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만큼이나 해묵은 역사가 또 있다. 남미에서 발생하는 유혈 갈등은 오늘도 계속된다. <엘리트 스쿼드>는 브라질을 배경으로 총구가 쉴새없이 불을 뿜는 액션영화다. 액션의 바탕 위에 부패와 유혈로 얼룩진 브라질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조명한다. 평소에도 마약밀매와 총기밀매로 어수선한 브라질의 한 슬럼가에 교황 바오로 6세가 방문한다. 부패의 온상으로 군림하며 국민과 대치 중인 브라질 경찰은 자신들의 신변과 교황의 신변을 함께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여기에 슬럼가의 마약상과 신참 경찰까지 가세하니 상황은 기름에 불을 끼얹는 꼴이 된다. 식민지화와 게릴라전의 역사로 평소에도 몸살을 앓는 브라질이지만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살풍경이 실화라는 점은 경이롭다. <시티 오브 갓>의 브라울리오 만토바니가 각본으로 참여했으며 2008년 베를린영화제 대상(금곰상)과 상파울루영화제 감독상 및 편집상을 수상했다.
갈등의 역사에 종교와 유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원 나잇 위드 더 킹>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에스더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서사극이다. 페르시아는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유대인들을 포로로 잡아들인다. 페르시아의 왕 아하수에로는 왕비로 유대 여인 에스더를 간택하고 하만을 새로운 총리로 내세우는데, 하만은 유대인을 극도로 싫어하여 유대인을 멸절하도록 명령한다. 에스더는 유대민족을 살리기 위해 왕 앞에 나서고 에스더의 용기와 아하수에로의 애정이 유대민족을 구한다는 게 성경의 줄거리다. 대체적으로 성경과 비슷하게 전개되나 영화는 성경의 행간을 상상력으로 메운다. 예컨대 아하수에로와 에스더 사이에 부부애는 없었고 에스더는 강제로 왕의 아내가 되었다는 식이다. 상상력으로 재건한 고대의 건축물과 복식이 근사한 볼거리다. 종교의 그늘이 짙게 깔린 서사드라마이므로 호불호가 크게 갈릴 듯싶다.
짜릿한 영화에 관심있다면 <스콜피온>과 <블러핑> <헌팅 파티>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스콜피온>은 우람한 근육과 짜릿한 주먹을 전면에 내세우는 격투영화다. 주인공인 권투선수 안젤로는 도장의 챔피언대회 대표 선발에 불만을 품고 살인을 저질렀다 복역한다. 불법으로 이종격투기대회를 열고 있는 마피아는 출소한 안젤로를 끌어들이려 한다. 실제 K-1 경기에서 활약한 제롬 드 반느가 출연해서 유명하다. <블러핑>은 불륜드라마와 범죄스릴러를 결합한 콜롬비아산 영화다. 빠르고 짜릿한 동시에 민첩한 두뇌회전이 요구된다. <헌팅 파티>는 관객을 아예 전쟁터로 내모는 영화다. 종군기자로 등장하는 리처드 기어는 특종을 노리고 전쟁범에게 다가갔다가 살해 위기에 놓인다. 코미디 장르도 준비되어 있다. <48 아워 어 데이>는 프랑스의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삼아 보모와 부부간의 웃지 못할 갈등을 그린 코미디다.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블랙 발룬>은 괴로운 성장기를 맞는 호주 청소년의 우스꽝스런 이야기다.
제4회 KBS프리미어페스티벌은 8월28일부터 9월3일까지 전국 7개 지역 멀티플렉스 씨너스 10개 영화관에서 상영하며 모바일 DMB와 온라인상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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