, 제작자와 감독 등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참석해 북적였다. 이번 영화제의 영화들은 서울과 부산 두곳에서 상영되었으며 서울은 3월7일부터 3월9일까지, 부산은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에서 15일 하루 상영이 진행된다. 서울 상영관에서 3월9일까지 선보인 상영작은 총 38편으로 졸업 대상자는 정규과정 41기, 액터스 2기, 장편과정 17기, 장편랩 1기, 장편애니 12·13·14기였다. ‘영화로운’(영화로 운을 뗀다)이란 활기찬 타이틀을 단 이번 영화제의 개막식은 한상준 영화진흥위
[씨네스코프] 영화로운 신인 감독들의 출발을 알리다, 2025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 개막식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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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CBS>의 슈퍼볼 중계는 자사의 OTT인 파라마운트+에서도 디지털 송출을 진행하며 총 1억2370만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이는 슈퍼볼 중계 사상 최고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슈퍼볼의 생중계를 담당한 <FOX>는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자사의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서비스)/AVOD(광고 기반 비디오 온디맨드) 플랫폼인 투비를 통해 슈퍼볼 경기를 ‘무료’로 송출하는 파격 전략을 펼친 것이다. 그렇게 1년 만에 역대 최고 기록이 새로 쓰였다. 투비에만 1360만명의 시청자가 접속했고 올해 슈퍼볼의 전체 시청자 수는 1억2770만명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이는 FAST 플랫폼의 가능성을 확실히 입증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슈퍼볼 기간 중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가 ‘투비’, ‘투비 어디서 시청하나요’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시청자들이 무료라는 이유만으로 투비를 찾은 것일까? 투비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관심과 호기심이 새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투비에 주목하라, AVOD 플랫폼의 새 지평을 연 투비, 그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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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오프닝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을 때 불현듯 위화감에 휩싸였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왠지 모르게 개운할 때 엄습하는 불안감과 비슷한 감각이라고 할까. 모든 게 제자리에 있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 뭔가 비어 있는 기분. 평소와 무엇이 달라진 건지 찬찬히 살펴보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3주 만에 처음으로 <미키 17> 관련 원고가 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거꾸로 말하자면 그제야 (미리 준비한 기간까지 합쳐) 거의 지난 두달 가까이 온통 ‘봉준호’에 둘러싸여 살았다는 것을 자각했다.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가 실렸던 1495호 <미키 17> 특집을 시작으로, 1496호에는 스티븐 연 배우 커버 인터뷰와 <미키 17> 비평, 1497호에는 세 가지 질문으로 풀어본 <미키 17> 기획 기사가 <씨네21>에 실렸다. 미리 자백하자면 이번주만 쉬어갈 뿐 다음주는 물론 그 뒤에도 <미키 17>과 봉준호 감독 관련한 지면은 계속 이어질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봉준호 되기>를 읽으며 생각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