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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가 <킬 빌>에서 루시 리우의 이름을 오렌 이시이로 지은 이유? 아주 타란티노답다. “좋아하는 감독 이름 중에 이시이가 많기 때문”이다. 그가 좋아하는 세명의 이시이는 이시이 소고, 이시이 데루오, 그리고 이시이 다카시다. 각기 다른 개성의 세 이시이는 모두가 타란티노의 미학적 형님들이다. <역분사 가족>과 <고조>의 이시이 소고는 영화의 관습을 파괴하고 재조립하는 실험가다. 2005년에 작고한 이시이 데루오는 컬트의 제왕이다. 30년대 도호에서 나루세 미키오의 조연출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그는 액션과 섹스와 시대극을 넘나들며 <공포기형인간> 같은 흥미로운 B급영화들을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이시이 다카시. 그는 색정광의 제왕이다. 아니. 오시마 나기사처럼 정치적으로 근사하고 미학적으로 수려한 고급 성애영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시이 다카시는 사도마조히즘(SM)과 폭력과 강간으로 가득한 섹스영화를 만든다. <일본영화 백과사전:
<꽃과 뱀> <가학의 성>의 이시이 다카시 감독의 영화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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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마조히즘(SM)의 제왕. 이시이 다카시의 별명이다. 패셔너블한 가죽옷을 입고 엉덩이나 토닥인다는 의미에서의 SM이 아니다. 이시이의 영화는 극단적으로 폭력적이고 극렬하게 치욕적이고 극심하게 도착적인 SM 고문과 섹스로 넘쳐난다. 그의 가장 ‘덜’ 극단적인 장르영화 <프리즈 미>를 제외하자면, 이시이 다카시의 영화가 한국에서 정식으로 개봉하는 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도 충분히 납득할 만 하다. 다시 경고하지만 3월27일 개봉하는 <꽃과 뱀> <가학의 성>은 가시가 발린 선악과다. 그러니 따먹고 싶은 자만이 이 글로 들어서시길.
폭주하는 SM의 제왕, 이시이 타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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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506>에 없는 것은 여자 캐릭터요, 드문 것은 웃음이다. 이영훈이 연기한 강 상병의 해사한 웃음이 없었다면, 이 영화 꽤나 퍽퍽했을 거다. 그러나 바로 그 웃음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강 상병이 좌절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은 더욱 보기 힘들다. 공수창 감독은 이영훈에게 “<알포인트>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울먹거리던 장영수 병장의 캐릭터에 희로애락을 심어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면서 강 상병에게 기대하는 바를 설명했다고 한다. 시커먼 남자들만 가득했던 현장에서도, 영화를 만들기 위해 지난한 터널을 통과한 긴장이 여전한 인터뷰 자리에서도, 싱글거리며 먼저 말을 걸어와 어려운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이영훈은, 그 자체로 거의 강 상병이다. “의리있고, 남들 챙기기 좋아하고, 그러다보니 사소한 사고도 치지만, 그래도 미움받지 않는 캐릭터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조현재씨나 다른 분들께 먼저 다가가곤 했다.”
물론 복병은 있었다. 그는 인터뷰마다 GP506에서 노
[이영훈] 사고도 치지만 미움받지 않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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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재의 신분은 언제나 높거나 귀했다.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재벌 3세이거나, 세자이거나, 왕이 될 운명을 감춘 천민이거나, 심지어 신부님였다. 높고 귀한 외모가 따로 있는 게 분명하다. 4년 만에 출연한 두 번째 영화 <GP506>에선, 명문가 도련님(<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 이어 장군의 아들이다. 혹은 작은 성을 연상시키는 GP의 성주. 육군참모총장의 아들이라는 신분까지 더해져 가족 같은 소대원들과는 웬만해선 섞이지 않는다. 한 가지 의외인 것은 고고한 외피 안에 감춰진, 생존을 향한 질긴 욕망이다. 고귀한 신분과 질긴 생존력은 직선으로 연결시키기 쉽지 않은 법. 곱씹을수록 깊게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도록, 약간만 시선을 움직여도 다른 빛이 배어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점점 외로워진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이렇게 무겁고 비밀스런 인물은 처음이었다. GP장이라는 지위가 다들 어려워하는데다, 나는 역할 유지를 위해 신경을
[조현재] 이렇게 비밀스러운 인물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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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었다. 연륜이 깊어져도 현장에서 스스로를 향한 엄격함은 늦추지 않는 배우라면, 다정다감한 인터뷰이가 될 확률은 현저하게 낮아진다. 굳은 표정 깊은 곳에 상대를 향한 정을 감춘 캐릭터로 더없이 잘 어울리는 얼굴, 천호진 말이다. <GP506>에서는 연륜과 이성과 인성과 결단력을 갖춘, 너무 완벽해서 성공하지 못한 군인 노수사관이 그의 역할이다. 아내의 영안실까지 찾아온 동료를 거절하지 못해,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GP506의 미로를 향해 제 발로 걸어들어간다. 바로 전날 오후 홍콩영화제에서 귀국한 직후, 새벽 3시에 진행된 기술시사까지 챙겨봤다는 그는 오전에 예정된 사진 촬영 시간을 칼같이 지켰다. 표정은 밝지 않았다. 2000년 이후, 한국영화 속 ‘어른’으로 스크린 한쪽을 든든히 지켰던 그가 스포트라이트의 전면에 나서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었다. 완성된 영화에 대한 우려가 기대를 넘어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난해 이맘때 개봉했던 <좋지 아니한가>의
[천호진] 공포영화가 아니라 반전영화라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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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자. <GP506>은 끔찍한 영화다. 억압을 체질화한 공간인 군대에서 벌어지는 악몽 같은 하룻밤 동안, 저마다 같고 또 다른 인간의 본성이 서로의 발목을 잡는 과정,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무참함을 극대화하는 것은 화면을 가득 메운, 다양한 방식으로 훼손된 주검, 주검, 주검들. 시나리오만 봐도 안다. <알포인트>는 물론 <두사람이다> <어느날 갑자기> <므이> <가발> 등 공포영화를 통해 잔뼈가 굵은 이창만 특수분장팀장, 일복 터지는 소리가 절로 들린다. “하여간 가능한 거의 모든 방식으로 죽은 시체들”이 등장하기에 본인은 행복했던 눈치다. 엿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더라는 말씀. 단, 노약자나 임산부는 이 페이지를 건너뛰시길 권한다.
총 맞기 직전의 피부, 애니매트로닉스…_새로운 시도들
이창만 팀장으로 말하자면, DVD를 보다가 상처와 관계된 장면에서는 저절로 시선이 머문다. 신체가 생
참혹한 시체들은 어떻게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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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 강원도 청평의 촬영현장에서 만난 김완식 PD 이하 제작진들은 GP 외관의 오픈세트부터 근처의 창고를 개조한 GP 내부의 실내세트의 구석구석을 설명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눈치였다. 한달 동안 단장한 600평 규모의 오픈세트부터 두달 동안 매달려 통째로 재현한 GP 내부의 미로 등 이들이 만들어낸 세트는 총 14개. 장춘섭 미술감독과 세트수퍼바이저인 Plus artwork의 황중현 대표에게 그중 네곳을 골라달라 부탁했다. 고성(古城)처럼 완고한 GP의 어느 한구석 허투루 넘기지 않았음을 알기에, 선택을 종용하는 심정도 편하진 않았다.
건물 전체를 완전히 새로 짓다_GP 상부
감독의 첫 번째 주문? “GP를 만들어달라”가 전부였다. 그러나 영화 속 세계의 전부를 아우르는 유일한 야외이자 가장 많이 노출되며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곳이니 이곳의 중요함은 미술팀 모두가 공유할 수밖에.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부터, 폐교 운동장, 동사무소 마당, 논밭 활용까지 거
배경이자 캐릭터이자 주제인 GP를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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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 Guard Post. 비무장지대 안에 위치한 최전방 경계초소. 함부로 들고 날 수 없는, 방문자에게 인색하고 이탈자에게 가혹한 이곳에서 한명의 대원만을 남기고 전 소대가 몰살됐다. 수색대가 투입되고, 하룻밤의 시간이 주어진다. 한정된 공간과 제한된 시간. <GP506>이 벌이는 게임은 일견 익숙하다. 그러나 보이는 것만큼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라는 포스터 문구는 영화 안팎으로 적절하다. 사상 최대 규모의 세트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소름 끼치는 특수분장을 위해 드림팀이 뭉쳤다. 1년 반 전 시작된 여정은 때로 GP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기도 했지만 결국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규모와 디테일로 마무리됐다. 일등공신은 단연 미술팀과 특수분장팀. 그들이 이처럼 어려운 게임에 혼신을 다한 이유와 이를 위한 전략을 물었다. 단번에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공통점을 지닌 세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들을 만났고, 같은 방식으로 질문을 던졌다. <GP
GP의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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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에 개봉되는 영화를 엄선하여 관객들에게 질문하는 [개봉작 출구조사]
이번 주에는 3월 27일에 개봉한 <어웨이 프롬 허>,<미스언더스탠드>을 보신 관객분들에게
솔직담백한 영화평을 들어봤습니다
영화은 씨네큐브와 미로스페이스에서 총6회차에 걸쳐 조사하였습니다
촬영에 협조해주신 씨네큐브, 미로스페이스 관계자분들과
인터뷰에 응해주신 관객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출구조사] <어웨이 프롬 허>,<미스언더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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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서 열린 영화<나의 노래는> 쇼케이스 현장입니다
영화<나의 노래는> 특별한 희망도 꿈도 없는 20살 희철이가
우연히 대학생 연주와 상우가 준비하는 단편영화에 출현하면서
새로운 갈등과 변화를 겪으면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성장통 영화이다.
이날 쇼케이스 현장에는 안슬기 감독, 최택준 촬영감독,모성진 프로듀서
배우 김기섭,민세연,신현호,윤세민,주민하가 초청되었으며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영각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독립장편영화 쇼케이스]는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독립장편영화 활성화를 위해
독립영화 제작자들과 영화 제작 경험 등을 공유하고 완성된 영화를 함께 본 후
관객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제작자,평론가 그리고 관객들과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되어있습니다.
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안슬기 감독, 독립장편 <나의 노래는> 쇼케이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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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3월 25일 오후2시
장소 메가박스 코엑스
개봉 4월3일
이 영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최전방 GP(Guard Post 경계초소)의 소대원 21명이 몰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참모총장의 아들이 GP장으로 근무했던 곳이기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이제 막 아내의 상(喪)을 치른 노 수사관(천호진)이 현장에 파견된다. 그곳에서 발견된 것은 형체를 알 수 없게 살해된 19구의 시체,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도끼를 들고 있던 강 상병(이영훈), 그리고 뒤늦게 발견된 채 자신이 GP장이라고 밝힌 유 중위(조현재). 수사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하룻밤. 장대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사병들의 일기며 유 중위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과거는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어갈 뿐이며, GP506의 미로를 헤매던 21명의 수색대원들은 원혼에 사로잡힌 듯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말말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여러분의 염려 덕분에 무사히 완성했다.” -공수창 감독
의 미로, 공개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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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은 탈출 마술가로 명성을 떨친 해리 후디니의 말년을 가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후디니는 죽은 어머니의 영혼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영매에게 사기당한 뒤 심령술의 거짓을 폭로하는 것에 힘을 쏟았는데, 영화는 이러한 그의 궤적에 메리 맥가비라는 허구의 여인을 심어놓았다. 공동묘지 구석에 기거하며 끼니를 잇는 이류 심령술사 메리(캐서린 제타 존스)와 딸 벤지(시얼샤 로넌)는 어머니의 유언을 맞히는 이에게 1만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후디니에게 접근한다. 늘 짝을 이루어 사기 행각을 벌여온 모녀는 후디니의 비밀을 캐내려고 하지만, 메리와 후디니가 사랑에 빠지면서 계획은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프레스티지> <일루셔니스트> 등 최근 마술을 소재로 했던 일련의 영화들처럼 <데스 디파잉…> 또한 마술과 로맨스, 서스펜스를 적당히 뒤섞어 가공하려 하지만, 그 접착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호텔방을 몰래 엿보는 정도의 비밀 캐기
해리 후디니의 말년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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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거부 클레이(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가졌다. 심장을 이식받아야 살 수 있는 그는 신뢰하는 주치의 잭(테렌스 하워드)의 조언에 따라, 홀어머니(레나 올린)의 반대를 거스르고 아름다운 샘(제시카 알바)과 결혼한다. 하객없이 약식으로 결혼한 저녁, 적합한 심장이 준비됐다는 소식에 클레이는 잭에게 집도를 맡기는데, 완전히 마취되는 데 실패해 의식이 생생한 그가 수술대 위에서 얻는 것은 건강한 심장이 아니라 추악한 진실이다. “마취 중 각성”은 한국영화 <리턴>이 다룬 소재로, 어린 시절 끔찍한 고통을 겪은 희생자가 돌아와 복수한다는 내용의 <리턴>과 달리 <어웨이크>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클레이의 비명과 식은땀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영화는 초반에 잭의 독백을 통해 클레이가 수술 뒤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시작하는데, 이는 관객의 긴장을 유발함과 동시에 클레이의 죽음이 과연 사고였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클레이의 죽음을 원하는
스릴있는 84분 <어웨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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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도망갔다. 젊은 스웨덴 여비서와 짐을 싸 줄행랑을 친 것이 분명하다며 테리(조앤 앨런)는 딸들이 둘러앉은 식사 자리에서 분통을 터뜨린다. 남편의 갑작스런 사라짐은 테리를 사사건건 무료해하고 시비 거는 중년의 여자로 만들어버린다. 딸들과의 잦은 불화와 화해도 끊이지 않는다. 네딸 중 첫째(알리시아 위트)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동시에 결혼과 임신의 소식을 폭탄선언하듯 알리고, 둘째(케리 러셀)는 테리의 만류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무용수 되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는다. 셋째(에리카 크리스텐슨)는 가라는 대학은 가지 않고 초라한 방송사에 덜컥 AD로 취직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뻘의 프로듀서 셰프(마이크 바인더)와 연애 중이다. 그리고 나이보다 성숙한 막내(에반 레이첼 우드)는 옆집 아저씨 데니가 아버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공상한다. 히스테릭해진 어머니 그리고 각양각색의 네 자매가 사는 이 집은 화목한 ‘초원의 집’이거나 자매애로 넘치는 ‘작은 아씨들’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옆
중년 부인의 인생 반환점에 관하여 <미스언더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