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와 로맨틱하게 만나는 법
행사팀 자원활동가 이호현·유종희 부부
알고보니 신참이 아니라 베테랑이다. 행사팀 자원활동가로 지원한 이호현(51), 유종희(42) 부부. “자원활동이 흥미가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하는 이들 부부는 “자원활동하며 데이트 하고 금슬 쌓는” 독특한 한쌍이다. 5년 전부터 ‘아름다운 가게’의 나눔장터를 비롯해 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손잡고 달려간다고. “지원 시기를 놓친 탓에” 지난해는 남편 혼자서 “영화제 홍보를 위해 오토바이 타고 중구 일대에 찌라시를 뿌렸지만” 올해는 두 잉꼬부부가 합심해서 영화제 행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행사팀 일이라는게 좋게 말하면 현장에 가장 밀착된 업무인데, 또 다르게 말하자면 일종의 노가다죠. 어제도 비오는데 전기 배선공사 하다가 삐끗했어요”(이호현) 자원활동가 중에는 가장 나이가 많으니 현장 마무리는 젊은 친구들에게 맡겨도 되지 않을까. “자원활동을 잘 모르시나 본데 외려 더 눈치보여요. 젊은 사람들한테 흉 잡히기도 싫고, 또 질 수 없잖아요”(유종희) 집이 중구에서 가까운 종로구 숭인동이다 보니 끝까지 남아서 의자 접고 휴지까지 줍고 가야 할 팔자라면서도 두 부부는 깔깔댄다. 하긴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스킨쉽을 나눌 정도이니 고된 영화제 일정이 무슨 대수랴. 두 사람이 로맨틱 영화의 주인공인 것을. “지난해는 청계광장에서 무성영화를 슬쩍 엿볼 기회라도 있었는데 올해는 아무래도 어렵겠다”는 이호현 씨는 얼마 전 오드리 햅번 머리 스타일로 바꾼 “‘유’드리 햅번을 매일 보면서” 참아내겠다고 하고, 유종희 씨는 “어차피 남편이랑은 취향이 달라서 영화를 보면 둘 중 하나는 꼭 졸게 된다”면서 “주어진 일에 집중하겠다”고 하니, 두 부부 만나서 새삼 느낀 사실. 영화제를 만끽하는 방법은 많다는 점이다. “일주일 넘게 가게 문을 닫고” 영화제에 올인한 두 부부, 내년에는 자원활동이라면 “부모 못지 않게 맹렬한” 두 자식들을 앞세우고 영화제를 노크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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