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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장면이 없는 알랭 기로디의 영화는 상상하기 어렵다. 기로디의 설명을 빌리자면, 그것은 “신체 기관이 작동하는 방식과 사랑 이야기의 관계를 재확립하는 방향” (<필로> 13호)으로 감각과 정치의 지표 같은 것이다. 물론 기로디의 영화를 한편이라도 경험한 이들이라면, 이 말이 멜로 속 아름다움을 그럴듯하게 가장한 섹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기로디가 “포르노그래피적 삽화”라고 노골적으로 칭한 섹스 장면들은 사랑과 성에 대한 통념과 도덕에 대한 도전이자, 욕망과 유희가 적극적으로 뒹굴며 더러는 죽음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닿는 맹렬하고 거친 육체의 활동이다. <도주왕> <호수의 이방인> <스테잉 버티컬> <노바디즈 히어로>로 이어진 기로디의 지도에서 은밀하지만 수치심 없이 내달리고 전면화되는 그 활동의 지평은 특히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몸들, 주변부의 한없이 보잘것없는 존재들에게 열려 그들을 당당한 관능의
[남다은 평론가의 RECORDER] 욕망을 일으켜라, 사랑이 죄를 데려올지라도 <미세리코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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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릴 적 친구들이 했던 터무니없는 거짓말들이 생각나곤 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자신이 이건희의 숨겨둔 손녀딸이라고 고백한 친구와 자신이 슈퍼주니어의 한 멤버와 비밀 연애 중이라고 밝혔던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런 종류의 거짓말들은 분명 병적인 망상의 징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허언이 마냥 음습하거나 징그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아무리 허술해도 자기가 만든 환상 속에서만 숨 쉴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K팝 문화를 ‘환상을 사고파는 일’에 비유한다. K팝은 나의 현실인데 왜 환상이라고 하는 건지. 당장 얄밉게 대꾸하고 싶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만큼 K팝을 관통하는 비유가 또 없다. 먼저 아이돌 멤버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자. 그들은 콘서트에서, 공개방송에서, ‘버블’에서 ‘팬 여러분을 사랑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다. 하지만 어떻게 한명의 개인이 얼굴도 사연도 모르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하겠는가? 인터넷에서 아이돌은 교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나는 너를 잊어도 넌 나를 잊지마, <나만 바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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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양 감독의 장편 데뷔작 <미망>은 거대한 중력이 작용이라도 한 듯 인물들이 종로 일대로 모인다. <미망>은 스침의 영화이자 서울이란 도시의 영화다. “12시에서 12시.” 시계에 빗댄 인상적인 대사에 비춰보면 영화 속 인물들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지 않다. 각도를 달리하여 더 멀고 긴 시간을 떨어졌다가 아주 짧게 만나고 헤어진다. 여기 두편의 흥미로운 장편 데뷔작에서도 시간에 따른 변화를 다룬다. 공간이 부각된 <미망>과 달리 <레슨>과 <여름이 지나가면>은 좀더 시간에 집중한다. 김경래 감독의 <레슨>은 시간 그 자체를 보여준다. 어느새 싹둑 썰린 시간의 단면을 바라보며 우리는 사라진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장병기 감독의 <여름이 지나가면>은 여름방학 전 짧지만, 누군가에게 너무나도 긴 그 시간을 함께 겪게 만드는 영화다.
출발점으로 데려가다
나선형을 그리는 <레슨>은 끝에서 모든 사건의
[비평] 시간을 살다, 오진우 평론가의 <레슨> <여름이 지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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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월드 와이드로 개봉하여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28년 후>와 <F1 더 무비>에는 개봉 시점 외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두 영화의 서사에 30년에 달하는 긴 시간의 역사가 암시되어 있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베테랑과 루키간의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들이 베테랑이건 루키건 간에 반드시 적들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야만 한다는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울타리 밖에서든, 트랙 위에서든. 아니 어쩌면 울타리 안에서든, 트랙 아래에서든. 그 공통점 때문일까. 각각 좀비영화와 스포츠영화라는 전혀 다른 외피를 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를 보며 떠올리게 되는 질문은 같다. 그들은 왜 달리는가. 울타리 안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죽음의 위기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경주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겹다”라는 말과 함께 은퇴를 선언했다 그 말을 번복하고 다시 트랙 위에 오른 니키 라우다처럼, 수많은 동료 대
[비평] 이유 찾기 위한 달리기, 김철홍 평론가의 <28년 후> < F1 더 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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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피곤한가.
잠을 거의 못 잤다. 파스도 붙였고. (웃음) 마사지를 받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다. 피곤하지만 월드 투어가 이제 시작이라 괜찮다.
-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이하 <데스 스트랜딩2>)의 타이틀시퀀스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울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전편인 <데스 스트랜딩>을 하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30시간짜리 영화를 체험하는 것 같았다. 전세계적으로 분열과 고립이 심화하고 있는 지금, 연결을 주제로 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6년 무렵, <데스 스트랜딩>을 기획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같은 일이 벌어지는 시기였다. 앞으로 고립이 더욱 심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게임이 재미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지만 그 안에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했다. <데스 스트랜딩>이 출시된 지 3개월이 지난 뒤, 코로나가 터지면서
[인터뷰] 느슨한 연결이라는 개념을 구현하기 - <데스 스트랜딩 2 : 온 더 비치> 고지마 히데오 감독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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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고지마 히데오라는 이름은 낯설 수도 있겠다. 그를 박찬욱, 조지 밀러 같은 세계적인 영화감독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셀럽 정도로 오해하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다. 그를 두고 ‘<메탈 기어 솔리드>의 아버지’라고 말한다면 한때 게임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를 좀 아는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찰 질문이지만, 대체 고지마 히데오가 누구냐고?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게임을 만들었는지, 또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 먼저 얘기해야 한다.
게임을 잘 모르더라도 <메탈 기어 솔리드>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고지마 히데오의 출세작인 이 게임을 빼놓고 그를 설명할 수 없다. 그가 게임 회사 고나미에 입사했던 1986년만 해도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려면 게임기의 성능이 그만큼 뒤따라줘야 했는데 당시 MSX 환경에서는 쉽지 않았다. 입사하자마자 <꿈의 대륙 어드벤처>(한국에선 <남극탐험>
[기획] 고지마 히데오 감독의 신작 게임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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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데스 스트랜딩>(2019)에 이어 6년 만이다. 일본의 게임 장인 고지마 히데오 감독이 신작 게임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를 들고 나타났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번 게임은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세상을 느슨하게 연결하려는 고지마 히데오의 철학이 더욱 깊이 확장됐다. 올드팬이라면 그의 출세작인 <메탈 기어 솔리드>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직접 플레이를 한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가 어떤 게임인지 소개한다. 이번 게임 출시를 기념해 월드 투어를 시작한 고지마 히데오가 서울 투어를 한 지난 7월5일,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나 나눈 대화도 함께 전한다. 누가 ‘찐’시네필 아니랄까봐, 그의 검은색 티셔츠에 그려진 봉준호 감독의 캐리커처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이어지는 글에서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 소개와 감독 고지마 히데오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더 넓은 세상을 연결하는 게임의 철학자, 고지마 히데오가 말하는 신작 게임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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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는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합친 개념의 기관입니다.” 올해 초 36살의 젊은 나이로 CNC의 대표로 취임한 가에탕 브뤼엘이 한국을 찾아 CNC의 역할을 명확히 정리했다. CNC는 TV, OTT 시리즈 등 영상산업 전반의 제작과 배급을 지원하는 프랑스 문화부 소속 정부기관이다. 가에탕 브뤼엘 대표가 선장으로 승선한 CNC는 로케이션 사업을 포함해 프랑스 내 영화제작의 빈도를 늘리고자 한다. 이미 대표로 취임하기 전부터 주미 프랑스대사관 산하 문화서비스 부서에서 프랑스 창작자들을 위한 미국 레지던시 프로그램 ‘빌라 알베르틴’(Villa Albertine)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만큼, 그가 전세계의 창작진과 영화를 프랑스 내에서 어떻게 지원하고 보호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가에탕 브뤼엘 대표는 방한 일정 중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BIFAN+의 개막식 연사이자 AI 국제 콘퍼런스의 패널로 참여했다. 영화제로 향하기 전, 주한 프랑스
[인터뷰] 다양한 이야기가 쓰이고 극장에 걸려야 한다, 가에탕 브뤼엘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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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XR 이머시브 전시인 ‘비욘드 리얼리티’는 국내외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가상현실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10회를 맞이했다. 쓰레기 소각장을 예술 전시 공간으로 재생시켜 39m 깊이의 지하 공간이 주는 깊이감으로 압도하는 부천아트벙커B39가 그 무대다. 전시 작품 수는 약 25편으로 지난해보다 규모는 줄어들었으나 AI와 XR의 결합을 중심에 두고 AI 기반 스토리텔링 작품, 생성형 AI+XR 워크숍 결과 전시 등에 집중했다. 2016년 국내 영화제 중 최초로 VR 영화를 소개하고 XR(VR, AR 등 체감형 확장현실) 분야를 조명한 부천영화제는 이제 단순한 가상 체험을 넘어 AI와 알고리즘이 개입하는 창작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XR은 수용의 제약이 분명한 관람 형태다. 관객들은 사전 예약을 하거나 현장에서 대기 명단에 이름을 등록해두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영화제 운영 측면에서나 관객의 편의 면에서는 확실히 비효율
[기획] 몰입의 명과 암 - XR 이머시브 전시 ‘비욘드 리얼리티’를 체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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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29회를 맞이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제작 방식과 상영 매체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나아갈 미래를 향한 상상력을 요청했다. 지난해에 이어 인공지능(AI) 제작 영화에 화두를 내건 부천시와 집행부의 의지가 돋보이는 가운데 <씨네21>은 특히 부천아트벙커B39, 부천천문과학관에서 열린 확장현실(XR) 전시 ‘비욘드 리얼리티’(Beyond Reality)에 주목했다. 기술과 예술의 전방위적 융합을 추구한 XR 작품들은 관객의 감각 경험을 재정의하는 시도로서 영화제를 찾은 부지런한 관객들을 극장 바깥 전시장에서 몰입시켰다. 한편 국제공동제작의 활로 모색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지금, 올해 영화제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을 첫 방문한 가에탕 브뤼엘 신임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 대표에게도 대화를 청해 로케이션 인센티브와 국제공동제작 등 CNC가 지향하는 시청각 산업의 기조도 접했다. OTT 플랫폼 수익의 재분배와 다양성의 보장, 영화 아카이빙 문제 등을 논하며 “영화가 유
[기획] 스크린의 경계는 어디까지? - 2025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던진 질문. 영화, 그리고 XR과 AI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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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니 (내 안의) 말이 흘러넘쳐 글로 옮긴다. 어쩌면 영화 글쓰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영화를 향한 최선 당선자의 마음은 단순하다. 나에게 의미로 다가온 것들을 솔직하게, 자신의 언어로 옮기는 것. 물론 무작정 쏟아내는 것에서 멈춰선 안된다. 쏟아낸 마음을 깎고 다듬어 영화와 해석 사이 의미를 발생시키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 모든 과정을 사랑할 때 마침내 온전한 대화가 시작된다. 그저 “영화를 사랑하는 이에게 가닿는 글을 쓰고 싶다”라는 당선자의 포부가 그 어느 때보다 미덥다.
- 당선 축하드린다.
꾸준히 해오던 작업의 응답을 받은 거 같아 감개무량하다. 당선 전화 받기 전날 길몽을 꿨는데, 당선될 거라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복권을 사려고 했다. (웃음) 전화 받을 때 <시네마 천국> 재개봉 때 특전 포스터를 주는 곳이 없나 검색 중이었는데, 그게 당첨이 아니라 당선 꿈이었다니! 행복하고 무섭고 떨린다.
- 소설 습작을 꾸준히 해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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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를 사랑하는 이에게 가닿는 글을 쓰고 싶다, 우수상 당선자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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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에겐 인간을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다. 외계인이 침공하면 그에 맞서 싸우고 그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며 고향별로 쫓아 보내기도 했다. 다른 행성으로 탐사를 떠났을 땐 우주선에 무단탑승한 외계 생명체와 사투를 벌인 후 귀환했다. 영화 속 인간은 인간영역의 최전선에서 지구와 인류를 위해 분투했다. 우리 집과 정든 동네, 식료품 사는 이웃과 선물을 고르는 연인, 우거진 숲과 푸른 바다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 사는 영화 속 인간은 어떤가. 인류를 지킬 마음도 지구를 고쳐 쓸 마음도 없다. 해수면이 상승해 수몰되거나 빙하기가 닥친 도시에 살면서 쓰러진 랜드마크로 옛 명성을 전해 들을 뿐. 그나마 멸망 초기엔 해가 뜨고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더 먼 미래로 가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어둠에 갇힌다. 지구는 낙오자의 세계가 되어버린 지 오래. 인간은 끝내 회복하지 못한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을 개척해 새로운 터전으로 옮겨 앉는다. 복제인간과 우주 개척지, 식민행성을 만들어가면
[우수상 당선자 최선 이론비평] 미키가 보낸 미래 사용 설명서, <블레이드 러너 2049> <공기인형> <미키 17>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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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라즐로는 사업가 해리슨에게 이렇게 말한다. “건축이란, 폭우와 홍수로 다뉴브강이 범람해 도시 전체가 잠겨도 내 건물만은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말은 세상이 흔들려도 본질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들린다. 건축물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아내는 증거물이자 왜곡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다뉴브강은 부다페스트에 있고 라즐로는 헝가리 출신의 건축가다. 헝가리는 독일 나치에 점령당한 상태며 유대인 라즐로와 그의 가족은 각각 다른 수용소에 갇혔다가 이민선을 타고 미국으로 이주한다. 건축가로는 불멸이나 영속을 의미하지만 유대인으로는 기록이자 증언이 된다.
아내의 편지와 파편적인 장면 연출로 이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미국에 왔는지 압축해 보여주고 있으나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불충분하다. 홀로코스트와 수용소, 유대인이 등장하는 순간 영화엔 강력한 지반이 형성된다. 이후로 전개될 서사는 이 지반을 벗어나기 어려우며 등장인물이 쌓아가는 고난 극복 과정은
[우수상 당선자 최선 작품비평] 달빛 십자가 다시 보기, <브루탈리스트>로 본 노출과 감춤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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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듣기엔 쉽지만 이만큼 많은 준비와 자기 객관화가 필요한 일도 없다. 아는 만큼 쓴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무엇을 배워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아는 것보다 부풀리기를 좋아하는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는 믿음을 주는 말들. 김연우 당선자가 영화비평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몇해 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믿음직스럽다. 가명으로 이미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쓰고 있던 그는 좀더 분석적이고 날카로운 글쓰기의 필요를 느껴 영화비평을 시작했다.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질 때마다 넓어질 그의 글쓰기 영토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 이론비평으로 택한 영화가 독특하다. 74명의 응모자 중에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와 <빛나는 TV를 보았다>로 쓴 사람은 유일하다. 비평을 쓸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있나.
나에게 선택권이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 영화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느낌이 들 때가
[인터뷰] 언젠가 평론가를 자칭할 수 있는그날을 향해, 김연우 우수상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