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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나의 영화] 모든 정황은 하나의 지점으로
장영엽 2013-10-08

파스칼 토마 감독의 <0시를 향하여>

0시를 향하여

영화는 서울에서, 사람은 부산에서. BIFF 데일리팀의 기본적인 작업 방식이다. 각종 행사와 게스트를 취재하려면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영화관람을 영화제 시작 전 서울에서 미리 마쳐놓을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도 지난 2007년엔 부산에서 짬을 내 한 편의 영화를 보았다. 프랑스감독 파스칼 토마의 <0시를 향하여>다. 당시 <씨네21> 데일리팀의 막내 객원기자였던 나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기사가 통과되기 전까지 무슨 사고라도 친 건 아닐까 싶어 사무실에 망부석처럼 앉아있었더랬다. 그때 한 선배가 건넨 말이 도화선이 되었을 줄이야. “영엽, 일 끝났으면 잠깐 바람 좀 쐬고 와도 돼.” 그 순간 나는 별안간 극장으로 가서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정말 미치도록 영화가 보고 싶었다. 마침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0시를 향하여>를 상영하기 직전이었고, 그 길로 나는 극장으로 뛰기 시작했다. 숨 가쁘게 들어간 영화관에선 애거서 크리스티의 인물들로 분한 프랑스 배우들이 죽음의 파티를 막 열어젖히고 있었다. 범죄 전문가 트레보스를 맡은 배우가 소설 속 그 유명한 명대사를 재현했다. “모든 정황이 하나의 지점을 향해 가는 거야. 그리고 정해진 시간이 되었을 때 정점으로 치닫는 거지. 그걸 0시라고 부르기로 하세.” 그의 말을 빌어 말하면 파스칼 토마의 영화를 관람한 그 순간이 나에겐 2007년 부산영화제의 ‘0시’였던 것 같다. 나의 초조함과 선배의 말 한 마디, 적절했던 이 영화의 상영시간, 파스칼 토마의 유려한 연출,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열기가 내게 잊지 못할 영화 관람의 추억을 만들어줬다. 올해에도 또 다른 ‘0시’의 순간이 부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