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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가해자가 된 피해자, 질타도 지지도 할 수 없게 하는 모호함이 미덕, <맨홀>

감정 표현이 적은 고등학생 선오(김준호)가 유일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순간이 있다. 시민을 여럿 구하고 순직한 소방관 아버지에게 세상이 존경을 표할 때다. 국민 영웅이 된 아버지지만 선오에게는 끔찍한 가정폭력범일 뿐이다. 어린 시절 엄마의 비명을 들으며 숨어 있던 선오는 버려진 맨홀을 발견하고 그때부터 어두운 맨홀을 쉼터로 삼아왔다. 아버지의 죽음 후 자신과 달리 아버지를 용서한 엄마, 누나의 태도가 혼란스러운 선오는 새로 사귄 친구 무리와 어울리다 이주노동자와 충돌하게 되고, 자기 안의 폭력성을 확인한다. 고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맨홀>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소년이 폭력의 주체가 되어 겪는 심리적 혼란을 정교하게 구축해나간다. 가장 저주했던 이를 인정해야만 형벌을 피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혼란에 관객 역시 모호한 물음표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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