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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is ok, everything is alright - 페퍼톤스 신재평, 이장원 인터뷰 ➀
정재현 사진 최성열 2025-05-08

-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개최한 연말 콘서트 <TWENTY>의 실황이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장원 밴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공연의 실황을 어떤 형태로든 남기고 싶었다. 간단한 일은 아니다 보니 섣불리 추진하진 못하던 중 영화화 제의를 받았다. 쑥스러웠지만 수락까지 오래 고민하진 않았다.

신재평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평소 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활동에 도전했다. 이번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연극, 뮤지컬, 콘서트를 즐기는 방식이 전부 다르지 않나. 음반은 음악을 다듬고 정제한 후 세상과 나누는 과정이 중요하다. 반면 콘서트는 정해진 시공간에서 일시적으로 날것의 에너지를 증폭한 후 사라지는 것이 묘미다. 그런데 현장성이 핵심인 콘서트를 기억에만 남기자니 아쉬웠다. 이를 영상으로 기록해 스크린에 상연하는 일 또한 새로운 시도가 될 것 같아 반가웠다. 최근 극장에서 시사를 마쳤다. 우리가 공연하는 모습을 큰 화면으로 보니 새롭고 신나더라.

-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 <PEPPER10NES, OUR SONGS>와 이듬해 열린 공연 <풍년>의 라이브 실황을 묶어 라이브 앨범인 《2014-2015 TWO LIVES》를 발매한 적 있다. 10주년엔 음반, 20주년엔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기획을 염두에 두었나.

이장원 계획한 수순은 아니지만 돌아보니 그렇다. 데뷔 10주년엔 20주년처럼 기념일을 떠들썩하게 챙기지 못했다. 하지만 10주년 기념 공연 역시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만큼 그 최선을 음반과 같은 기록물로 남겨두고 싶었다.

everything is ok, everything is alright

- 출연자로서 영화의 어떤 장면이 인상적이었나.

신재평 실황 중간에 지난여름에 진행한 클럽 투어와 인터뷰 푸티지, 이번 공연 비하인드 등 작은 카메라로 틈틈이 찍어둔 영상은 어떻게 등장시켜야 할지 몰랐는데 그 영상들이 재미있게 담겨 좋았다.

이장원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내 모습을 보았다.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모니터링한 경험이 없진 않은데, 이번만큼 자연스럽진 않았다. 카메라 앞의 내가 어딘가 묘하고 신기했다.

- <겨울의 사업가> 전주 도중 두 사람이 모종의 소통을 나누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다. 이후 아무렇지 않게 노래에 돌입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이장원 재평이가 어쩐지 우는 것 같아서 얼굴을 확인하러 다가갔다. 눈물까진 흘리진 않더라.

신재평 그 곡을 연주한 시점이 공연 후반이니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던 때였고, 우리 둘에게 특히 각별한 노래를 연달아 연주하던 참이었다. 마음이 한창 일렁였는데 장원이가 서로 같은 마음인지 확인하러 온 듯했다. “우냐?”라면서. (웃음)

- 페퍼톤스의 수많은 노래 중 1집의 <Everything Is OK>를 음차한 ‘에브리씽 이즈 오케이’가 영화의 부제가 됐다. 부제에 대해 이견은 없었나.

이장원 20주년의 의미를 좀더 살리자, 노래의 제목을 차용하자 등등 여러 논의를 거쳤다. 이를테면 <Ready, Get Set, Go!>를 부제로 하자니 지난 20년을 달려왔는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고. (웃음) 결국 ‘에브리씽 이즈 오케이’로 귀결됐다. 이 곡은 페퍼톤스의 초창기 음악이라 의미가 깊다. 영화가 페퍼톤스의 20년을 돌아보는 취지로 기획된 만큼 <Everything Is OK>야말로 우리의 지난날이 전부 좋았고 앞으로의 시간도 전부 괜찮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에브리씽 이즈 오케이’가 이 모든 마음을 축약하는 부제다. 오래전 노래인데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는 신기한 곡이다.

신재평 <Everything Is OK>가 공연의 전체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기점에 배치된 곡이다. 수많은 뮤지션처럼 페퍼톤스에게도 슬로건 같은 가사가 몇 있다. 이를테면 <New Hippie Generation>의 ‘세상은 넓고 노래는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 인생은 길고 날씨 참 좋구나’처럼 페퍼톤스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우리만의 명대사다. <Everything Is OK>의 가사인 ‘everything is ok, everything is alright’도 그렇다. 우리도, 우리의 음악을 아끼는 사람들도 모두 소중하게 간직하는 문장이다. 관객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에 부합하는 좋은 제목이다.

- 지난해 발매한 20주년 기념 앨범 《Twenty Plenty》에 수록된 <rewind>와 <라이더스>로 공연의 문을 여닫았다. 이어진 앙코르송을 제외하면 <rewind>에서 출발해 발매 역순으로 곡을 배치하다 <Everything Is OK>와 <21st Century Magic>을 기점으로 다시 발매순으로 곡이 배치돼 <라이더스>로 향하는 세트리스트다. 영화 속 표현을 빌리자면 시간을 역행하다 정행하는 구조를 짰는데.

신재평 세트리스트가 공연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매번 다른 컨셉을 상상하고 이 상상을 실현하는 재료로서 어떤 자리에 우리의 음악을 둘까 고민하는 과정 전체가 공연을 꾸리는 즐거움이다. 지난 연말 공연은 ‘페퍼톤스의 20년’이 대주제였다. 결국 시간성이 키워드였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듯, 시간을 거꾸로 감각하다 다시 원래의 방향으로 회귀하는 구조를 짜면 관객이 편하게 즐기는 동시에 공연의 흐름까지 알맞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 통상 공연이 끝난 후 등장할 법한 크레딧을 공연 오프닝 <rewind>에 선배치한 것도 같은 의도였을까.

신재평 시간을 거꾸로 가는 컨셉을 정하니 그때부터 과몰입이 시작됐다. 온갖 아이디어가 나왔다. “<테넷>처럼 뒤로 걸으며 입장하자”, “아예 컨페티부터 터뜨리고 공연을 시작하자”, “<교실 이데아>를 역재생하면 악마의 소리가 나온다는 괴담마냥 노래를 거꾸로 불러볼까?” 심지어 컨페티를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마술도 이야기해봤다. (웃음) 그렇게 공연의 오프닝크레딧을 만들었다.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방향 또한 같은 고민으로부터 탄생했다.

이장원 공연 시작과 끝에 모두 크레딧이 존재하니 공연이 두번 끝나는 셈이다. 개연성을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rewind>여서 리와인드(되감기)를 한 차례 했다고 봐달라. 한때 <브레이드>라는 인디 게임이 있었다.

신재평 이야~ 그 게임 진짜 좋아했는데!

이장원 게임 중 죽으면 시간을 되돌려 리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되감는 부분을 제외하면 완벽한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이다. 우리 둘 다 그 게임을 즐기던 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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