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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월24일(일) 밤 12시50분
아마도 감독은 원작에 밴 버지니아 울프의 향기를 최대한 그대로 영상에 담고 싶었을 것이다. 줄거리는 물론, 인물들의 대사, 어느 한순간에 대한 묘사까지 영화는 원작의 숨결을 따르고자 한다. 내용에 별다른 재해석이 없다면 울프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은 어떻게 재현되었을까. 영화를 보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감독은 별다른 야심을 부리지 않는다. 대신 간명하고 소박하게 과거와 현재를 계속 교차시키는 방식과 댈러웨이 부인의 독백 내레이션을 통해 자유롭게 흩어지는 심리적 흐름을 드러낸다. 과거 젊은 시절의 추억과 노년의 현재가 파티를 매개로 서로에게 스며들며 파릇한 청춘들의 사랑, 우정이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의 쓸쓸한 현재 속에서 되살아난다. 여기에 원작에도 존재하는 셉티머스의 우울하고 비극적인 삶이 병렬적으로 배치되다가 파티의 끝에 이르러 클라리사의 내면과 만난다. 셉티머스는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 이를테면 전쟁 후유증과
버지니아 울프의 향기, <댈러웨이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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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파 선수들이 ‘헛둘헛둘’ 뛰는 주말연속극의 새로운 만찬이 몇 숟가락 뜨지도 않았는데 제법 배부르다. 오래 입은 속옷 고무줄 같은 진도에 등장인물도 버글버글한 연속극의 마라톤 레이스는 ‘닥본사’의 충성심을 계속 발동하지 않아도 괜찮은, 후덕한 군살을 자랑한다는 게 특징. 그런데 지난 2월2일 나란히 출발한 KBS2 <엄마가 뿔났다>와 MBC <천하일색 박정금>은 시작부터 자장면과 짬뽕처럼 선택의 갈등을 자아내더니 본방과 재방으로 두루두루 맛보고 싶은 매력마저 드러내고 있다.
<엄마가 뿔났다>는 김수현 작가표 가족드라마의 정체성을 표출하는 데 한줌의 주저도 보이지 않는다. 목욕탕집에서 세탁소집으로 업종 변경한 대가족이 하루 쌀소비량이 궁금할 만큼 아침부터 꼬박꼬박 따뜻한 밥과 국을 챙겨먹으며 크고 작은 갈등과 권태가 산재한 일상을 복각해내고 있다. 김수현 작가의 똑똑이 어법 페르소나 가운데 한명인 배종옥이 얄궂게도 ‘박정금’으로 출동한 <천하
여자라서 더 절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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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워낙 촬영 일정이 빡빡해서 사실 현장에서 여유를 가질 틈이 전혀 없었다. 정윤철 감독님과 배우들이 가발을 쓰고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셀카 놀이를 했던 것도 아마 고된 지방 촬영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간다는 기쁨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알겠지만, 이날은 영화 <슈퍼맨>을 상상하며 황정민씨가 클라크로, 전지현씨가 로이스로 변신했던 장면을 찍었다. 다들 ‘아메리칸’이 되어야 했던 터라 촬영장에 소품이랑 의상들이 기발한 게 많았는데 영화로만 남기기엔 좀 아까웠던 모양이다. 평소 사진 찍히는 걸 그닥 즐기지 않는 황정민씨까지 가발을 뒤집어쓰고 가세한 걸 보면.”
[숨은 스틸 찾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슈퍼맨과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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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독일영화> Hitler, ein Film aus Deutschland
1992년, BFI의 이언 크리스티는 <히틀러, 독일영화>를 뒤늦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한스 위르겐 지버베르크가 언젠가는 TV와 영화, 픽션과 다큐멘터리라는 진부한 경계 너머에 존재하는 영화의 선구자로 인정받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지버베르크가 만든 익숙하지 않은 작품들 중 상영시간이 7시간을 훌쩍 넘어서는 판타스마고리아, <히틀러, 독일영화>를 보는 것으로 족하다. 풍자와 비애, 역사와 판타지, 숭고함과 우스꽝스러움, 바그너와 브레히트, 고급예술과 키치가 뒤섞이고, 무대 위에선 ‘초현실주의 쇼’라고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온갖 행위가 벌어지며, 배우들은 생각하고 묻고 찬양하고 비탄에 빠지거나 입을 다문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버베르크는 50만달러와 배우, ‘블랙마리아’(에디슨이 만든 최초의 스튜디오)로 불리는 무대, 소도구, 사운드, 배경막에 영사
[해외 타이틀] 한스 위르겐 지버베르크의 새로운 담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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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영웅이 나오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보통 사람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다. 감독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이웃을 주인공으로 삼는 민병훈은 분명 후자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그의 영화는 보통 사람의 영화이면서 영웅의 영화다. 그의 연작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 <포도나무를 베어라>에는 ‘두려움에 관한 3부작’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세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현실적인 문제 혹은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해 불안과 위기에 처한다. 가난한 시골 선생은 겉보기에 어수룩하다는 이유로 업신여김을 당하고(<벌이 날다>), 허풍선이는 노름빚 때문에 시골로 도피하며(<괜찮아, 울지마>), 신학도는 믿음과 구원의 길에 확신이 서질 않는다(<포도나무를 베어라>). 적절한 교훈을 늘어놓으며 우화를 완성하거나 근심에 빠진 사람들을 처연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데 만족하는 보통의 영화와 달리, 세 영화는 주인공들에게 기어
소시민 영웅을 위한 작가의 뚝심, <민병훈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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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1960)가 개봉되었을 때 뤽 물레 같은 비평가는 이 영화를 만든 장 뤽 고다르를 가리켜 ‘현재 프랑스의 장 루슈’라 불렀다. 아마도 이건 루슈에게서 고다르로 이어지는 어떤 영향 혹은 영감의 통로에 대해 알고 있는 이가 쓴 표현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 경력 초창기의 고다르는 루슈의 영화에서 영화 만들기의 새로운 길을 보았었다. 고다르가 보기에 리얼리티와 픽션의 교묘한 접근을 초라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대담한 스타일로 포착하는 루슈의 영화는 영화적 잠재력의 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것이었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다른 동료들 그 누구보다 루슈에 열광의 시선을 보낸 건 고다르였다. 이 열광은 다음처럼 좀더 복합적인 의미를 품은 단순한 표현 속에 담겨 있기도 했다. 루슈의 명함에 ‘인류박물관 보조 연구원’이라 쓰여 있는 것을 보고 고다르는 의미심장하게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화감독에 대해 이보다 더 나은 정의가 있을까?”
영화감독
인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담은 창조자, 장 루슈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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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얼 13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영화<쿵푸덩크> 기자간담회에가 열였다
영화<말할 수 없는 비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주걸륜은
이날 다시 영화<쿵푸덩크>로 한국관객들을 만났다.
영화 <쿵푸덩크>는 쿵푸와 농구를 결합한 내용의 소재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볍고 재미난 영화로
이날 참석한 주연배우 주걸륜은 극중 농구선수답게
화려한 농구실력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처음 한국에서 아무도 저를 몰라 볼까 걱정했다"라고 말한 주걸륜은
그의 걱정이 무색하게 이미 많은 한국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쿵푸덩크>는 오는 2월28일날 개봉할 예정이다.
<쿵푸덩크> 주걸륜 “1만명 관객이라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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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더 게임> 억만장자의 엽기적인 제안
[정훈이 만화] <더 게임> 억만장자의 엽기적인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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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은? 2007년 12월에 개봉해 두달이 넘도록 전미 극장가를 점령한 <주노>의 작가, 디아블로 코디다. 키 작은 열여섯 소녀가 임신 뒤 입양가정을 찾는 과정을 통해 열뼘쯤 자라나는 감동적인 코미디가 제작비의 40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게 한 주역이며, 혹자는 타란티노 뒤로 이토록 신선한 이야기꾼은 없었다고도 한다. 깜찍하고 털털하게 주노를 연기한 엘렌 페이지에 반했다면 이제는 생애 첫 시나리오로 오스카 각본상까지 노리는 그녀를 만날 때다.
1. 디아블로 코디
“전직 스트리퍼”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디아블로 코디’는 ‘Pussy Ranch’(http://diablocody.blogspot.com)라는 외설적인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지은 필명이다. 본명은 브룩 비지-헌트로, 눈썹 위로 자른 앞머리와 검정 매니큐어, 레오파드 패턴 등 범상치 않은 스타일이 1978년 시카고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의 태생보다는 록산느,
[알고 봅시다] 전직 스트리퍼의 할리우드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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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신데렐라의 신화가 존재한다면 그 대표적인 사례는 엘렌 페이지다. 10살 때 연기를 시작한 이 신동은 배우로 활동한 지 딱 10년 만에 수많은 감독들이 함께 작업하기를 꿈꾸는 대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녀의 호박마차와 유리구두는 물론 <주노>다. 1억달러 이상 흥행,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아카데미상 4개 부문 후보 지명 등 <주노>는 엘렌 페이지의 확실한 출세작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노>의 개봉과 드루 배리모어의 감독 데뷔작 <Whip It!>, 샘 레이미의 호러영화 <나를 지옥으로 데려가줘> 등을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엘렌 페이지와 서면으로나마 인터뷰를 가졌다.
-<주노>가 대성공을 거둔 만큼 당신 또한 대단한 스타가 된 것 같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 앞에서 편하지 않다”고 했는데, <주노> 이후 삶이 많이 바뀌었나요.
=<주노>
[엘렌 페이지] “주노는 다차원적 아이예요, 거의 만날 수 없는 그런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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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살라망카. 곳곳에 설치된 수십대의 카메라들이 이곳에서 열리는 반테러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미 대통령을 잡아내기 위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고, 대통령 경호팀들은 광장이라는 노출된 공간에서 테러의 위험을 차단하느라 분주하다. 이날은 대통령을 향한 총탄을 자신의 몸으로 막아낸 적이 있는 반즈(데니스 퀘이드)가 그 이후 처음으로 다시 현장에 투입된 날이기도 하다.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써 노력하는 반즈의 경호를 받으며 단상에 올라서는 대통령. 전세계의 이목과 광장을 가득 메운 관중 앞에 선 대통령은 두발의 총성과 함께 고꾸라지고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미 대통령 암살의 전후 순간을 각각 8명의 시점에서 재구성함으로써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라는 점에서 <밴티지 포인트>는 기본적으로 <라쇼몽>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다만 2008년 시점에서 각각의 분화된 시점들은 오늘날의 테크놀로지의 힘을 빌려 좀더 복잡하게 얽혀 있을 뿐이다.
[현지보고] 8명의 시점으로 재구성한 미 대통령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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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5년. 스페인 여왕의 어마어마한 지참금을 실은 채 허리케인을 맞아 카리브해 바닥으로 사라져버린 아우렐리아호. 이후 잠자고 있는 보물은 예술작품과 당시 문서들을 통해서 희미하게 그 그림자만 드리운 채 전설이 되어버린 지 오래지만, 핀과 테스에게는 처음 둘을 맺어줄 만큼 특별한 꿈이었다. 8년 뒤, 여전히 그 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현실에서는 무책임한 남편이 되어버린 핀과 현실에 지친 테스. 결국 테스는 핀이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이혼 법정에서 도장을 찍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그녀 앞에 핀과 함께 나타난 것은 300년 동안 잠자고 있던 보물로 그들을 인도할지도 모르는 부서진 그릇 조각. 애써 부정하려 하지만 그 조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테스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으로 성공적인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매튜 매커너헤이와 케이트 허드슨이 서로 옥신각신 싸워가면서 보물을 찾아나선 핀과 테스로, 이들 부부의 모험에 본의 아니게
[현지보고] 300년 동안 잠자고 있던 스페인 보물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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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세계에서 상호영향이란 돌고 도는 것이다, 그것도 지극히 논리적으로, 빛의 속도로 빨리. 올 최고 탐정영화상이 1966년 장 피에르 멜빌의 작품을 시조로 한 알랭 코르노의 리메이크작 <두번째 숨결>에 돌아갔다. 사실 멜빌은 1980년대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좀 잊혀진 감이 있었다. 하지만 홍콩계 영화의 상승으로 특징되는 1990년대 초부터 그 영화사적 중요성이 새삼스레 부각하고 있다. 롱코트, 모자, 배우들의 말없는 연기…. 이런 유의 영화의 미학은 중국계 영화인들이 현재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프랑스식 전통에서 유래한다. 코르노 감독은 이처럼 자신의 새로운 버전을 우회적인 아시아풍으로 만들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것이다. 코르노 감독은 “지나간 신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라는 위험성을 감수해야 했다”고 <포지티프>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한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내 생각에 이러한 지나간 신화들은 영화의 세계에서 사라진 게 아니라, 다만 다른 곳으로
[외신기자클럽] 아시아의 역사로 우린 무엇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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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월18일 오후 2시
장소 : CGV용산
개봉 : 2월28일
이 영화
미국 대통령이 암살당한다. 스페인 살라망카 마요르 광장에서 100여개국이 함께 모여 테러 방지를 위한 역사적인 협약을 맺기로 한 날, 어디선가 두발의 총탄이 날아와 미국 대통령(윌리엄 허트)의 가슴을 명중시킨 것이다. 곧이어 광장 저편에서 폭발음이 들리더니 얼마 뒤에는 광장 중앙의 단상에서도 대형 폭발까지 일어난다. <밴티지 포인트>는 대통령을 경호하다가 부상을 입은 뒤 오랜만에 복귀한 경호원 반즈(데니스 퀘이드)를 비롯해 여행객 하워드(포레스트 휘태커), 스페인 경찰 엔리케(에두아르도 노리에가) 등의 시점을 통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영화다.
100자평
하나의 사건을 다중 시점으로 재구성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밴티지 포인트>는 미국 대통령 암살이라는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는가를 이 사건에 관련된 수 명의 시선으로 케이크 자르듯 딱딱 잘라 나눠 붙인 영화다.
미국 대통령 암살 다룬 <밴티지 포인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