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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디킨스 지음 이경태 옮김 창비 펴냄
정확히 이 책의 도발적인 제목처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남자 친구에게 가졌던 비슷한 의문이 있다. 왜 그는 10대 때 만난 사람만 친구로 여기는가. 한 부서에서 일하며, 일주일에 세번 술잔을 기울임에도 그 사람은 직장 동료지 친구는 아니라고 하는 그에게 “고등학교 친구들은 1년에 두번 만나고, 회사 동료는 일주일에 두번 만나는데, 누가 더 가까운 거냐?”라고 반문하고 싶었다.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의 저자 맥스 디킨스는 인류학 박사도 아니고 연구자나 인문학자도 아니다. 영국의 스탠딩 코미디언이다. 저자의 정체성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불러오는데,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는 무엇보다도 끝내주게 웃기다. 남자가 쓴 ‘본격 남성 탐구 보고서와 에세이 그 사이 어디쯤’의 성격 때문에 대부분은 자조적인 유머로 설을 푸는데, 맥스의 약혼자 나오미가 매번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자기는 왜 친구에게 먼저 만나자고
씨네21 추천도서 -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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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 맥스 디킨스 지음 이경태 옮김 창비 펴냄
<서울 오아시스> - 김채원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세트 (1~4)> - 연산호 지음 비채 펴냄
<요괴 나라 대만 1 : 요귀신유권>, <요괴 나라 대만 2 : 괴담기몽권> - 허징야요 글 장지야 그림 김영문 옮김 글항아리 펴냄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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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한 뮤지컬 전용극장에 신작 서너편이 걸리고, 세계 초연 이후 가장 먼저 공연의 라이선스가 수입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호시절에 건네는 작은 불평 하나. 화제의 뮤지컬 신작을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볼 수 있는 만큼 ‘고전’을 접할 기회 또한 희귀해진다. 지난해 에디 레드메인과 제시 버클리를 기용해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리바이벌상 후보까지 오른 <카바레>나(신시컴퍼니 듣고 있나요?) 무대예술의 정수는 고수하되 젠더프리 캐스팅 등 현대적 터치를 거듭 가미해 전 세대의 관객이 흔쾌히 즐길 수 있게 된 두 ‘스티븐’의 작품, 손드하임의 <컴퍼니>나 슈워츠의 <피핀> 등(에스앤코 보고 있나요?)은 한국에서 볼 기회가 적다.
고선웅 작가가 극본을 쓰고 정민선 작곡가가 넘버를 지은 <베르테르>가 초연 25주년을 맞았다. <베르테르> 역시 고전의 반열에 오른, 고상하고 고풍스러운 한국 뮤지컬이다. 원텍스트인 괴테의 소설이 고전이어서는
[CULTURE STAGE] 뮤지컬 <베르테르> 25주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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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영화 프레임 안에 서는 것들은 조명받을 자격이나 특권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멜로무비>는 요상하게도 영화로 다뤄지지 않는 작고, 평범하고, 멋지지 않은 것을 비춘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나이 터울 많은 형이 일터에 나가 있는 동안 방구석에서 혼자 비디오를 보고 자란 고겸(최우식)은 불현듯 영화배우를 꿈꾼다. 같은 촬영장에서 막내 스태프로 일하는 김무비(박보영)는 똥강아지 같은 고겸을 최대한 피하고 싶지만, 마치 오래전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처럼 고겸의 고백을 하릴없이 받아들인다. 이제 간질거리는 연애담으로 넘어갈 타이밍이지만 잠시 스톱. 고겸이 사라졌다. 일방적인 잠수, 이유 모를 부재. 그대로 5년이 흘렀을 땐 어엿한 영화감독이 된 김무비 앞에 GV 빌런으로 거듭난 고겸이 이글거리며 등장한다. <멜로무비>는 어긋난 발 박자를 뒤늦게 맞춰나가는 두 연인의 이야기를 비추는 듯 보이지만, 극 안에 성좌를 이룬 무수한 실패와 머뭇거림을 조명하면서
[이자연의 TVIEW] <멜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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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진영)와 선아(다현)는 고등학교 교정에서 처음 만나 두번의 사계절을 함께한다. 이윽고 둘은 교복을 벗고 대학교와 군대, 직장과 결혼식장에서 조우하며 청춘의 찬란한 한때를 함께 통과한다. 스크린 속에서 열여덟살과 20대를 고스란히 살아낸 두 배우가 기억하는 ‘그 시절’은 어땠을까. 진영과 다현에게 잠시 추억 비디오의 리와인드를 청했다.
열여덟, 그 시절 나는
내가 꿈꾸던 나는?
진영 멋진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주말마다 고향 충주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와 이병헌 선배 같은 배우를 꿈꾸며 연기 레슨을 받았다. 사실 초등학생 때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당시 내 우상은 차인표 선배였다. 그맘때 차인표 선배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하기도 했을 정도다.
다현 데뷔하고 싶었다. 연습생 생활을 함께하던 친구가 어느 날 회사를 나가기도 하고, 데뷔 날짜나 팀 구성원 등이 확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 보니 항상 불안했다. ‘나는 데뷔를 할 수 있을까?’를 되뇌는 매일이 간절했다. 그리
진영과 다현의 청춘 6문 6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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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봐 거봐 또 두번 봐”(<OOH-AHH하게>)라고 외치던 소녀는 이내 “거절은 거절해”(<YES or YES>)라며 사랑의 “사인과 시그널을 보내”(<SIGNAL>)는 데 익숙해졌다. 시간이 흘러 소녀는 상대에게 하염없이 취하는(<Alcohol-Free>) 일에도, 황금 같은 섬광의 날 속에(<ONE SPARK>) 연인과 밤새 춤을 추고(<Dance The Night Away>) 함께 일출을 맞는 일(<MOONLIGHT SUNRISE>)에도 주저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스스로의 존재가 누군가에겐 살아갈 용기가 된다는 걸 알아 “구름이 쫙 낀 햇살 한줌 없는 날” 당신이 바로 “나의 반짝이는 빛”(<Feel Special>)이라며 상대가 자신에게 느낄 법한 감정을 되레 사려 깊게 되돌려주었다. 그룹 트와이스를 통해 수많은 소녀들의 목소리를 선보인 다현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g
[인터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배우 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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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의 민(정우성)과 히딩크호의 신성 박지성, <더 화이팅>의 복싱과 시카고 불스의 농구. 춘천의 고등학생 진우에겐 TV와 만화책 속 멋진 형들과 매일 등하교를 함께하는 수많은 남자 친구들이 인생의 전부다. 친구들이 온통 반장 선아(다현)에게 빠져 있어도 진우만은 무심해 보인다. 어느 날 모종의 사건으로 선아와 얽힌 진우는 살면서 처음 ‘노력’이란 걸 해보게 된다. 운동과 공부 등 자신을 둘러싼 모든 과업에 최선을 다해본 진우가 다음으로, 어쩌면 일평생 노력을 기울일 대상은 선아인지도 모른다. 무구한 소년의 얼굴을 한 채 설레는 첫사랑의 얼굴을 어색함 없이 꺼내 보인 배우 진영은 아직도 고등학생 진우의 에너지에 감화된 덕인지 매사에 지치지 않고 생동하는 중이다. 그에게 노력하는 남자, 노력하는 배우가 될 수 있는 여러 비결을 물었다.
- (인터뷰일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영화의 글로벌 프로모션을 마친 후 오늘 새벽 귀국했다고 들었다.
세어보니 12
[인터뷰] 누구나 첫사랑이 있으니까,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배우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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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이 스튜디오에 흐르는 음악에 맞춰 흥에 겨운 듯 어깨를 흔들기 시작하자 다현이 동기화된 듯 그의 춤을 따라 추기 시작한다. 진영이 웃으며 이건 포즈 디렉션이 아니라 그저 신나서 추는 춤이라고 말하자 다현 역시 곧바로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한다. 웃음도 춤도 상대에게 동시 전염시키는 두 배우의 모습은 영락없이 한 교실에서 별것 아닌 일에 왁자지껄해지는 10대의 소동을 꼭 닮았다. 2024년 여름 처음 만난 두 성인 배우는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2002년 여름 비로소 서로를 알아본 열여덟 청춘 진우(진영)와 선아(다현)를 연기했다. 수능을 1년 앞두고 전국이 붉은악마의 열기로 들끓던 그해 여름. 진우의 오발탄이 반장 선아에게 향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두 남녀는 이 일을 계기로 전우가 돼 무더운 여름과 혹독한 겨울을 함께 나고, 봄 꽃과 가을 낙엽을 나란히 밟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두 주연, 진영과 다현이 그린 앳되
[커버] 앳되고 애타는 우리의 첫사랑,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진영, 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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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토피아>
쿠팡플레이 / 8부작 / 연출 윤성현 / 출연 박정민, 지수, 임성재, 김준한 / 공개 2월7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공간이 곧 주인공인 서울 드라마
26살 재윤(박정민)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꼭대기 층에서 복무 중인 일병이다. ‘빌딩 GOP’라 불리는 이곳에서의 임무는 혹시 모를 적기의 출현에 대비해 대공포로 수도의 영공을 사수하는 것. 다소 독특한 부대 환경보다 재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늦은 나이에 입대했다는 이유로 그를 무시하는 선임들, 그리고 여자 친구 영주(지수)를 향한 그리움이다. 사소한 연락 문제로 시작된 다툼이 장래에 대한 불안과 이별 결심으로 번지던 어느 날, 서울 도심 한복판에 좀비 떼가 출현한다. 죽지 않고 만나기 위해, 재윤과 영주는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서로를 향한 질주를 시작한다.
<파수꾼>(2010), <사냥의 시간>(2020)에 이은 윤성현 감독과 박정민 배우의 세 번
[OTT 리뷰] <뉴토피아>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 <슬로우-섹스 없이 사랑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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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브라이언 무어가 영화 시나리오도 쓰는 작가여서 그런지 술술 읽힌다. 나도 독신 여성 아닌가. 나이가 들어도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면 훗날 나를 얼마나 객관화할 수 있을지 이 책을 통해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주디스 헌의 고독이 사랑스럽다.
소설 <프랑켄슈타인>
누군가가 수많은 장점을 가져도 단 하나의 혐오스러운 지점으로 그의 모든 미덕이 하나도 소용없어지는, 지금 시대의 현실과 닮은 19세기 소설이라 가슴 아프다. 개인의 허영이나 인간 중심적 사고가 어떤 생명 경시를 초래할 수 있는지 사유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생딸기 찹쌀떡
매번 탐닉하는 음식이 다르긴 하지만 근래 가장 빠져 있는 음식은 생딸기 찹쌀떡이다. 떡도 좋아하고 과일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두 종류의 음식을 한번에 먹을 수 있는 데다 마침 딸기가 가장 맛있을 시즌이니 일거양득이다. 요즘 나의 최애 간식이다.
욘 포세의 책들
지난
[LIST] 원진아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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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 이상없다>의 혁신적인 리메이크로 주목받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총탄이 오가는 전장만큼 참혹한 설전이 오가는 바티칸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영화 <콘클라베>는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 회의 ‘콘클라베’를 위해 교황청에 모인 추기경들의 이전투구를 그린다. 추기경 로렌스(레이프 파인스)의 진두지휘하에 벨리니(스탠리 투치), 트랑블레(존 리스고) 등의 추기경이 세계 각국에서 합세하고 수녀 아그네스(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이 회의를 보필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명연기를 보여준 노장 배우들이 한 영화에 모여 어떤 연기 격전을 선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화가 끊임없이 그 속살을 들여다보길 원하는 가톨릭 사회가 얼마나 신비롭고 또 가차 없이 묘사됐을지도 주목해봄직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8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레이프 파인스와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이 원
[coming soon] 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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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스타들이 화려한 공연을 선보이는 그래미 어워드와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행사다. 하지만 두 시상식이 열리는 LA는 지금 전혀 축제 분위기가 아니다. 지난 1월 LA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역사상 최악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수만명의 주민들이 집을 잃었고 이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다수 거주하는 퍼시픽 팰리세이즈, 패서디나 지역도 마찬가지다. 산불 이전에도 할리우드는 위기였다. 할리우드의 촬영 건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업계의 실업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었다. <필름LA>에 따르면 지난해 LA에서 진행된 촬영은 총 2만3480건으로,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시 전체가 폐쇄됐던 2020년 다음으로 낮은 수치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보고에 따르면 2024년 할리우드에서 월급을 수령하는 근로자는 약 10만명으로 이는 팬데믹 이전보다 25%가 감소한 수치이다.
지난 2월2일 열린 제67회 그래미 어워드는 좀처럼
[LA] 화마와 잿더미 속에 신음하는 할리우드, LA 전역을 덮친 산불… 그래미상과 아카데미 시상식은 예정대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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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 왔어. 어림짐작으로도 수천번은 건넸을 이 습관 같은 대답이 근래 전혀 다른 두께로 다가온다. 예전엔 영화 보고 오면 그 영화에 대한 것만 기억에 남았다. ‘영화’가 주인공이고 관람은 당연한 기본값이었다. 영화는 보는 매체니까. 최근엔 본 내용만큼이나 점점 ‘보았다’는 행위 자체가 기억에 남는다. 어떤 영화를 보았는지 못지않게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그날의 분위기에 젖어든다. 그 영화와 만난 그날, 극장엔 몇명이 있었는지, 날씨는 추웠는지 더웠는지, 어떤 기분으로 극장에 들어갔는지에 따라 영화와 얽힌(혹은 영화로부터 물려받은) 기억마저 달라지는 것이다.
이번주는 두번 극장에 다녀왔다. 공교롭게 두편의 영화가 다 공간을 중심으로 기억과 존재를 쌓아나가는 작품이었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히어>는 한 장소에서 켜켜이 쌓이는 기억들을 축적하여, 삶의 의미를 꿰뚫고자 시도한다. 공간, 나아가 시점마저 고정시킨 채 세상을 관통하려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모험심은 새삼 ‘보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극장에 다녀왔습니다 영화를 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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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난 <퇴마록> 세계관을 마음껏 즐길 방안은 단연 원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섬세하게 기술되는 소설의 특성과 달리 생략되거나 은유적으로 표현되는 애니메이션 버전을 유연 하게 이해하기 위해 짧은 안내서를 준비했다. 소설과 애니메이션, 두 주축으로 건설된 <퇴마록> 세계관을 즐겁게 탐험하길.
1. 숲을 헤매던 현암은 대체 누구인가
어려서부터 기계체조로 신체를 단련해온 현암은 오랫동안 기공을 연마했다. 비밀리에 전해 지던 태극기공의 비급을 훔쳐 수련을 시작했지만 잘못된 수련 방식으로 전신이 마비되고,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한빈 거사에 의해 목숨을 구한다. 스승의 도움으로 새로운 무예까지 배운 행운도 잠시, 스승이 떠난 후 무리한 수련으로 온몸의 혈도가 뒤틀려버린다. 그때 그의 곁을 지나간 두 번째 생명의 은인이 바로 도혜스님이다. 애니메이션 <퇴마록>에서 현암이 사찰에 도착하자마자 “도혜 스님에게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전하는 이유
그날의 이름은 ‘하늘이 불타던 날’. 원작 <퇴마록>으로 보는 애니메이션 <퇴마록> 안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