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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아저씨, 아니 청년들이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한 대목처럼 트럼펫 소리에 홀린 문 노인이 신나게 연주 중인 밴드의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다. 모두가 쿵짝쿵짝 한껏 흥이 났다.
제주의 뜨거운 햇볕에 그을린 팔을 척척 걷어붙인 채로 카리스마 넘치게 현장을 호령하던 오멸 감독. 그에게 <하늘의 황금마차>는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노는 배우들을 악기 삼아 자연스러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자칫하면 영화 촬영현장이 아니라 홍대의 어느 야외무대로 착각할 뻔했다! 한적한 협재해수욕장이 킹스턴 루디스카의 신나는 연주 덕에 시끌벅적하다.
문 노인을 연기한 배우 문석범. <어이그, 저 귓것>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에도 출연했다. <하늘의 황금마차>에선 말썽쟁이 ‘귓것 하르방’을 연기하지만 실제로는 제주 고유의 노동요에 조예가 깊은 전문 소리꾼이다.
“우리가 우리를 뭐라고 부르는 줄
[씨네스코프] 밴드와 제주 그리고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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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몇달 동안 토요일마다 강시영화를 한편씩 봤다. 강시영화가 그토록 재미있었던가 하면, 아니다. 내가 다니던 보습학원 원장이 강시영화 마니아였을 뿐이다. 다른 학원이 쉬는 토요일에 ‘특별 시청각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한 그는 아이들이 강시처럼 콩콩 뛰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곤 했다. 중국어 학원도 아니었는데, 그는 도대체 뭘 교육하고 싶었던 걸까.
요즘 아이들은 강시가 뭔지 아는지 모르겠다. 강시란 쉽게 말해 중국의 좀비다. 강시에게 물린 사람은 강시가 된다. 중국인들은 객사한 원혼이 떠돌지 않도록 고향으로 데려왔는데, 장거리 수송이 힘들다보니 도사를 고용해 되살아난 시체가 제 발로 뛰어오도록 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죽어서도 고생, 승천하다 말고 힘들어서 원혼이 되겠다). <강시선생> <헬로강시> <영환도사>…. 내용도 출연진도 비슷했던 이 영화들을 토요일마다 보면서 나는 진짜 강시가 나타날
[김정원의 피카추] 서바이벌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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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거인>(1808∼12. 고야의 제자 작품이라는 주장도 있다)은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방영에 이어 <퍼시픽 림>이 개봉하면서 부쩍 눈에 밟히는 그림이다. 도시를 부수는 거대 로봇과 괴수야 여름마다 보는 화상들이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짐승 냄새나는 스펙터클은 고야가 그린 몇몇 무서운 그림의 직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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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출연한 팟캐스트 <필름메이커와의 만남>(Meet the Filmmaker)을 듣다 귀를 쫑긋했다. <코스모폴리스> 개봉 즈음인 2012년 8월 크로넨버그 감독과 주연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함께 뉴욕 증권거래소를 찾아 개장을 알리는 종을 울렸다는 일화가 언급된 대목이었다. “유령이 세계를 홀리고 있다. 자본주의의 유령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하는 영화로서 확실히 특이한 홍보 이벤트 아닌가. 나와 비슷한 의아함을 표하는 사회자에게 크로넨버그 감독은 &l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보여주지 않는 그래서 알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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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잘하는 사람은 뒷설거지할 것이 별로 없다. 후딱후딱 도구들을 씻고 정리해가며 음식을 하기 때문이다. 살림 잘하는 사람의 기준도 평소 부엌이 얼마나 깨끗하냐는 것이다. 설거지통에 씻을 그릇이 잔뜩 담겨있으면 때가 되어도 밥하기 참 싫다.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를 위한 사업이었고 그 통에 짬짜미 비리도 유발됐다는 요지의 감사원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의 ‘입’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국민을 속인 일”이라며, “잘못된 부분은 사실대로 알리고 바로잡고 고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거이거 너무 표정관리 안되시잖아. 너무 추상 같으시잖아. 국정원 댓글공작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으로 전 정권과 사실상 짬짜미를 벌여온 처지에 보는 사람 민망하게시리…. 쉿.
청와대의 불호령과 달리 사람들은 그리 놀라지 않는다. 그 뻔한 걸 왜 감사원(과 박근혜정권)만 이제 알았느냐는 반응이 더 많을 것이다. 앞에서는 대운하 포기한다고 해놓고 뒤로는 자연형
[김소희의 오마이 이슈] 예, 바로잡고 고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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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히어로들에겐 자신과 충돌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셰인 블랙의 ‘아이언맨’이 그랬듯이 말이다. 이번엔 울버린의 차례다. <더 울버린>의 휴 잭맨은 이번 영화에서 최초로 죽을 기회를 얻는다. 영원히 상처입지 않고, 결코 죽을 수 없는 존재였던 그가 평범한 인간이 될 기회를 얻어 마침내 죽음과 직면하게 됐을 때, 영생과 불멸의 형벌 속에 몸부림치던 그가 마침내 고통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게 됐을 때, 울버린은 어떤 제스처로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될까.
그의 또 다른 자아, 울버린
휴 잭맨의 커리어에서 울버린을 빼고 논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휴 잭맨에게 울버린은 21세기와 함께 찾아왔다. 그의 배우 인생에 있어 밀레니엄을 맞이한 셈이다. 2000년,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에서 그는 마블 시리즈의 사연 많은 히어로로 다시 태어났다. 호주 출신의 무명배우 휴 잭맨이 길고 날카로운 강철 손톱과 늑대의 눈, 아다만티움
[휴 잭맨] 젠틀맨 그러나 길들여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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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엔 가세 료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에 참여한 스탭들이 어느 광고 문구를 빌려와 하는 농담이다.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힘이 나는 사람이라는 뜻일 거다. 그 농담을 전해들은 그는 그냥 씩 웃기만 했다. 홍상수 감독과 가세 료가 만난 건 지난해 일본에서다. 홍상수 감독은 가세 료의 첫인상에 관해 이렇게 묘사한 적이 있다. “내 영화를 좋아한다고 들었지만 어떤 배우인지는 잘 몰랐다. 출연에 관해서도 아무 생각이 없었고 그냥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그가 로비로 들어와 내쪽으로 걸어올 때 쪼가 없는 그 얼굴이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촬영 중에도 감독이 배우를 아끼고 배우가 감독을 따르는 모습은 역력했다고 스탭들은 말한다. 그렇게 하여 벌써 닮은 것인가. 가세 료는 ‘귀엽다’는 홍상수식 형용사를 사용하며 인터뷰의 첫 대답을 열었다. 6월 말에 시작하여 2주 동안 촬영했던 홍상수 감독의 열여섯 번째 장편 프로젝트는 7월10일에 모든 일정을 마쳤다. 그날 낮에 가세 료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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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 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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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의 남자아이가 있다. 이름은 카메론 콜리. 그에게는 한살 더 먹은, 형제보다 더 가까운 앤디라는 친구가 있다. 둘은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함께 붙어 다닐 만큼 친하지만, 카메론에게는 어려서 앤디가 얼어붙은 호수에 빠졌을 때 구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겁에 질려 달아난 어두운 기억이 있다.
어느 날 두 아이는 숲에 놀러가서 여자 얘기를 한다. 한살 더 먹은 앤디는 발기된 성기를 꺼내서 자랑삼아 보여주고 카메론은 경탄스럽게 만져보다가 그만 사정을 시키고 만다. 시시덕거리며 뛰어가던 아이들은 험상궂은 남자에게 뒷덜미를 잡힌다. 무슨 짓을 했느냐고 추궁하는 남자 앞에서 아이들은 겁에 질리고, 남자는 앤디를 넘어뜨리고 성폭행을 한다. 울면서 도망가던 카메론은, 그러나 이번에는 용기를 내서 나뭇가지를 주워들고 돌아온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남자가 정신을 잃자 밑에서 빠져나온 앤디는 나뭇가지를 받아서 다시금 여러 차례 머리통을 내리갈긴다. 남자가 죽자 카메론은 경찰에 신고하자고 하지만 결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2인칭을 사용하는 살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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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면 문맥 속에서 한참을 더듬다 얻어걸리는 것 말고 개념어에 대한 자신있는 정의가 없었구나 깨닫게 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인문학 유행의 시대에, 기초체력을 다지는 기분으로 읽어보면 좋을 책. 사디즘과 마조히즘, 윤리와 도덕의 차이, 포스트모더니즘과 모더니즘, 기표와 기의…. 같은 책과 사유를 만나고도 잡초로 인식할 것인가 꽃밭으로 인식할 것인가는 바로 이런 개념어에 대한 정립이 잘되어 있는가와 연관된다.
[도서] 개념어에 대한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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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시인), 송호창(국회의원), 박찬일(요리사), 반이정(미술평론가) 등. 각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온 이 시대 명사 7인의 에세이 모음집. 필자마다 7편씩 총 49편의 에세이를 실었다.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일상과 나이듦 등 여러 화제를 오가며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어서 좋다. 어쩌다보니 필자들이 모두 남자여서, 섹스와 결혼에 대한 생각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도서] 이 시대 명사 7인의 에세이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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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하다는 이유로 하자 있는 물건을 교환하거나 환불받는 대신 꾹 참고 써본 적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는 부당한 상황에 대해 똑 부러지게 따지는 법을 알려준다. AS 된다고 말해놓고 매대 상품은 안된다는 백화점 브랜드, 보름도 지나지 않았는데 구독 해지가 안된다는 학습지 회사 등,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노하우가 담겼다.
[도서] 부당한 상황에 대해 똑 부러지게 따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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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 재난을 대비하는 580만 가지 방법 중에 관련책 읽기는 들어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36계 줄행랑은 비단 전쟁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재난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장을 가능한 한 빨리 빠져나가는 일만큼 확실한 안전책이 또 어딨을까. 그런데 <생존 지침서>라니. 하긴, <세계대전Z>를 쓴 작가 맥스 브룩스는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도 펴냈었다. 좀비 천지의 세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에 비하면 <생존 지침서>는 은근히 써먹을 데가 많아 보인다. 허리케인, 태풍, 토네이도, 홍수, 쓰나미, 지진, 화산, 눈사태, 산사태, 산불, 가뭄과 폭염 등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처하는 법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해, 전염병과 납치, 전력 공급 중단 상황 대응법을 전하고, 나아가 건강한 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쓰고 있다. 대단원은 응급처치의 기술이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도서] 불필요한 책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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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에 태어나 곧 27번째 생일을 맞는 아미 해머는 이미 <소셜 네트워크>(2010)와 <J. 에드가>(2011)라는 묵직한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이름을 알렸다. 큰 키와 바른 자세, 그리고 낮은 목소리에서 나오는 신사적인 이미지로 정적인 연기를 펼친 그는, 그러나 보란 듯이 <백설공주>(2012)에서 왕자를 연기하며 우스꽝스럽게 망가지는 역할을 해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제리 브룩하이머와 고어 버빈스키의 블록버스터 <론 레인저>(2013)에서 화려한 액션영웅을 연기한다. 과연 이 거침없는 행보를 걷는 그의 연기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겉으로 보이는 건강한 모범생 이미지 이상의 무엇이 있는 걸까?
아미 해머를 처음 볼 때 즉각 떠오르는 이미지는 반듯하고 바른 인상이다. 그의 이름을 우리에게 처음으로 각인시킨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감독인 데이비드 핀처는 카메론-타일러 쌍둥이 형제를 다음과 같은 인물로 설정했다. “키
[아미 해머] 깨지기를 기다리는 반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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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바람 소리와 힘겨운 신음으로 페이드아웃되는 기억은 누군가의 악몽이다. 악몽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악몽을 마주하는 수밖에 없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며 끊임없이 대자연과 싸워온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는 해발 7925m, 그 누구도 정상에 도달하지 못했던 ‘빛나는 벽’ 가셔브럼 4봉에 도전하는 원정대 이야기다.
영화를 영화로만 볼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가 그런 영화다. 이들은 왜 자연에 도전하는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등반의 성패보다도 자신들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에 주목한다. 1995년, 꿈만 꿔오던 등반을 시작한 대원들은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대원들과 가깝게 지낸 슬로베니아 산악인 슬라브코의 실종과 악천후로 인해 등반에 실패한다. 2년 뒤, 수없이 좌절하고도 대원들은 모두가 실패한 그 코스에 또다시 도전한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 최초로 등반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들은 정상에 이르러 또 하
“우린 분명 정상에 올랐다” <우리는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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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어느 마을의 평범한 오후, 11살의 스컹크(엘로이스 로렌스)는 세차를 하고 있던 이웃집 릭과 담소를 나누고 집으로 향한다. 그때 옆집 아저씨 밥이 달려와서 릭을 무작정 폭행한다. 스컹크는 창문을 통해 피해자인 릭이 오히려 경찰에 잡혀가는 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영화는 릭이 자신을 강간했다고 밥의 딸이 거짓말을 하자 성질을 참지 못한 밥이 릭을 폭행한 것임을 보여준다. 릭은 풀려나지만 그 후유증으로 방에만 틀어박혀 있고 결국 그의 부모는 그를 정신병원에 넣는다. 변호사인 아치(팀 로스)는 부인이 회계사와 눈이 맞아서 도망간 뒤 보모 카샤를 고용해 스컹크 남매의 양육을 맡긴다. 카샤는 30대 중반이지만 애인 마이크(킬리언 머피)와의 결혼은 쉽지 않다. 스컹크의 오빠는 카샤의 담배를 훔쳐서 피우고 남매는 폐차장에서 자주 논다.
영화에는 불손가정, 학교폭력, 결혼과 사랑, 10대들의 비행 등 현재 영국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이 나온다. 영화는 그 수많은 문제들을 이웃사촌인 세 가정의
부서지는 삶 속에서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브로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