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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버추얼 아이돌이 ‘음중’(MBC <쇼! 음악중심>)에서 1등 했다는데?” 지난 3월10일 일요일 밤, 동생이 내 방으로 쪼르르 달려와 내게 이 소식을 건넸을 때, 솔직히 나는 뭔 말인가 싶다. 버추얼도, 아이돌도 문외한인 우리 자매는 사실 확인차 3월9일 토요일 <쇼! 음악중심> 1위 발표 영상을 켰다. MC가 “이번주 1위는 플레이브입니다.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했고 폭죽이 터졌고 이어진 수상 소감 영상에선 다섯 남자 사람… 아니, 캐릭터가 뒤로 넘어갈 듯한 포즈를 취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내 방엔 정적이 흘렀다. 그때 우리는 1위 발표 무대에 모인 다른 가수들처럼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로를 봤던 것 같다. 1위 곡 <WAY 4 LUV> 무대 영상까지 말없이 함께 시청한 뒤 동생은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나는 월요일 주간 회의 때 말할 취재 아이템을 적어 내려갔다. ‘플레이브라는 버추얼 아이돌이 <쇼! 음악중심>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
[특집]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팬덤 체험기, 플레이브의 문자에 설레는 나 싫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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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가 여기에도 나온다고? 데뷔 1주년을 맞이한 플레이브의 행적은 버추얼 아이돌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어디까지 진출할 수 있는지 증명해나간 시간이었다. <쇼! 음악중심>부터 <아이돌 라디오>까지, 플레이브를 중심으로 버추얼 아이돌의 활동 양상이 어떻게 개척되어왔는지, 그리고 이로부터 무엇을 읽어낼 수 있는지 비하인드를 정리해보았다.
메이브의 탄생
플레이브 이전에 메이브가 있었다. 4인조 버추얼 걸 그룹 메이브의 소속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그리고 MBC 사내벤처 메타로켓팀이 협업한 결과 <쇼! 음악중심>에서 메이브가 데뷔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플레이브를 제작한 블래스트는 MBC 사내벤처에서 출발해 독립 분사한 버추얼 캐릭터 스타트업이었다. <쇼! 음악중심>의 노시용 PD는 “원래 메타버스와 버추얼 아이돌에 관심이 있었다. 메이브의 <쇼! 음악중심> 출연을 준비 중 비슷한 시기 플레이브측에서 협업 제안이 오면서 플레
[특집] <쇼! 음악중심>에서 <아이돌 라디오>까지 버추얼 아이돌 활동의 역사, 플레이브의 음악방송 무대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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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엔터테인먼트 기업 블래스트(VLAST)에서 제작한 5인조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가 MBC <쇼! 음악중심>에서 2주 연속 1위를 거머쥐면서 버추얼 아이돌에 부쩍 관심이 모이고 있다. ‘2D’ 캐릭터의 외형을 한 ‘3D’ 아이돌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 탓인지 이들의 인기를 설명하고자 하는 여러 분석은 이들의 가상성에 어느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지를 두고 양쪽으로 갈리는 듯하다. 버추얼 아이돌이 여러 세속적인 사건, 사고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간’ 아이돌에 비해 향유하기 안전하다는 분석은 버추얼 아이돌의 가상성에 의미를 적극 부여하는 쪽이다. 반면, (특히 플레이브의 경우) 멤버들이 자체 제작하는 음악 및 라이브 방송과 소셜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의 진정성이 팬들에게 어필한다는 분석은 이들 캐릭터의 가상성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는 쪽이다. 내겐 그 어느 쪽도 충분한 설명 같지 않은데, 전자의 경우 K팝 아이돌에게 부과되는 행동 규범이 갈수록 세분화되면
[특집] 플레이브 팬덤의 애정의 근거, 버추얼 아이돌은 어떻게 진정성을 가지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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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음반 발매 후 1주일간의 판매량) 56만장 돌파. 지난 2월27일 발매된 《ASTERUM: 134-1》이 세운 기록으로, 이로써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는 역대 보이 그룹 그룹별 최고 기록 17위에 올랐다(3월10일 기준). 중국 팬덤의 공동구매 없이 국내 팬의 성원만으로 이뤄낸 것이며, 다수 K팝 아이돌의 초동에 해외 팬 지분이 큰 걸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결과다. 《ASTERUM: 134-1》의 타이틀곡 <WAY 4 LUV>로 음악방송 <쇼! 챔피언>과 <쇼! 음악중심>에서 연이어 1위에 오른 이 1년차 신인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버추얼 아이돌을 단순히 게임 NPC,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비슷한 존재로 인식하거나 일부 팬층이 향유하는 서브컬처로 여긴다. 하지만 플레이브를 위시한 버추얼 아이돌의 존재와 성과가 이들에 무관심하던 대중에게까지 조금씩 인지되는 추세다. 자주 거론되듯 버추얼 아이돌은 실존 아이돌의 대안일 수 있으며 그렇기에 떠
[특집] 플레이브를 경유해 알아보는 버추얼 아이돌의 현재 성과와 미래 - 매력 탐구!, 버추얼 아이돌에 접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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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아이돌이 K팝 산업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데뷔 1개월 만에 뮤직비디오 누적 조회수 1800만 돌파(메이브), 케이블·지상파 음악방송 1위(플레이브), 아이돌 그룹 IP를 활용한 웹툰 단행본 펀딩 누적 금액 41억원 돌파(이세계아이돌)…. 버추얼 아이돌의 성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이들이 이토록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국내 주목도가 급부상한 현재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2020년대에 데뷔한 이세계아이돌, 메이브(MAVE:), 플레이브를 중심으로 버추얼 아이돌의 특성과 인기 요인을 살펴보았다. 강은교 페미니스트 문화연구자가 버추얼 아이돌이 진정성을 가지게 된 연유에 관해 다룬 글을 보내주었고, <쇼! 음악중심>과 <아이돌 라디오>를 경유해 버추얼 아이돌의 활동이 어떻게 확장되어왔는지 확인했다. 아이돌 팬덤 문화에 낯선 <씨네21> 기자가 직접 플레이브 데뷔 1주년 축하 카페를 방문한 경험담을 담은 체험기, 일본과 중국,
[특집] 버추얼 아이돌이 궁금한 당신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 전격 분석, 버추얼 아이돌,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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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초능력을 찾아서, <지구에 떨어진 여자> 수지 아우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었던 첫 장편, <밍밍>(2006) 이후 오랜만에 돌아왔다.
= 운 좋게도 두 번째 장편 <지구에 떨어진 여자>로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SF와 무협의 조화를 유럽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는데, 객석이 꽉 찼고 반응도 좋았다. 홍콩 필마트에서는 여러 프로그래머들과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 영화를 선보일 방법을 논의 중이다. 내 세 번째 영화의 운명도 여기 달린 것만 같다!
- 천체가 지구와 충돌하는 순간 젊은 여성으로 변신한다는 발상이 재밌다. 어떻게 구상했나.
= 늘 SF 장르 그리고 여성 전사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모두가 불가해한 일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느꼈고, 우리가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어떨지 상상하면서 하늘에서 떨어진 돌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인터뷰] 홍콩 필마트에서 만난 감독들, 수지 아우, 애덤 웡, 올리버 시 쿠엔 찬, 유해양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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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컨벤션센터의 통창은 빅토리아 항구 너머를 비추는 거대한 액자다. 홍콩 필마트 개막 첫날 뿌옇다 못해 간헐적으로 비를 뿌리던 하늘이 둘째 날에 접어들어 쾌청해지자 오후 내리 창가에 인파가 몰렸다. 바삐 움직이는 와중에도 풍경 사진 남기기를 잊지 않은 이들이었다. 나도 그중 하나였지만 실은 첫날 이미 푸른 배경의 ‘인증숏’을 찍어뒀다. 필마트를 주관하는 홍콩무역발전국의 외신 브리핑 자리에서였다. 패트릭 라우 홍콩무역발전국 수석부사장이 아시아 각국에서 온 기자들에게 행사 전반을 안내한 장소는 보션 스튜디오(Votion Studios)의 부스. 홍콩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부스 전체를 간이 버추얼 스튜디오로 꾸며 자사가 보유한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뒀다. 패트릭 라우 부사장은 진짜처럼 보이는 화창한 경치를 뒤로한 채 연설했다. “최신 영상 제작 기술을 선보이는 업체들부터 빌리빌리(Bilibili)와 같은 소셜미디어 성격의 플랫폼들이 신규 참가사로 등장한 것을 올해의 경향으로 특별
[기획] 아시아영화 허브라는 자신감, 홍콩 필마트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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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 일주일. 무거운 마음으로 2024 홍콩 필마트 리포트를 적는다. 내가 지난 3월11일부터 14일까지 지켜본 마켓의 활기를 복기하는 동안, 홍콩 입법회는 19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으로 불리는 ‘수호국가안전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반역, 선동, 테러 등 39개 죄목의 처벌 강도를 구체적으로 논하는 이 법안은 그러나 ‘외부 세력’의 범위를 모호하게 규정함으로써 “개방적이었던 홍콩 사회의 폐쇄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는 우려를 산다.
주최측인 홍콩무역발전국은 올해 필마트에 50개 국가 및 지역에서 7500명 이상이 참가했으며 760여개 업체가 부스를 열었다고 발표했다. 아세안(ASEAN) 전시 업체와 바이어가 전년 대비 각각 50%와 6%로 크게 증가했다며 특기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개최를 감행했던 필마트가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지 2년째, 홍콩은 여전히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영상 마켓’이
[기획] 2024 홍콩 필마트 리포트, 홍콩영화의 뉴웨이브는 다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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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서울 합정동에 오픈한 국내 최대 영화 굿즈숍 ‘마이페이보릿’이 다음 달이면 1주년을 맞는다. 사실 이 시네마 스토어의 역사는 더 길다. 마이페이보릿은 이제는 없어진 군산 매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6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브랜드로 신현이 대표가 변함없이 주인장을 맡고 있다. 지하 1층에 자리한 합정 매장은 각종 영화 포스터와 책, LP와 작은 소품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환상 동굴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의 방문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물건들 앞에 서서 어떤 상상을 할까. 문뜩 궁금해졌다.
신현이 마이페이보릿 대표 인터뷰 - 취향의 공간을 만든다
마이페이보릿의 대표가 되기 전까지 신현이 대표는 직장인이었다. 매일같이 IT 회사로 출근하면서도 스스로를 “영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영화 감상문을 끄적이는 게 일상이 된 지는 이미 오래였고 영화 글을 기고하며 이중생활을 해온 시간도 두둑이 쌓인 터였다. 2017년 무렵 전면적으로
[기획] 합정동 마이페이보릿을 가다 - 당신도 이곳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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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9일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무비랜드’는 MZ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디자인 회사 ‘모베러웍스’에서 운영한다. 그만큼 부티크 호텔 같은 세련된 분위기를 자랑하며 오렌지색을 키 컬러로 써 내부에 아늑함을 더했다. 전체 3층 규모로 1층은 매점과 티켓 부스, 2층은 라운지, 3층은 상영관인 구조다. 운영시간은 목요일에서 일요일,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다. 핫 플레이스가 밀집한 동네에 터를 잡은 무비랜드는 과연 얼마만큼 사람들의 발길을 모을 수 있을까. 새로운 극장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무비랜드 극장주 모춘, 소호 인터뷰 - '이야기’란 키워드가 중요하다
서울 성수동의 젊은 극장주를 상상하면 소위 힙한 공간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종일 노닥대는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3월12일, 개관 3주차에 만난 무비랜드 극장주 모춘과 소호는 청소하고 회의하느라 바빠 전날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도 챙겨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라인프렌
[기획] 성수동 무비랜드를 가다 - 감각적으로 놀이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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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가 전부가 아니다. 극장으로 향하는 과정, 대기하는 동안의 상념 혹은 동행인과의 대화, 타인과 함께 영화와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상영관에서의 시간, 돌아가는 길에서의 생각 정리 혹은 잡다한 수다까지. 극장을 오가는 장소적 경험은 영화의 부분을 차지하고 때론 극 내용을 압도해 영화 자체가 되기도 한다. 영화 굿즈숍 같은 또 다른 물리적 공간을 통해서도 영화는 긴 생명력을 얻는다. 그 안에서 사운드트랙 앨범과 포스터, 피규어 등을 만져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감각적 경험은 영화와 더 깊은 관계를 맺게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의류와 화장품, F&B 업종이 선도한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영화와 시리즈도 지난해 추석 시즌부터 팝업존 마케팅에 뛰어든 상황에서 <씨네21>은 관련 기획 기사를 통해 물리적인 영화 공간에도 주목해왔다. 그래서 지난 2월29일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옛날 영화 상영 극장 ‘무비랜드’를 발 빠르게 찾고,
[기획] 신 영화 공간을 찾아서, 성수동 극장 ‘무비랜드’, 합정동 영화 굿즈숍 ‘마이 페이보릿’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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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유명 팀의 레이(와이엇 러셀)는 다발경화증으로 선수 생활을 쉬는 중이다. 그는 재활에 전념하고자 수영장이 딸린 주택으로 이사한다. 수영장은 가족을 돈독하게 만드는 공간이 된다. 레이 또한 수영장에 들어온 온천수의 힘으로 기적같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의 아내 이브(케리 콘던)와 두 자녀 이지(아멜리 회페를레)와 엘리엣(개빈 워런)은 한밤중 수영장에서 수영하던 중에 악몽 같은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나이트 스윔>은 호러 장르의 명가 블룸하우스의 신작이다. 감독의 동명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확장했으며 제임스 완이 제작을 담당해 화제가 되었다. 수영장에 있는 물을 귀신으로 그려낸 기발한 발상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의 만듦새는 아쉽다. 유려한 수중촬영과 안정적인 호흡 등은 분명히 인상적이나 인류세 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그려낼 수 있던 소재의 힘을 살려내지 못하는 진부한 각본이 문제다. 독창적인 시퀀스가 더러 있으나 낡은 점프스케어와 클리셰가 가득해
[리뷰] ‘나이트 스윔’, 독창적인 발상이 서서히 익사하는 것을 보는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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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딸을 앞세운 유경근씨는 삶을 이어갈 방법을 알고 싶다. 그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또 다른 참사 피해자 유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대구 지하철 화재부터 이한열 열사의 죽음까지 한국 현대사는 비극의 연속이었다. 영화가 진행되며 개개의 사건들은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통해 안전 불감증이라는 사회적 어젠다로 한데 포개진다. 이 모든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자신의 정치성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애도를 고민하지 않는 사회상을 과감히 제시하며 변화를 촉구한다. 비판이 가해지는 대상은 불법 건축물을 허가한 군청과 진상규명과 재수사 요구를 거절하는 정부에 그치지 않는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추모식과 봉안 시설을 거부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피해자를 조롱하는 한국의 기괴한 문화와 맞닿아 있다. 일상이 파괴된 유족들에게 남은 희망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빛바랜 가치뿐이다. <기념 촬영>과 &l
[리뷰] ‘세월: 라이프 고즈 온’, 애도를 고민하지 않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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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부활절 축제 준비에 한창인 래빗스쿨의 풍경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는 매해 부활절을 상징하는 황금알을 수호할 네명의 부활절 기사단을 선정한다. 그 주인공은 루이즈와 앤디, 에미(엘리스 에이커만), 그리고 사고뭉치 맥스(노아 레비)다. 맥스는 선정된 날 라이브방송과 드론을 동원해 부활절을 방해하려는 멋쟁이 토끼단의 대장 레오와 다툼을 벌이고, 레오는 래빗스쿨에서 쫓겨난다. 이에 앙심을 품은 레오는 토끼의 영원한 숙적인 여우 가족과 손잡고 부활절 축제를 망치려 한다.
<래빗스쿨2: 부활절 대소동>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 상영된 동명의 독일 애니메이션인 <래빗스쿨>의 속편이다. 캐릭터 디자인, 스토리, O.S.T 등 영화의 요소 대부분이 전형적이며 특히 빌런을 라이브방송 등 인터넷 문화와 연결하려는 설정은 다소 도식적으로 보인다. 슈퍼히어로 장르 공식을 따라가는 만큼 각 캐릭터의 초능력과 정신적 성장을 제대로 그려내야 했으나 “능력보다는
[리뷰] ‘래빗스쿨2: 부활절 대소동’, 동화를 기대하고 왔는데 교회에 온 듯한 당혹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