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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3일 토요일 원주 상지대학교 민주관에서 ‘원주 아카데미 후원의 날’이 열렸다. 극장 보존에 힘써왔던 아카데미의 친구들(이하 ‘아친’)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지난해 10월 말 원주시에 의해 극장이 강제 철거된 뒤 치러졌던 11월 전국 규탄대회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원주시로부터 시위 및 농성 등에 따른 업무방해죄로 고소, 고발당한 26명의 시민과 영화인의 법률 대응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아친의 2023년 활동 정리 및 아카데미 없는 2024년 이후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극장은 부서졌지만 서로가 남았기 때문일까. 이날 만난 아친은 찾아온 모든 이들을 함성으로 맞이했다.
후원의 날은 원창묵 전 원주시장, 권칠인 감독 등 정치인과 영화인, 아카데미를 추억하는 아친의 친구들까지 130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3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1부 행사의 핵심인 아카데미 친구들의 활동 보고는 아친의 오현태씨가 맡았다. 2021년 아카데미극장보존회 발족을 시작으로 2023년 문화
[씨네스코프] 원주 아카데미 후원의 날, 극장은 사라졌지만 서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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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29개 문화예술 단체가 구성한 문화예술인연대회의(가칭)는 1월1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회를 열어 이선균 배우의 수사 과정에 대한 수사당국의 진상 규명 촉구, 언론 및 미디어의 자정 및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정부 및 국회의 ‘이선균 방지법’ 관련 법령 제·개정 작업을 요구했다.
배우 김의성, 봉준호·이원태 감독,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이 성명서 낭독을 맡았다. 김의성 배우가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해 입장을 밝힌다”라며 발표를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는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
[씨네스코프]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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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새 집행위원장이 지명됐다. 지난해 12월12일 독일 문화부 장관 클라우디아 로트는 베를린 마르틴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대 적임자”라며 미국 출신의 트리시아 터틀을 새 집행위원장으로 소개했다. 트리시아 터틀은 2025년부터 베를린영화제를 이끌게 된다. 이로써 2024년 베를린영화제는 2인 공동집행위원장인 마리에테 리센벡과 카를로 카트리안의 마지막 무대라는 게 기정사실화됐다. 그렇다면 신임집행위원장 터틀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미국 노스캐롤리아 출신이지만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다. 지난 25년 동안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으로 영국 필름아카데미에 몸담았으며 영국 퀴어영화제에서도 활약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런던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치른 경력이 있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미국영화계와의 두터운 네트워크가 터틀이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뽑힌 데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베를린] 두 집행위원장 체제 막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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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전시회인 CES 2024가 미국 시간으로 1월9일부터 12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라스베이거스를 찾았을 때 CES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또한 많은 한국인들 심지어 지드래곤까지 참가했다는 소식을 현지에서 들었다. 한국에서 CES에 갖는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CES의 주요 논의 중 하나는 OTT의 광고 시장이었다. 먼저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부스를 마련해서 화제를 모았다. 아리아 호텔에서 있었던 C-SPACE 행사(미디어 관련 콘퍼런스나 전시, 회사간 미팅은 아리아 호텔에서 이뤄졌다)에서 대부분의 회사들이 광고 이야기를 꺼냈고, 디즈니는 앞으로 디즈니+, 훌루에서 다양한 포맷의 광고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낼 정도로 광고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 기간 동안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를 2300만명의 구독자가 사용한다는 것, 시간당 4개의 CPM 35달러짜리 광고가 노출된다는 소식을 알렸다. 2월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CES 2024에서 본미디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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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극장가의 한국영화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1월15일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2023년 1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영화의 누적 관객수는 6075만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7~19년 같은 기간 평균) 대비 53.7% 수준이었고 2022년 대비 3.3%(204만명) 감소했다. 한국영화 누적 매출액은 티켓값 인상 등의 효과로 인해 관객수 지표보다 긍정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64.4%를 기록했다. 외화는 웃었다. 매출액 기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73.7% 수준의 회복세였다.
한국영화 부진의 이유 중 하나는 ‘중박 영화’의 부재로 지적됐다. “영화 관람 가격 인상과 OTT 성장으로 인한 관객 쏠림 현상 탓에 중소 규모로 제작되어 300만~500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가 드물었단 것이다. <서울의 봄>이 누적 관객수 1185만명(1월17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천만 영화 등장, 중박 영화 부진, 영화진흥위원회 2023년 극장가 한국영화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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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크리처> 파트2
넷플릭스 | 10부작 / 연출 정동윤, 노영섭 / 출연 박서준, 한소희, 수현, 김해숙, 조한철, 위하준, 지우 / 공개 2023년 12월29일(파트1) 2024년 1월5일(파트2)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평평한 장르의 입을 빌려 전한 입체적인 역사 윤리
옹성병원의 잔혹한 생체 실험을 목도한 채옥(한소희)과 태상(박서준)은 생존자들과 함께 탈출을 감행한다. 작전은 성공적이었지만 대가는 가혹했다. 금옥당의 조력자들은 경무청에서 모진 고문을 당했고, 탈출 과정에서 명자(지우)는 나진이 든 차를 마시고 잠식된다. 의외의 인물 덕에 홀로 남은 태상도 무사히 병원에서 탈출하지만 모든 일을 계획한 거대한 흑막의 손길은 태상과 채옥을 위협해온다. 중원(조한철)은 아내를 구하러 다시 옹성병원으로 향하고 태상과 채옥은 보이지 않는 손과 최후의 일전을 준비한다. <경성크리처>의 파트1이 비극적 시대 속에서 생존에 집중했다면 1월5일 공
[OTT 추천작] '경성크리처' 파트2,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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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 8부작 / 연출 하병훈 / 출연 서인국, 박소담, 김지훈, 고윤정, 김미경 / 공개 1월5일(파트2)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자살자가 다시 쓰는 한국판 <보이후드>
자살한 최이재(서인국)는 ‘죽음’(박소담)의 부름을 받아 지옥의 변방과도 같은 림보에 떨어진다. 죽음을 가벼이 여겼다는 이유로 지옥에 가기 전까지 열두 사람의 몸에 들어가 열두번의 참혹한 죽음을 다시 겪는 이재. 범죄 조직의 해결사로, 출소를 나흘 앞둔 죄수로, 학교 폭력을 당하는 고등학생으로, 생후 5개월 된 아기로, 연쇄살인마로 반복해 환생하면서 여러 폭력과 부조리의 배후에 있는 재벌가 박태우(김지훈)와의 악연이 거듭된다. 숫자 12를 가리키던 시침은 그가 죽을 때마다 뒤로 한칸씩 돈다. 열한번의 죽음 끝에 남은 1로 시침이 향하는 순간, 이재는 생애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이 되어 마지막 숨을 쉬기 시작한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왜 자살하면 안되는가?’,
[OTT 리뷰] '이재, 곧 죽습니다' 파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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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들어가 토끼를 잡는 법’에 관한 재미난 만평이 있다. 4시간의 수색을 마치고 나온 CIA는 “모든 정보원들이 수풀 하나하나 돌 구석까지 샅샅이 정밀수색한 결과 토끼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습니다”고 결론짓는다. FBI는 24시간이 지난 뒤 “토끼는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멀리 가지 못했을 겁니다”라고 발표한다. 마지막으로 KGB는 20분 만에 만신창이가 된 곰 한 마리를 끌고 온다. 곰은 자백한다. “저는 토끼입니다. 저희 부모님도 토끼입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신작 <노 베어스>를 보다가 문득 이 웃기고 섬뜩한 만화가 떠올랐다. 때론 조금 떨어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구 소련 수사 기관의 무능과 부조리를 조롱하는 이 4컷 만화를 지금 다시 보니 공포를 동력 삼아 작동하는 권력의 설계도를 마주하는 기분이다.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는 것 같지만 때때로 동시적으로 존재한다. 한 사람, 한 집단, 한 국가의 역사는 선형적으로 인식되지만 시선을 대륙, 지구
[송경원 편집장] (이제) 여기엔 곰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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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시리즈 제작 편수가 많아지면서 캐스팅 소식만큼이나 편성 정보가 뜨거운 뉴스가 되고 있는 시대다. 이미 성공한 IP를 확장하는 시즌제 드라마부터 웹툰 원작 영상화 프로젝트까지 각자의 경쟁력을 갖춘 작품들이 각사의 신작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TV부터 OTT 플랫폼까지 주요 채널을 중심으로 공개가 확정된 시리즈를 정리해보았다.
[특집] 끝내주는 시리즈, 조만간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신작 시리즈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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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전고운 감독과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이 만나면 어떤 화학작용이 날까. 섬세한 감정과 다정한 분위기, 사회상을 반영한 동시대적 메시지까지 두 작품의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차분하고 따뜻한 작품을 상상하겠지만 두 감독은 그 기대를 유쾌한 박자로 어긋낸다. ‘Long time no see’의 약자인 ‘LTNS’를 ‘Long time no sex’로 전환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는 관계가 소원해진 부부 우진(이솜)과 사무엘(안재홍)의 부부 활극을 그려낸다. 우연히 친구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우진은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큰돈을 내미는 친구를 보며 자신의 일터인 호텔에서 알게 된 비밀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불륜 커플의 뒤를 밟기 시작한 우진과 사무엘은 알게 모르게 누적해온 갈등의 골을 직면하고 케케묵은 감정을 풀어간다. 극적 소재로서 불륜을 다루는 <LTNS>는 기존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관점을 취한다. 이전까지 불륜을 하거나
[인터뷰] 본격 불륜 블랙코미디, 임대형, 전고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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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시청률 70%, 1971년부터 18년간 이어진 880회분 방송. 기록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드라마 <수사반장>의 역사가 프리퀄 <수사반장 1958>에서 새롭게 재해석된다. 1958년, 종남서의 박영한 형사(이제훈)를 중심으로 동료 형사 김상순(이동휘), 조경환(최우성), 서호정(윤현수)이 팀을 꾸려 부패 권력에 맞서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 사건별 수사 과정이 차례로 묘사될 예정이다. <수사반장 1958>의 메가폰은 영화 <공조> <창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쥐었다. 올해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촬영 중인 <수사반장 1958>에 관해 김성훈 감독은 기획 의도부터 섬세하게 구현된 수사실의 내부까지 설명을 이어나갔다.
- 드라마 작업을 해보니 영화와는 어떤 차이가 느껴지던가.
기본적인 제작 루틴이 달라 계속해서 적응해가는 중이다. <수사반장 1958>의 방영 시간은 대략 회당 1시간씩 10화, 총 1
[인터뷰] 히어로의 탄생, <수사반장 1958> 김성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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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공동 각본을 맡았던 한진원 감독이 저택과 반지하 집이 아닌,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자신의 첫 연출작으로 선보인다. <러닝메이트>는 ‘발기남’이라는 별명을 얻는 바람에 이미지 쇄신이 필요했던 영진고 모범생 세훈(윤현수)이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친구 원대(최우성)의 러닝메이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머지않아 자신이 원대의 유일한 러닝메이트가 아니란 걸 알게 된 세훈은 ‘지역구 핵인싸’ 상현(이정식)과 손잡고 새판을 짠다. 한진원 감독은 연출은 처음이라 모든 게 부족했다며 겸손을 표하면서도 <러닝메이트>가 유망한 젊은 신인배우들의 보고와도 같은 작품이 될 거라 확신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 2014년에 한 친구에게 이메일로 연재한 소설 <소라게>가 <러닝메이트>의 원안인 걸로 알고 있다.
여러 가지 포인트가 맞물려 시작된 이야기다. 연출부를 그만두고 다시 뭘 써볼까 작정하고 고민하던
[인터뷰] 말맛 나게, 속도감 있게, <러닝메이트> 한진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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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나쁜 엄마>로 의외의 히트작을 배출한 심나연 감독이 올 하반기 방영 예정인 JTBC 텐트폴 드라마 <굿보이>에 합류했다. 올림픽 특채로 경찰이 된 메달리스트들이 한팀으로 활동하는 과정을 그리는 활달한 수사극이자 청춘물이다. 스릴러, 휴먼 드라마를 거쳐온 심나연 감독이 첫 액션, 코미디 장르로 뛰어든 데에는 <라이프 온 마스> <보좌관>을 쓴 이대일 작가가 긴 시간 준비해온 대본을 향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내가 가진 약간은 마이너한 기운을 상쇄해주는 대본들에 오히려 자극을 받는다. 이대일 작가가 <라이프 온 마스>에서 보여준 특유의 감수성, 시원한 전개와 엔터테이닝한 요소가 돋보여 더욱 끌렸다.”
심나연 감독은 주인공 윤동주를 “어떤 악도 물들이지 못하는 이상적 존재”라고 묘사했다. “일말의 계산 없이 정의를 위해 자기 몸을 던지는 뜨거움과 해맑음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다.” 경찰 특수팀이 해결해나가는 사
[인터뷰] 사랑스러운 도시형 히어로를 그린다, <굿보이> 심나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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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패스와 김진석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약한영웅 Class 1>(이하 <약한영웅>)이 새로운 시즌 <약한영웅 Class 2>(가제, 이하 <약한영웅2>)로 돌아온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웨이브에서 넷플릭스로 변하고 연시은(박지훈)의 학교도 벽산고등학교에서 은장고등학교로 바뀌지만, 여전히 유수민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쓰고 한준희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함께한다. 한준희 크리에이터는 속편을 원하는 애청자들의 요청을 듣고 “시리즈의 팬들의 사랑에 우리가 얼마나 잘 응답할지” 고민하며 유수민 감독에게 속편 창작의 의사와 의지를 물었다. 고심 끝에 유수민 감독이 <약한영웅2>를 만들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약한영웅>과 시은을 향한 ‘책임감’이다. 유수민 감독은 “시은이 <약한영웅>의 결말에 마주한 상처를 제대로 맺어주어야 한”다는 책임과 “시은의 이후 행보를 궁금해하고 응원하는 애청자들을 향”한 책임을 통감하며 박현우 작
[인터뷰] 새롭게, 다르게 Class 2, <약한영웅 Class 2>(가제) 유수민 감독, 한준희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