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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재탕이야, 할지도 모르겠다. 눈썰미 좋고 기억력 왕성한 독자들은 <씨네21> 551호 특집 ‘스틸기사 5인의 미공개 화첩’의 대문사진을 금세 떠올릴 것이다. 임훈 작가의 스튜디오 한쪽 벽에 붙어 있던 이 사진은 ‘숨은스틸찾기’라는 꼭지를 만들게 한 원천 중 하나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파이란> 촬영 때 건져 올렸다는데, 당시 임훈 작가는 “촬영감독의 카메라와 직각을 이룬 위치에서 바라봤기 때문에 저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렬한 붉은 기운 때문에 처음 봤을 때 저기가 중국인가 싶었다. 또 다른 ‘파이란’을 나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싶어 몇년 전 저 붉은 벽 찾아 인천행 국철을 탄 적도 있다. 아쉽게도 공사 중이라 더이상 저 벽은 남아 있지 않았고, 강재처럼 차이나타운표 자장면만 먹고 돌아와야 했다. 당시 필름을 스틸작가가 갖고 있지 않고, 존재 유무 또한 알 수 없다는 말에 벽에 붙은 사진을 떼서 스캔받고 아직까지 돌려주지 못했는데(않
[숨은 스틸 찾기] <파이란> 그들처럼 사라진 벽,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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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다이아몬드> <대리석 인간> <철의 인간> 등 안제이 바이다의 걸작 영화들과 신성한 애니메이션의 장인 프레데릭 백의 박스 세트 등을 출시하고 있는 베네딕도 미디어에서 또 한편의 신작을 내놓았다. 폴커 슐뢴도르프의 <아홉째 날>이다. 폴커 슐뢴도르프는 무엇보다 우리에게 귄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1979)을 영화화한 감독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만약 이후에도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이라면 <사랑과 슬픔의 여로>(1991)를 기억할 것이고, 최근까지도 그의 영화를 좇아온 사람이라면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렸던 폴커 슐뢴도르프의 마스터클래스와 그의 신작 <울잔>을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 <아홉째 날>은 2004년 발표작이며 그해 부산의 독일영화 특별전에서 상영된 바 있다.
차라리 죽음을 좇고 싶을 만큼 참혹한 짐승의 시간. 수용소에서의 생활이란 그런 것이리라.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어느 신부의 가장 고통스런 선택, <아홉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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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노래만으로 뮤지컬을 만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영화적으로는 불충분한 점이 많고 비틀스의 음악을 다소 낮은 수준으로 편곡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원곡 자체의 힘과 곳곳에 숨겨진 비틀스와 관련된 코드 덕분에 비틀스와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주는 영화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 박혀 있는 비틀스의 흔적을 찾아본다.
1. 어떻게 만들어졌나
2006년의 어느 날 줄리 태이머 감독은 “비틀스의 노래만으로 뮤지컬을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놀라운 제안을 받는다. 그 제안을 한 곳은 마이클 잭슨에게 비틀스의 판권 절반을 넘겨받은 소니의 자회사인 레볼루션 스튜디오였다. 레볼루션은 태이머가 <타이투스> <프리다> 같은 영화뿐 아니라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성공적으로 옮겨냈다는 점을 들어 그에게 프로젝트를 맡긴 것. 비틀스의 노래 한곡을 사용하는
[알고 봅시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비틀스’를 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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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인물 중 한명이다. 2007년은 그에게 가장 정신없는 한해였고 올해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2006년 <그해 여름>을 개봉한 뒤 잠시 달콤한 휴식을 취했던 그는 2007년 초부터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 돌입했고, 초여름에는 기무라 다쿠야와 <히어로>를 찍었고, 한여름과 가을에는 중국에서 트란 안 훙 감독의 <아이 컴 위드 더 레인>(I Come with the Rain)을 촬영했으며,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투어를 가졌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G. I. 조>(G. I. Joe) 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최근 10개월 가까이 걸린 <놈놈놈>의 대장정을 마친 그는 말 그대로 촬영이 끝나자마자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1월23일 <놈놈놈>에서 자신의 촬영분량을 모두 마친 이병헌은 현장에 싸갔던 짐가방을 챙겨들고
[이병헌] “지금은 나를 다시 한번 발견해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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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포그는 테크놀로지와 미디어에 대한 강연을 하던 중 청중을 상대로 “도덕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는 청중에게 몇몇 문장을 읽어주며 도덕적으로 그르다는 생각이 들 때 손을 들라고 요청했다. 그는 “나는 DVD 굽는 기계(DVD burner)로 케이블TV의 영화를 녹화했다”는 문장을 가장 먼저 예로 들었다.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두 번째. “나는 영화를 녹화했으나 DVD 버너가 고장났다. 친구가 같은 영화를 녹화해서 그의 DVD를 복사했다.” 소수의 청중이 손을 들었다. 세 번째. “내 녹화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녹화해줄 친구도 없었다. 그래서 빌려온 DVD를 복사했다.” 좀더 많은 손이 올라갔다.
그는 이 도덕성 테스트를 500명의 열정적인 대학생 청중을 대상으로 처음 시도했다. 그들의 도덕성이 테스트 초반부터 쉽게 질문에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다. 몇 차례의 질문이 오가고 분통이 터진 포그가 “영화나 음반을 구하고 싶지만 돈을
[외신기자클럽] 불법복제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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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영화의 호조는 어찌보면 틀린 표현이다. 일본영화가 아닌 도호의 호조다. 정확히 말하면 도호 배급 일본영화의 호조다. 2007년 도호 배급 일본영화의 총극장매출은 595억엔을 기록했다. 2006년 587억엔으로 역대 연간 최고 흥행수입을 기록한 뒤 1년 만에 또다시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일본의 연간 극장매출은 지난 수년간 꾸준히 2천억엔대를 유지해왔다. 여기서 일본영화와 외화의 점유율을 반반으로 본다면, 일본영화의 연간 극장매출 1천억엔 중 60%에 가까운 수익을 도호가 단 25편의 영화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같은 메이저 쇼치쿠, 도에이는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100억엔 전후의 참담한 극장매출을 기록했다.
일본 영화계는 4년 연속 극장매출 500억엔 돌파로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도호 독식의 이유를 ‘영화조정부(調整部)’에서 찾고 있다. 도호의 ‘조정부’는 타사에는 없는 부서다(지난해부터 쇼치쿠도 조정부를 발족시키긴 했다). 조정부의 주요 업무는 크게
[도쿄] 일본영화, 도호의 독주는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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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클립톤 행성의 마지막 생존자
[정훈이 만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클립톤 행성의 마지막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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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하얗게 칠한 화장과 풍성한 볼륨의 흰 드레스. 2차 세계대전 이후 항구도시 요코하마에서 창부로 산 메리는 요코하마의 미운 상징이었다. 20대 시절엔 자존심이 세 장군 이상만을 상대하며 황후폐하라 불렸지만, 그녀가 활동하던 술집 네기시야가 불에 타 갈 곳이 없어진 뒤에는 큰 가방을 끌고 이곳 저곳을 헤매는 ‘팡팡’(미군만을 상대하는 창부)이 되었다. 건물 뒷골목에 누워 자고 항상 거리 구석에 서 있는 메리. 요코하마 메리라 불리는 그녀는 어느새 요코하마의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1995년 그녀는 갑자기 사라졌다. 나카무라 다카유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요코하마 메리>는 사라진 메리의 행적을 추적하는 영화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메리의 역사를, 전후 요코하마의 역사를 그려간다. 관광지, 데이트 장소로만 익숙한 요코하마의 아픈 상처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촬영만 5년, 조사 기간까지 총 7년이 소요된 작품 <요코하마 메리>. 자신이 자란
[나카무라 다카유키] “다큐멘터리의 모든 건 상대와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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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상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눈물 젖은 증언 뒤로 일본 퇴역군인 할아버지들의 참회가 잇따른다. 한국과 일본, 미국을 오가며 위안부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 <비하인드 포가튼 아이즈>는 관객의 심장에 깊숙이 호소하는 다큐멘터리다. 김윤진이 무보수로 내레이션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 감독 앤서니 길모어의 손에서 탄생했다. 영어 선생님에서 연출자로 변신, ‘네임리스 필름’이라는 영화공동체를 조직해 활동 중인 그를 만났다.
-위안부 문제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친구의 추천으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러다 한국에 매력을 느꼈고,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에 들어갔다. 첫 학기에 한국 현대사 수업을 듣다가 처음으로 위안부에 대해 알게 됐다.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강렬하게 사로잡혀 논문을 쓰기로 마음먹었고, 자료 조사를 하던 중 다큐를 찍겠노라 결심했다.
-수업을 듣기 전까지
[스폿 인터뷰] “전쟁은 모든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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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거나 잡지를 만들 때, 독자는 무형의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정기독자분들을 직접 뵙게 되니 정말로 반갑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응원해주신다는 생각에 의욕이 생깁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더욱 자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남동철 편집장의 인사가 끝나자 박수가 극장을 맴돈다. 지난 1월28일 월요일 오후 8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열린 ‘<씨네21> 정기구독자를 위한 <더 게임> 시사회’ 현장이다.
시사회에서 만난 독자들의 공통적인 바람은 “좀더 정기구독자들을 배려해 달라”는 것이다. 2년간 정기구독을 해왔다는 조정래씨는 “지난해에는 특별히 정기구독자에게 주어지는 해택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털어놓으며 “이렇게 시사회를 열어주니 <씨네21>이 정기구독자들을 대우해준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정기구독을 해온 최남덕씨는 “이런 기회가 좀더 많으면 좋다”면서도 <씨네21>에
고마워, <씨네21>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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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추웠던 1월30일 수요일 아침.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조선시대 오픈세트에는 바람이 매섭다 못해 무섭다. 하지만 정말로 무서운 건 세트를 가득 메운 엑스트라들의 의상. 왁스를 발라 뻣뻣하게 세운 펑크족 스타일의 머리를 보는 순간, 홍대 펑크밴드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의 현장에 왔나 싶다. 하지만 김석훈이 나타나자 다른 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앙드레 김 선생님 옷이지요.” 홍보사 직원의 설명이 이어진다. 하지만 설명이 굳이 필요했던 건 아니다. 부풀어오른 백색의 망토를 칭칭 휘감은 황금의 용을 보고도 누구의 의상인지 모를 사람은 남한에 흔하지 않다.
의상만 봐도 분명하지만 <1724 기방난동사건>은 일종의 ‘퓨전사극’이다. 천둥(이정재)은 양주파 두목 짝귀를 주먹 하나로 제압하고 조선 제일의 주먹으로 추대받는다. 하지만 주먹세계를 평정하겠다는 야심으로 뭉친 만득(김석훈)이 등장하자 조선 주먹계는 두 갈래로 찢어진다. 게다가 두 남자 사이에는
꿈이 담긴 퓨전사극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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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老) 감독들이 노(怒)했다. “3천억원의 국고지원금을 전횡”했다면서 영화진흥위원회 해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영화감독협회는 1월24일 성명을 내 “영화진흥위원회를 해체하고 영상진흥원(가칭)을 설립하라”며 “한국 영화계를 유린한 세력들은 사죄하고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한편, 노 감독들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영진위는 노(NO)했다. 영진위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영화감독협회 등 일부 영화계 인사들과 일부 언론의 의도적인 사실 왜곡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림없는 비방을 멈추라는 반박이다.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다. 원로 영화인들은 도대체 10년 동안 뭘 잃어버렸던 것일까. 그리고 무엇을 되찾겠다고 나선 것일까.
1. 영진위가 국민들의 혈세를 도적질했다?
감독협회가 영진위 해체 근거로 내세운 첫 번째는 ‘3천억원 전횡’이다. 대부분 관련 보도들의 머릿제목이 이를 일러준다. 심지어 국고지원금을 ‘횡령’했다고 제목을 뽑은 기사까지 있다. 감
[쟁점] 영진위가 전횡을 했다굽쇼? 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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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월 11일 오후 2시
장소 : 대한극장
개봉 : 2월21일
이 영화
주노 맥거프(엘렌 페이지)는 미국 미네소타주의 작은 도시에 사는 16살의 여고생. 남자친구 폴리 블리커(마이클 세라)와 벼르고 별러 치른 섹스의 결과물이 뜻하지 않은 임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주노는 망연자실한다. 친구 레아(올리비아 썰비)와 함께 아이를 입양해줄 부모를 찾던 주노는 마크(제이슨 베이트먼)와 바네사(제니퍼 가너) 부부에게 아이를 맡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자유분방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주노는 밴드 출신의 광고 음악 작곡가 마크가 마음에 들고 친구 비스무레한 관계를 맺게 된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학교와 병원, 마크네 집을 오가던 주노는 출산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충격적인 일을 연이어 겪고 어려움에 빠진다.
100자평
아무 생각없어 보이는 소녀의 단짝친구, 별다른 소양은 없어보이는 친아버지, 왠지 철없어보이는 새엄마, 큰 어려움없이 발견된 아이의 양부모 등 세
뱃속 아기와 함께 성장하는 소녀, <주노>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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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의 위기? <울프맨> 촬영 스케줄 난항
<스토커>의 감독 마크 로마넥이 신작 <울프맨>의 촬영 시작 1주 전에 메가폰을 내려놓았다. 제작사와 영화감독간의 창작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다. 유니버설의 몬스터 호러 클래식 <늑대인간>(1941)을 리메이크하는 <울프맨>은 베니치오 델 토로와 앤서니 홉킨스가 캐스팅됐다. 유니버설은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튼의 출연 고사로 촬영이 지연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 이어 두 번째로 촬영 스케줄에 난항을 겪게 됐다. 현재 <울프맨>과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모두 감독 자리가 빈 상태다.
프레디 크루거, 악몽의 컴백
프레디 크루거가 돌아온다. 1984년 웨스 크레이븐이 감독한 <나이트메어>를 시작으로 시리즈를 만들어온 뉴라인 시네마가 신작 제작에 박차를 가한다.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아이콘 프레디는 화상을 입고 일그러진 얼
[해외단신] 유니버설의 위기? <울프맨> 촬영 스케줄 난항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