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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사기꾼, 뻔뻔한 거짓말쟁이, 세상에서 가장 미움받는 마녀 애거사 해크니스(캐서린 한). 마녀로서의 모든 능력을 잃은 채 자신이 인간인 줄 알고 살아가는 애거사 앞에 어느 날 수수께끼의 10대 소년 틴(조 로크)이 나타난다. 틴을 통해 마녀로서의 자아를 각성한 애거사는 잃어버린 힘을 되찾기 위해 어중이떠중이 마녀들을 모아 신비롭지만 위험천만한 ‘마녀의 길’로 떠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TV시리즈 <완다비전>에서 조연임에도 폭발적 인기를 누린 마녀 애거사가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 <전부 애거사 짓이야>로 돌아왔다. 스릴러, 다크 판타지, 코미디, 공포를 넘나드는 마녀들의 모험은 9월19일부터 디즈니+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잭 셰이퍼 감독과 메리 리바노스 프로듀서에게 <전부 애거사 짓이야>의 제작기에 대해 들었다.
- 제목부터 시작하자. <전부 애거사 짓이야>는 3년 전 큰 화제를 불러모은 동명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
[인터뷰] 세상에서 가장 마녀다운 마녀가 될 거야 - <전부 애거사 짓이야> 잭 셰이퍼 감독, 메리 리바노스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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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십스테드 지음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돌아보지 않는 법을 아는 캐릭터를 언제나 부러워해왔다. 현실에 주저앉지 않는 법, 실망하지 않는 법에 대해서라면 얼마든 자기 계발서를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만으로 무력감만이 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모든 것이 ‘나’에 수렴하는 문제인 것만 같아서. <그레이트 서클>은 모든 것이 ‘나’에 수렴한다는 자기 인식으로 세상 끝까지 날아오르는 이야기다. 거침없고 대담하게.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거대하게 상상할 줄 알았던 두 여성의 이야기는 소설 속 문장을 빌리면 당당한 선언처럼 느껴진다. “세상은 펼쳐지고 또 펼쳐지며, 언제나 끝이 없다. 하나의 선, 하나의 원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앞을 바라본다. 수평선이 있다. 뒤를 본다. 수평선. 지나간 것은 잃어버린 것이다. 지금의 나는 미래에 이미 잃어버린 것이다.”
소설의 제목인 ‘그레이트 서클’은 구 위에서 그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원을 의미한다.
씨네21 추천도서 - <그레이트 서클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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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그것은 커다란 수수께끼 중 하나다. 우리가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몇분 만에 알게 되는 걸까?” 핼은 영국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16살 소년이다. 핼은 어릴 때 TV에서 두 소년이 나오는 영상을 보았다. 둘은 아서왕의 돌에 칼을 간 뒤 서로의 손을 긋고 두 피를 섞어 맹세한다. “이제 우리는 영원한 단짝 친구야.” 핼은 이때 이후로 언제나 충실하고 서로의 곁을 지켜줄 단짝 친구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내게도 언젠가 그런 친구가 나타날 거야. 그 경이로운 운명은 어느 날 갑자기 핼의 앞에 나타난다. 핼이 탄 요트가 폭풍에 휩쓸리자 바다에서 갑자기 나타난 배리가 그를 구해주고 집에 데려가 옷을 갈아입히고 따뜻한 음식을 먹인다. “너는 어디서 나타나 나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거야”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짧은 시간 핼은 배리와 뜨거운 애정을 나누게 된다. 여름에 만난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은 고작 7주였다. 16살의 여름,
씨네21 추천도서 -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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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지음 비채 펴냄
디저트를 언제 먹더라. 단것을 무지 좋아해 고속노화의 길을 향해 스피드를 올리고 있는 내 경우에는 단것을 혼자서도 찾아 먹지만, 대부분은 누군가와 식사 후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음료와 함께 찾아 먹을 것이다. ‘디저트를 소재로 단편소설을 써주세요’라고 청탁을 받았을 5명의 작가를 상상해봤다. 원하는 디저트를 하나씩 결정하고, 이 디저트를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작가가 디저트를 테마로 완성한 단편소설 앤솔러지 <녹을 때까지 기다려>는 그렇게 탄생한 소설집이다.
누구에게나 최애 디저트가 있을 것이고, 하나의 디저트로 소설을 써야 한다면 어떤 디저트를 선택할까. 오한기는 초콜릿을, 한유주는 이스파한을, 박소희는 젤리를, 장희원은 사탕을, 이지는 슈톨렌을 소재로 썼는데 각기 다른 디저트의 종류만으로도 작가의 개성이 보이는 듯하다. 이것이 소설인지 에
씨네21 추천도서 - <녹을 때까지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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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책 제목을 읽고 나는 순간 다소 경박하게 소리내 웃고 말았는데, 영화 제목 <헤어질 결심>이 (<헤어질 결심>의 제작 과정을 담은) 사진집 제목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으로 바뀐 언어유희가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집의 제목은 ‘나는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만들었는가’의 맥락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할 수 있지?’처럼 경악을 동반한 질문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게,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한 거야, 혹은 만든 거야? 박찬욱 감독이 쓴 서문에 따르면 <헤어질 결심>은 팬데믹 기간을 관통하여 2022년 5월 경기도 파주에서 완성되었는데, 그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찍은 사진들 중 일부를 골라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에 실었다고 한다. “내 주장에 의하면 모두 제작 현장 사진이다.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만들까 대개 그 생각만 하던 때였으니 어디를 가나 내게는
씨네21 추천도서 -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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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지음 창비 펴냄
할 말이 없다는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없다는 뜻은 아닌데, 할 수 있는 말을 고르는 게 적잖이 괴로워서다. 이 괴로움은 나의 몸 안에서부터 솟아오르기도 하고 바깥을 향하는 시선으로부터 비롯되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침묵 속에서 잠잠히 마음을 놓고 있는 편이 좋게 느껴지는 상태다. 그러다 보면 어라, ‘이 상태를 좀 좋아하는지도?’라는 깨달음에 도달하기도 한다. 내 안에 고여 있는 언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같은 썩 괜찮은 기분을, 박연준의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을 읽으며 느꼈다. 시인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인 박연준의 새 에세이다.
“골동품과 유실물은 같은 공간에 담긴다. 서로를 노려본다. 낡아가는 일과 잊히는 일 중에 무엇이 더 나쁜가 생각한다.”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에서 눈길이 가는 단어들은 모두 시간과 관련이 있다. 맨 처음에 등장하는 시간은 새벽이다.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4등분되어 존재
씨네21 추천도서 -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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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박연준 지음 /창비 펴냄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박찬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지음 /비채 펴냄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든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그레이트 서클1, 2> 매기 십스테드 지음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9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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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소녀성의 소유자이면서, 전생을 기억하는 것 같은 웅숭깊은 눈동자를 천천히 끔뻑이는 배우와 마주 앉았다. 무구해 보이는 첫인상 너머로 영민한 지력을 가다듬은 이 배우는 끊임없이 묻고, 쓰고, 감정과 목소리의 쓰임을 연구하면서 <파친코> 시리즈의 거대한 아우라 바깥으로 이미 저만치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비유하자면 배우 김민하는 한쪽 굴곡이 비스듬히 기운 백자처럼 오묘하기에 아름답다. 그가 풍기는 깨끗함은 연약함이 아니라 기백에 가깝다. 재일 한인 여성의 고된 삶을 그리는 배우가 조준한 지점이 희생의 서글픔이 아닌 특출난 강인함인 것처럼. 수년 만에 마주한 남편 이삭(노상현)의 이른 죽음을 마주하는 장면을 회상할 때 김민하는 이렇게 말했다. “선자라면 절대로 떠나는 사람 앞에서 울지 않아요.” 이토록 담담한 얼굴 아래 배우가 옮겨낸 정동은 굴곡진 역사만큼이나 들끓는다. 동세대 중 단연 정의하기 쉽지 않은 희귀한 체질의 배우. 속 깊고 현명한 언어
[커버] 묻고, 쓰고, 소리내기 - <파친코> 시즌2 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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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쥬스 비틀쥬스>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신비로운 세계는 겉보기에는 혼란스러워 보이나 그 가운데 개개인은 시스템에 아주 잘 적응해 있고 한 시스템은 또 다른 시스템과, 그리고 시스템 전체와 잘 어울려 돌아가고 있어서, 한 인간이 그로부터 잠시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자신의 자리를 영원히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위험을 느끼게 된다.” -너새니얼 호손 <웨이크필드>
<영화, 물질적 유령 : 이론과 비평의 경계를 넘어>(질베르토 페레스 지음 | 이후경, 박지수 옮김 | 컬처룩 펴냄)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가장 슬픈 이미지는 비틀쥬스(마이클 키턴)가 준비한 리디아(위노나 라이더)와의 결혼 계약서다. 그가 품에서 꺼낸 두루마리엔 몇십년을 고대하며 준비해놓은 결혼 관련 조항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를 이용해 부활을 시도하던 살인마 제레미(아서 콘티)를 단숨에 지옥 불에 던져넣어버릴 만큼
[비평] 팀 버튼의 결혼 이야기, 세계의 규칙을 따르기, <비틀쥬스 비틀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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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한가위다. 두 단어로만 이뤄진 이 짧은 문장만으로도 내 연식과 문화적 배경이 드러날 테다. ‘바야흐로’라는, 시의적절한 뉘앙스에 발음마저 유려한 이 단어는 구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문어체로도 잘 쓰이지 않는다. 한가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여름을 끝내고 가을걷이에 들어간 시절의 풍요와 여유가 배어 있는 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진정성 있게 사용하는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전통의 고아함을 품지 못하면서도 그 무렵이면 늘 그런 표현을 별 생각 없이 가져다 쓰는,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의 게으른 관습 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더 진부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 피하게 되는 악순환이다.
말이란 시대의 반영일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라는 말이 제아무리 예쁘고 여전히 대체할 수 없는 적확한 표현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 시대 언중의 정서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결국 쓸쓸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가위’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더이상 농촌 기반 사회에 살고 있지
[정준희의 클로징] 상실의 시대가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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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페이스였을까? 기차역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성진(강승호)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찬란한 햇살. 택시는 눈부신 미래로 향하는 것일까? 햇빛이 따가웠는지 성진은 손으로 눈을 가린다. 이 숏이 잔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의 시선을 그의 입에 강력하게 고정시키기 때문이다. 왜 웃지 않는 것일까? 성진의 얼굴에 속 보이는 질문을 던져본다. 이입의 정도에 따라 성진을 대신해 우리는 그가 지었을 만한 표정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 숏은 관객의 신체적 반응을 일으킬 만한 강력한 힘을 지녔다. 성진의 직업은 연기자다. 하지만 택시라는 공간은 잠시 머무는 공간일 뿐 무대가 아니다. 하지만 성진은 누구를 의식이라도 한 것일까? 관객은 유일한 목격자이자 김씨 가문의 비밀에 연루된 공모자가 된다. 성진이 들키고 싶지 않은 그 무엇. 성진의 입꼬리에 <장손>이 보여주지 않은 하나의 계절, ‘봄’이 잔인하게 맺힌다.
‘텅 빈’ 가족의 실체
오정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비평] <장손>의 봄이 의미하는 것, <장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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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숲’, 죄지은 자(죄를 목격한 자)에게 아무도 없는 숲은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어떤 일이 일어났건, 나 하나만 눈 꼭 감고 모른 척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곳이 되니 말이다. 불현듯 날아온 돌멩이는 가해자와 피해자뿐만 아니라, 둘 사이에 회색지대를 남긴다. 어쩌면 그 회색지대야말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통사람’의 자리일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 누구와도 공모할 수 있는 자들의 회색지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피해자의 편에 서서 가해자를 징벌하는 표면적 이야기 속에 회색지대에서 머뭇거리는 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쿵, 하는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라고 말이다. 달리 말해, 아무도 없는 숲속에 홀로 서 있는 당신은 누구와 공모할 것인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라는 질문.
침묵과 외면의 돌
삶의 터전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상준(윤계상)이 운영하는 레이크뷰 모텔의 살인사건은 만천하에 공개되고, 영하(김윤석)가 운영하는 펜션의 살
[비평]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의 공모자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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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시언(권해효)과 학교 건물에서 나오던 전임(김민희)은 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전임이 불편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그가 누구인지 안다. 영화 도입부에서 전임은 시언에게 촌극 연출을 부탁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들려준다. 원래 연출을 맡았던 이가 함께 연습하던 학생 일곱명 중 세명을 따로 만났고, 그 사실을 접한 세명이 그만뒀으며, 공연이 열흘밖에 남지 않았지만 남은 학생들이라도 새로운 촌극에 출연시키고자 시언을 불렀다는 것이다. 전임과 시언은 이 이야기를 조금은 조심스럽게, 별 어처구니없는 일도 다 있다는 듯 가볍게 나누고서 여기 그 이상의 말을 더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 밤 장면에서 영화는 이 사연을 깊은 감정으로 다시 일깨운다. 시언, 교수 은열(조윤희)과 술자리를 가진 후 전임은 혼자 학교로 돌아와 건물 바깥에 담요를 깔고 조그마한 램프를 켜는데,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서는 어딘가를 향해 손짓한다.
[남다은 평론가의 RECORDER] 작은 빛 아래, ‘사람임을 잊지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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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영화 <장손>, 시리즈 <마이 데몬> <트레이서> 등 출연
<사운드 인사이드>
지금 한창 공연 중인 연극에서 크리스토퍼 역을 맡아 깊이 몰두하고 있다. 1년4개월간 쉰 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만큼 공연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운동
긴 휴식기를 어떻게 채우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여러 가지 운동에 도전했다. 킥복싱, 요가, 헬스, 배드민턴 등 참 다양하게도 즐겼다. 성취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운동만큼 그걸 단순하고도 충분하게 채워주는 게 없는 것 같아 다른 건 없는지 자꾸 찾게 된다.
서핑
3년 전부터 특별하게 빠져 있다. 20대를 통틀어 이렇다 할 취미가 없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된 즐길 거리를 만난 기분이다. 내겐 하나의 탈출구 같은 의미라 많이 의지한다.
김민기
20대 초반부터 선생님을 좋아했다. 선생님의 힘이 되는 노래 가사가 시작이었고, 쓰신 책들을 찾아 읽으면서 선생님이 더 좋아졌다.
[LIST] 강승호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