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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인 잉그리드(줄리앤 무어)는 신간 출판 기념 사인회에서 옛 친구 마사(틸다 스윈턴)의 근황을 듣는다. 유력 언론에서 종군기자로 이름을 날리던 마사가 현재 수술로도 손쓸 도리가 없는 자궁경부암 3기 환자라는 것. 해후한 두 친구는 이후 병실과 집을 왕래하며 소식이 두절된 채 살아온 수십년의 공백을 끝없는 대화로 채운다. 언제나 말하는 쪽은 마사고, 듣는 쪽은 잉그리드다. 여느 때처럼 마사와 만나 영화 상영을 기다리던 잉그리드는, 마사가 자발적, 적극적 안락사를 결심한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게다가 마사는 스스로 끝을 선택한 날 잉그리드가 자신의 옆방에 머물길 바란다. 전장을 누비던 시절부터 수차례 죽음의 위기를 직면했지만 그럴 때마다 동행이 존재했다는 이유다. 결국 잉그리드는 마사의 제안을 수락하고 함께 지낼 뉴욕 교외의 별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룸 넥스트 도어>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영어 장편영화다. 스페인을 떠난 알모도바르의 영화는 신기하
[리뷰] 종말의 이미지가 소생하는 엄숙한 생(生)의 감각, <룸 넥스트 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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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꿈에 열정이 있고 목표가 분명한 친구. 언니 앞에서는 여려지기도 하지만 솔직하고 직설적인 사람.” 배우 김민주가 분석한 <청설>의 서가을은 곧은 직선 같다. 걸 그룹 아이즈원의 주축 멤버로서 근면 성실하게 활동했던 시간들은 배우 김민주에게도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실제로 아이돌 활동은 김민주가 가을로 거듭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됐다. 짧은 시간 안에 안무를 완벽히 익혀야 했던 과정은 수어를 몸으로 빠르게 체득하게 했고, 초 단위로 임팩트를 남기는 무대 위의 시간은 눈에 띄는 표정 변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배우 김민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수어를 배우는 과정을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몸으로 조형하는 언어의 바다로 빠져들기 위해 그는 먼저 이들의 문화 속에 젖어들었다.
- 개봉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관객을 만났다. 관객과의 만남을 어떻게 기억하나.
관객들의 반응을 그 자리에서
[인터뷰] 포기하지 않는 마음, <청설>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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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세상은 동생인 가을(김민주)로 가득하다. 청각장애를 지닌 수영선수인 가을을 응원하며 그가 국가대표로 선발돼 올림픽에 출전할 날만을 염원하고 있다. 가을이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돕는 시간 외에는 수어를 배우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 여름의 일상에 용준(홍경)이 등장한다. 용준은 여름을 좋아하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표하며 접근하고, 그런 용준으로 인해 여름의 세상은 차츰 넓어진다. 여름을 연기한 노윤서는 2022년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데뷔한 뒤 영화 <20세기 소녀>, 드라마 <일타 스캔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등에 출연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일타 스캔들>의 해이 역으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 작품 연기한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켜온 그는 겉으로 표현되지 않는 여름
[인터뷰] 너에게 닿기를, <청설> 노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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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꿈이나 목표 없이 살아가던 용준은 취업 준비를 하던 중 부모님의 가게에서 배달 일을 돕게 된다. 도시락 배달을 하다 우연히 마주친 여름(노윤서)에게 용준은 첫눈에 반한다. 여름이가 용준의 존재를 자각하는 속도는 본인의 것에 비하면 한없이 느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올곧게 여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청설>을 보다보면 용준을 직진하게 만드는 힘의 근원지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배우 홍경은 ‘첫사랑’이라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용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청설>은 영화 <댓글부대>, 드라마 <악귀> <약한영웅 Class 1>에서 한동안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배우 홍경의 청량한 얼굴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쏟은 시간과 마음이 <청설>에 잘 담긴 것 같아 몽글몽글하다”라는 그의 말에서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청설>의 어떤
[인터뷰] 솔직함의 힘, <청설> 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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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부재한 세계. 그러나 서로를 위하는 진심만으로도 이들의 삶은 충만해진다. 청각장애를 지닌 수영선수 가을(김민주)의 목표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언니 여름(노윤서)은 그런 가을의 꿈을 전적으로 응원하며 가을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그런 여름과 가을 앞에 용준(홍경)이 등장한다. 취업을 준비하던 중 잠시 부모님의 도시락 가게에서 일을 돕게 된 용준은 우연히 마주친 여름에게 첫눈에 반한다. 용준은 여름과 친해지려 노력하지만, 가을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여름에겐 용준에게 내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청설>은 동명의 대만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여름과 가을, 용준 세 청춘의 관계를 그린다. 발화된 말이 아닌 인물들의 손과 표정, 몸짓의 언어에는 변함없이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 담겨 있다. 용준, 여름, 가을만큼이나 싱그러운 세 청춘, 배우 홍경, 노윤서, 김민주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청설> 홍경, 노
[커버] 이토록 충만한 몸짓의 언어를, <청설> 홍경, 노윤서,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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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필 지음 박수민 옮김 모던아카이브 펴냄
조던 필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겟 아웃>의 각본집이 출간되었다. <겟 아웃>의 각본은 2021년, 미국 영화, TV, 라디오 등 각본가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인 미국작가조합(WGA)이 2만명에 달하는 조합원의 투표로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각본 101’ 1위에 선정되었다(<기생충>은 4위에 언급되었다). 조던 필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최우수 오리지널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겟 아웃 각본집>에는 영화의 전체 각본은 물론, 박찬욱 감독이 쓴 한국어판 서문, UCLA 대학에서 흑인 공포영화를 주제로 강의하는 타나나리브 듀의 ‘<겟 아웃>과 흑인 호러 미학’ 분석글, 감독의 말, 삭제 장면, 대체 결말까지 <겟 아웃>에 얽힌 풍성한 읽을거리를 만날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의 한국어판 서문은 단락을 맺을 때마다 “각본은 이렇게 쓰는 것이
[culture book] 겟 아웃 각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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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옥수수 아이스크림
(휴대폰을 꺼내며)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편의점에서 찰옥수수 아이스크림을 집었다. 함께 편의점에 간 동료들이 “이게 BTS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었나?”라며 웅성이길래 일단 골랐는데, 지난 1년간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과육이 씹히는 아이스크림이라니!
재즈
특정 아티스트, 특정 음악을 자주 찾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재즈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는다. 주로 집에서 재즈를 틀어두는데, 언제든 경쾌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재즈는 한낮 커피를 마실 때도, 해질녘 술 한잔을 걸칠 때도 더없이 어울린다. 재즈만의 잼 세션에도 경외를 느낀다.
<퍼펙트 데이즈>
올해 본 영화 중 <퍼펙트 데이즈>가 가장 좋았다. (휴대폰을 다시 꺼내며) 영화의 잔상이 오래 남아 휴대폰 잠금화면도 이 영화의 포스터로 바꿨을 정도다. 마치 카메라가 존재하지 않는 듯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야쿠쇼 고지의 연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
운전
[LIST] 가가연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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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시즌1은 선자(김민하)의 남편 이삭(노상현)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감옥에 가고, 선자와 경희(정은채)가 김치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것에서 끝난다. 시즌2는 동아시아 전쟁을 겪은 선자와 가족들이 오사카에 정착해 살아가는 과거 시점과 경제 호황기 끝물의 일본 사회에서 ‘자이니치’로 살아가는 현재 시점을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여 보여준다. 그런 전개를 통해 드라마는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 앞에 우리를 서게 한다. 정말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 걸까? 죽기 전에 자신을 밀고한 ‘후 목사’(최준영)를 용서한 이삭이 보여준 자비, “역사를 움직이는 톱니바퀴”에 치여 자주 무릎이 꺾이지만 끈질기게 살아낸 선자와 경희가 보여준 생을 향한 묵묵한 의지가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건 아닐까? 또한 드라마는 역사와 인간은 ‘그림자’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 노아(박재준)를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앞만 보고 달리던 한수(이
[오수경의 TVIEW] 파친코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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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던 호러영화 <롱레그스>가 한국 극장가에 도착한다. <롱레그스>는 30년간 계속된 일가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다. 긴 시간 동안 밝혀진 증거는 단 2개. 피해자의 생일이 14일이라는 것과 ‘롱레그스’라는 의문의 서명이 적힌 암호 카드다.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사건은 적임자를 만나 다시금 파헤쳐진다. FBI 요원 리(마이카 먼로)가 암호를 해석해내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사건의 봉인을 해제한 리는 악몽 같은 시간 속에 던져진다. 수수께끼를 속도감 있게 풀어가는 과정과 극을 휘감은 글램록 사운드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로 유명한 배우 앤서니 퍼킨스의 아들 오스굿 퍼킨스가 연출하고 공포영화 <팔로우>에서 호러퀸으로 발돋움한 마이카 먼로가 주인공을 맡았다. 여기에 니컬러스 케이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빌런으로 출연해 관객을 소스라치게 할 예
[coming soon] 롱레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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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19일 일요일 새벽 1시. 서울 영등포구청 근처 작은 횟집에 전구가 팍 커졌다. 심야 영업 대신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촬영을 위해서였다. 핫팩과 패딩을 장착한 스태프들과 허진호 감독, 얇은 겉옷 차림을 한 남윤수, 나현우 배우가 합심해 끝내야만 하는 촬영은 에피소드3, 4화에 해당하는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8회차. 주인공 영(남윤수)과 그와 묘한 애정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영수(나현우)의 첫 키스신이다. 배우들은 시간이 갈수록 입이 얼고 취기가 돌고 졸음이 쏟아지는 것 같았지만 한번만 다시 가보자는 허진호 감독의 다감한 목소리에 맞춰 상황에 집중했고, 곧 현장엔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줄곧 엇나가던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포개지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키스신에 앞서 두 배우와 감독은 입을 맞추는 완벽한 각도를 찾기 위해 리허설을 거듭했다. 이날의 키스 이후 영과 영수의 관계는 무르익고, 영은 거칠고 드넓은 사랑의
[씨네스코프] 온통 처음의 사랑,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허진호 감독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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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19일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진행된 <대도시의 사랑법> 촬영은 손태겸 감독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 지금까지 대중매체에 문을 연 적 없던 클럽이 <대도시의 사랑법>을 처음으로 반긴 건 원형 이야기가 가진 섬세한 감성과 손태겸 감독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지갯빛 에피소드를 그려내기 위해 메가폰을 든 손태겸 감독은 배우 남윤수, 이수경과 신중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세공했다.
고영(남윤수)이 티아라의 <SEXY LOVE>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 “섹시 눈! 섹시 코! 섹시 입!” 후렴구 가사에서 많은 사람들의 흥겨운 떼창과 환호성이 이어졌다. 손태겸 감독은 남윤수 배우에게 “억지스럽지 않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노는 장면이 드러나면 좋겠다. 자신 안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움이 드러나야 한다”고 디렉션을 주었다. 많은 인파를 대동한 촬영에 긴장한 손태겸 감독은 전날 2시간가량밖에 못 잤다고. “이전 예식장 장면에서 많은 단역과 함
[씨네스코프] 처음으로 문을 연 세계, <대도시의 사랑법> 손태겸 감독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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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일에선 록 밴드 엘리먼트 오브 크라임의 40년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엘리먼트 오브 크라임: 베를린이 춥고 캄캄해지면>이 화제다. 엘리먼트 오브 크라임은 기타, 트럼펫, 아코디언, 피아노 등 악기 연주에 능통한 스벤 레게너가 1985년 창단한 밴드로, 라스 폰 트리에의 장편 데뷔작인 <범죄의 요소>(1984)에서 이름을 땄다. 레게너는 소설 <레만씨 이야기>를 포함해 영화화된 소설만 세편을 가진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영화의 부제인 ‘베를린이 춥고 캄캄해지면’(Wenn es dunkel und kalt wird in Berlin)은 엘리먼트 오브 크라임의 대표곡이다. 대표곡의 제목처럼 엘리먼트 오브 크라임의 음악은 흐리고 습한 독일의 겨울 날씨와 정서를 공유한다. 블루스, 재즈, 포크가 묘하게 녹아든 사운드는 장르를 규정하기 어렵고, 서정적이고 재기 넘치는 가사에 끼어드는 트럼펫 사운드가 음울함을 더한다.
영화는 2023년 베를린에서
[베를린] 베를린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주목!, 주목할 만한 음악 다큐멘터리 <엘리먼트 오브 크라임: 베를린이 춥고 캄캄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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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지원 정책 변화 및 위원 징계를 비판하는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월16일 오전 11시20분 국회소통관에서 ‘영화 지원 예산 및 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는 영화인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강유정 의원실과 지역영화네트워크, 영화제정책모임,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자리에는 강유정·조계원·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 등 국회의원 6명과 백재호, 이란희 등 영화감독 18명이 참석했다. 영화감독 18명은 최근 독립·예술영화 지원 정책의 변화와 영화제, 지역영화, 독립영화 지원 삭감이 한국영화의 근간을 흔들어놓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내 개최 영화제 지원 예산 복원, 서울독립영화제 지원 중단 즉각 철회, 지역 영화 지원 사업 복원, 영화발전기금의 정상적 운용 등을 요구했다.
한편 여성영화인모임, 한국독립영화협회는 최근 한상준 영진위 위원장 취임 이후 김선아 부위원장과 김동현 위원에게 내려진 징계 조치가 부당
영화계 현안에 대해 말해야 할 때, ‘영화 지원 예산 및 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는 영화인 기자회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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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산처럼 높은 파도의 위용보다 하얗게 부서진 포말이 더 깊은 여운과 잔향으로 기억된다. 좋은 드라마도 마지막 페이지의 결과보다 과정이 메아리처럼 되돌아와 완성되는 법이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열풍이 남긴 후일담을 들으며 어느덧 우리도 맹목적인 결과지상주의의 터널을 지나 과정을 즐길 정도의 여유가 생겼음을 실감했다. 우승의 영광은 나폴리 맛피아에게 돌아갔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좀더 마음을 울리는 드라마를 써내려간 쪽은 아무래도 에드워드 리 셰프였던 것 같다.
다듬어지지 않은 애정은 간혹 차별과 공격의 언어를 동반하기도 한다. 에드워드 리의 서사를 응원하는 이들 중 일부는 호텔에 머물며 연습할 여건이 되지 않았던 그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었다며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한 에드워드 리의 화답은 그가 만든 어떤 요리보다 깊고 진한 맛을 전한다. “주방이란 무엇인가요? 주방은 화려한 장비나 고급 식재료뿐 아니라 열정과 사랑, 창의력을 발휘하는 곳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곧은 말, 너른 삶. 굽은 말, 부박한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