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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월28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문의: www.museum.seoul.kr
‘로드뷰’가 없으면 전방 2km 건물도 찾지 못하는 내가 되었다. 고개를 쭉 내밀어 멀리 보려는 의지도, 아파트 앞동 너머에 어떤 마을이 펼쳐질까 떠올리던 상상도 편리한 기계 뒤로 숨었다. 이제 종이지도를 보며 여기가 어딜까 손으로 점찍어보는 일은 더이상 불가능한 걸까. 전시장에 놓인 조선시대 지도를 보며 더 멀리 가보려는 사람의 의지와 상상에 대해 모처럼 떠올린다.
빛바랜 낡은 지도는 정보가 아닌 물질이다. 눈앞에 나타난 19세기에 제작된 <조선국팔도통합도>, 18세기의 <한양도>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종이는 누군가 수없이 만졌던 흔적을 감추지 못한다. 무슨 뜻인지 첫눈에 읽어낼 수 없는 한자와 기호들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전시 <지도의 나라 조선>은 이런 막연한 신비를 넘어 조선시대 지도 제작의 노하우와 ‘공간’에 대한 인식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 근
[전시] 지도에 새겨진 조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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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월17일까지
장소: 서울대학교 미술관
문의: www.snumoa.org
최기창 작가의 2채널 영상 <Eye Contact>는 정면을 바라보는 두 인물이 각각의 화면에 등장한다. 두 사람은 상대와 눈싸움을 하듯 눈동자를 고정시키다가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영상 속 인물들은 사실 누구를 마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작가가 촬영 영상 중 무작위로 선택한 것이다. 정면에 시선을 고정한 인물들이 화면에 순차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들과 눈싸움을 하는 상대는 전시장을 찾은 관람자가 되는 셈이다. 줄리아 포트의 애니메이션 <The Event>는 작가의 의도에 따르면 종말론적 러브 스토리의 구현이지만 회색 화면에 등장하는 이들은 사건을 진전시키지 않는다.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뚝뚝 끊어지지만 서로 엇나가는 이미지들에 압도된다.
지금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리는 <no comment전>은 누가 찾더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을 찾을 확률이
[전시] 파상력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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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라디오헤드의 명작 ≪OK Computer≫와 ≪Kid A≫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나이젤 고드리치가 울트라이스트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선보인다. 넓게는 일렉트로닉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다. 고유한 분위기를 갖고 일관된 색깔을 내고 있지만 그것은 울트라이스트의 색이라기보다 장르 특유의 색에 가깝다. 아직까지는 울트라이스트만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울트라이스타라는 이름은 스페인 문학운동에서 왔고, 핵심 멤버 나이젤 고드리치는 “라디오헤드의 여섯 번째 멤버”로 통하는 유능한 프로듀서다. 따라서 이름처럼 심오하고 경력처럼 진중한 작품을 기대할 법하지만, 그러나 보컬은 허술하고 각종 프로그래밍 사운드는 가볍고 밝으며 때때로 촌스럽고 귀엽다. 변변한 자료 찾기가 힘들 만큼 홍보 마인드까지 소극적이라 모든 게 의외의 연속이다. 특급 인텔리 프로듀서가 껍질을 깨고 장비를 벗삼아 쉬고 노는 좋은 예.
최민우
[MUSIC] 나이젤 고드리치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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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마마> 그릇만 바뀌었을 뿐인데!
[헌즈 다이어리] <마마> 그릇만 바뀌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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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연제욱)의 소원은 여자친구 수정(정다혜)과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수정의 원룸에 찾아들어간 상철은 사정을 해가며 꾀어보지만, 수정은 대낮부터 무슨 섹스냐며 상철을 내친다. 수정의 소원은 남자친구 정수(서지석)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코가 비뚤어지도록 만취한 수정은 자신의 원룸에 정수를 불러들이지만, 정수는 예의가 아니라며 수정을 뿌리친다. 잠깐, 수정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게 아니다. 수정은 상철과 헤어진 뒤 정수와 만났다. 그런데 상철을 만나는 수정과 정수를 만나는 수정은 딴사람 같다. 그렇다면 수정은 정수를 더 사랑하는 것인가.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세 남녀, 두 커플 사이에 어수룩한 청년 석태(이상일)까지 가세한다. 비단, 석태뿐일까.
<그 여자 그 남자의 속사정>은 다섯 남녀의 어지러운 짝짓기를 교차하는 로맨틱코미디다. 극중 인물들이 유사한 상황 아래서 달리 반응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흥미롭다. “우리 섹스할까?” 역시 누군가에겐
다섯 남녀의 어지러운 짝짓기 <그 여자 그 남자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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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의심하는 남자는 항상 ‘그 어떤 놈’의 정체를 알고자 한다. 여자에 대한 배신감은 오히려 잠깐일 뿐, 곧 머릿속은 온통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그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찬다. <디 아더 맨>은 사라진 아내와 충실한 남편, 그리고 ‘그 어떤 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행복했던 피터(리암 니슨)의 삶은 어느 날 아내 리사(로라 리니)가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긴 채 홀연히 종적을 감추면서 망가지기 시작한다. 맨 처음 피터는 구두 디자이너였던 아내의 패션업계 동료들을 의심하지만, 리사가 두고 간 컴퓨터에서 ‘LOVE’라는 폴더를 발견하게 되고 피터는 ‘그 어떤 놈’의 실체를 목격하게 된다. 그 폴더에는 리사의 나체사진과 함께, 그녀가 이탈리아 출장 중에 만났던 남자 레이프(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사진이 함께 들어 있었다.
강력한 극적 반전은 놀라움과 그럴듯함을 겸비할 때에만 빛을 발한다. 즉, 행간에 숨은 연결고리를 드러내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 전체를 새롭게 재
‘그 어떤 놈’의 정체 <디 아더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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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기억을 끄집어내는 데야 웨스 앤더슨이 일등이다. <다즐링 주식회사>에서 기차를, <판타스틱 Mr. 폭스>에서 땅굴을 파낸 그다. 이번엔 보이스카우트에 꽂힌 게 분명하다. 영화 속 보이스카우트 대원의 맞춤 의상과 자잘한 소품을 보는 순간, 웨스 앤더슨이 이 모든 걸 진두지휘하며 얼마나 즐거워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문라이즈 킹덤>은 1965년 미 북동부의 한 작은 섬 뉴펜잔스로 사랑의 줄행랑을 친 소년과 소녀, 그 애틋하고 잔망스러운 첫사랑으로의 초대다. 라디오와 책, 고양이가 전부인 12살 소녀 수지(카라 헤이워드)와 사고로 가족을 잃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보이스카우트 대원 12살 소년 샘(자레드 길먼). 둘의 인연이 시작된 건 1년 전이다. 교회 연극에서 갈까마귀로 분장한 수지에게 샘이 반했고, 펜팔이 시작됐고, 사랑의 도피를 위한 모종의 계획이 시작됐다. 뒤이은 풍랑과 도망친 소년과 소녀를 찾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행동방식, 이
애틋하고 잔망스러운 첫사랑으로의 초대 <문라이즈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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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밀 감찰요원 표종성(하정우)은 러시아, 중동의 무장세력과 무기밀매 거래를 벌이던 중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습격을 받는다. 남한 국정원 요원인 정진수(한석규)는 이들의 거래 현장을 덮치려다 실패하고 이로 인해 상부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한다. 표종성과 함께 무기밀매 사업을 벌이던 주독 북한 대사 리학수(이경영)는 평양에서 새로운 감찰요원 동명수(류승범)가 베를린에 급파되었다는 소식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 동명수는 대사관에서 통역관으로 일하는 표종성의 아내 련정희(전지현)를 무기밀매 정보를 바깥으로 흘린 내부 스파이로 지목하고, 표종성은 조심스럽게 아내 련정희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베를린>은 남북의 분단, 이념의 대립을 순진하게 끌고 들어오는 첩보영화는 아니다. 정진수는 “아직도 빨갱이 타령한다”고 상관으로부터 질책을 듣고, 표종성은 “넌 기껏 날 감시 대상으로밖에 안 보냐?”고 동료로부터 힐난을 당한다. 표종성의 신념과 정진수의 무기력은 구시대의 유물이라
낙오된 이들, 그리고 추악한 진실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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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혁(이장훈)은 갑갑하다. 아내 지연(최소은)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내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그는 흥신소에 의뢰하고, 아내를 찾았다는 얘기를 듣고 진도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만난 흥신소 직원(김선빈)을 통해 아내가 무당이 되어 가사도라는 섬에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무당이 된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던 전혁은 흥신소 직원과 함께 배를 타고 가사도로 향한다. 한편, 낚시꾼 두명이 바다 한가운데서 낚시를 하며 궤변을 주고받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젊은 낚시꾼(권용환)이 월척을 낚았는데, 잡힌 물고기가 괴상한 소리를 내자 그들이 탄 배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물고기>는 전혀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두 이야기가 영화의 중반부까지 교차로 전개된다.
사람은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을 더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마주한 진실이 때로는 무척 씁쓸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말이다. 영화 속 인물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며 머릿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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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파넬라. 이제 우리 둘만 남았어. 우리는 이 세상 끝까지 함께 가자.” 하늘을 달리는 은하철도 안에서 두명의 친구는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지만, 그중 한명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심연으로 사라져간다.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소설 <은하철도의 밤>은 일본의 근대 소설가 미야자와 겐지의 대표작이었다. 맑은 심성의 주인공과 환상적인 모험, 자연에 대한 애정과 인간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에 대한 애잔함. <은하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을 대변하는 핵심적인 요소들을 가장 유려하게 풀어낸 작품이었다. 1985년 이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일본의 아니메 거장 스기이 기사부로의 연출력이 다시 한번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과 만났다. <부도리의 꿈>은 미야자와 겐지의 가장 자전적인 소설로 평가받는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를 원작으로 삼은 애니메이션이다.
고양이 구스코 부도리의 삶은
곱씹을수록 여운이 남는 작품 <부도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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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감독 캐스린 비글로 / 출연 제시카 채스테인, 크리스 프랫, 조엘 애거튼, 에드거 라미레즈 / 수입 유니코리아문예투자(주) / 배급 (주)SBS콘텐츠허브 / 개봉 3월7일
<제로 다크 서티>는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빈 라덴의 행적을 십년간 추적했던 CIA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보 수집과 분석에 탁월한 감을 지닌 CIA 요원 마야(제시카 채스테인)는 빈 라덴 암살 작전에 투입된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의 함정에 빠져 동료를 잃고, 테러리스트들에게 오히려 공격받는 처지에 놓인다. <제로 다크 서티>의 감독 캐스린 비글로와 작가 마크 볼은 정부로부터 기밀 문서를 제공받아 당시의 작전 상황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그려내려 했다고 한다. 영화 속 고문 취조 장면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한 <제로 다크 서티>는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Coming Soon] 빈라덴 암살 작전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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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사드는 바스티유 감옥에서 풀려났다. 1848년 보들레르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가전을 벌였다. 1870년 쿠르베는 파리 방돔 광장의 나폴레옹 동상을 무너뜨렸다.” 피터 월렌은 <순수주의의 종언>에서 프랑스 정치사에는 “민중혁명과 예술혁명간의 수렴을 축하하는 장엄하고 전설적인 순간들이 있다”고 썼다. 혁명의 기치 아래 예술이 정치를 껴안고, 정치가 예술로 향하는 전복적인 합일의 장면들은 20세기에도 분출됐다. 러시아 혁명으로부터 자양분을 얻은 192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운동과 1968년 5월의 불씨를 지핀 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tuationist International, 이하 SI)이 대표적이다. 특히 SI는 예술과 정치 사이에 놓인 장벽을 허무는 데 만족하지 않고, 예술의 소멸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최후의 아방가르드’라고 일컬어진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1월24일부터 2월28일까지 열리는 <스펙타클과 우회의 전략, 기 드보
[영화제] 깨어나라! 유령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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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보면 비소 중독 때문에 바닷물로 위세척을 하는데요. 바닷물로도 가능한가요?
A. <클라우드 아틀라스>처럼 비소 같은 독극물을 복용한 환자의 경우 응급처치로 위세척을 하게 됩니다. 보통 병원에서는 긴 관을 입안으로 삽입하고 관 안으로 세척액을 흘려보내 환자의 구토를 유발시키는 방식으로 위세척을 하는데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는 세척액이 아니라 바닷물로 위세척을 하게 되죠. 물론 바닷물로 위세척을 할 수밖에 없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요. 하지만 이런 방식이 제대로 된 응급처치인지 한번쯤 의심해볼 만한 부분인데요. 그래서 일전에도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셨던 속편한내과 김형식 원장님께 바닷물로 위세척을 할 수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원장님은 “영화에서 바닷물을 사용한 것은 보통 위세척 시 바닷물과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생리식염수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올바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불가능하다고도 볼 수 없는 방법”이라며 궁
[cinepedia]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보면 비소 중독 때문에 바닷물로 위세척을 하는데요. 바닷물로도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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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용구씨.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억울하게 교도소에 오셔서 마음이 편치 않으실 텐데.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1961년 1월18일 태어났어요. 제왕절개. 엄마 아팠어요. 내 머리 커서.
-용구씨의 석방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10만인 서명도 받아왔습니다. 혹시 글을 모르시면 읽어드릴까요?
=용구 글 알아요. 요새 까막눈이 어딨어요. 그런데 우리 방에 오달수 아저씨 글 몰라요. 바보. 상태가 안 좋아요. 그리고 비키니 시위 싫어요. 하지 말라고 해주세요.
-네, 잘 알겠습니다. 교도소장님께서 우리 용구씨가 학교생활 잘하고 있다고 칭찬이 자자하시더라고요.
=여기 학교 아니에요. 감옥이에요, 감옥. 여기 다 나쁜 사람들. 예승이 보고 싶어요, 우리 착한 예승이.
-‘딸바보’라더니 정말 그러시네요. 하나밖에 없는 딸 예승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가요?
=맞아요. 예승이가 젤 예뻐요. 내 옆에서 자는 만식이 아저씨 딸 봉선이. 이상하게 생겼어요 봉선이.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저 바보 아니에요, 상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