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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몬타나는 보스를 대신해 그의 애인, 엘비라를 데리러 가는 중이다. 보스의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엘비라의 모습을 보고선 언젠가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멋진 자동차까지 빌렸다. 토니가 렌터카 차종으로 원래 마음에 두었던 것은 1959년형 캐딜락 엘도라도였다. 제너럴모터스의 디자이너, 할리 얼이 창조했던 50년대 유선형 유행의 정점이자 전후 미국의 전성기를 상징하던 아메리칸 드림의 기념비. 그는 아바나의 뒷골목에서 똘마니 노릇을 하던 어린 시절, 미국인 관광객들이 몰고 다니던 유선형 자동차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 그 시절 어린 그에게 캐딜락은 동경의 대상이자 삶의 목표였다. 하지만 “빌어먹을” 카스트로가 혁명을 일으킨 뒤, 그 꿈은 산산조각났다. 모두가 평등하게 가난해서 아무도 캐딜락 따위는 꿈꾸지 못하는 사회, 토니는 20여년 동안 그 황무지의 맨바닥에 온몸을 갈면서 버텼다.
하
[design+] 캐딜락, 포르셰 그리고 코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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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버배치(Cumberbatch): 1. 트렌치코트를 유행시킨, 매우 섹시하고 매력적인 남자. 2. 자기를 주목받게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불평하고 과도한 나쁜 기질로 종종 따돌림을 받는 남자. 3. 머리숱이 너무 많아 자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남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터넷 은어 사이트 ‘어반 딕셔너리’의 검색 결과다. 어쩐지 오이를 연상시키는 이 단어가 원래부터 존재했느냐 묻는다면, 물론 아니다. ‘컴버배치’는 2010년 혜성처럼 나타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로부터 파생한 명사다. 어반 딕셔너리는 친절하게도 이 명사의 동사 활용법(간단하게 ‘컴버배치드’(Cumberbatched)다)과 더불어 ‘컴버비치’(Cumberbitch)라는 단어 또한 소개하고 있는데, “멋지고 아름다우며 재능 넘치는 영국 배우” 컴버배치를 사랑하면 누구나 컴버‘비치’라 불리는 나쁜 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지금 하나의 문화적 ‘
[베네딕트 컴버배치] 지금,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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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2월20일~6월14일
장소: 홍은예술창작센터 2층 교육연습실1
문의: 02-304-9100
버리기는 아깝고 입기는 뭣한 옷들. 누구나 옷장 속에 몇벌쯤 갖고 있을 이런 옷들은 아무리 미련이 남더라도 결국에는 헌옷 정리함으로 들어가고야 만다. 인기있는 수선숍으로 가져가 변신을 시도하려 해도 옷값과 맞먹는 수선비에 입이 떡 벌어지게 마련. 내가 한번 고쳐볼까, 라는 마음을 먹더라도 웬만한 손재주를 가진 이가 아니라면 재봉틀을 만지기조차 겁이 난다. 서울시창작공간 홍은예술창작센터는 이러한 고민을 가진 이들을 위해 재활용 리폼 프로그램 ‘꼴, 좋다’를 운영한다. 올해의 ‘꼴, 좋다’는 특히 지난해 참여했던 시민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주목을 끈다. 재봉틀을 처음 만났으나 12주 과정을 통해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된 사람, 다소 부족했던 기술을 한해 동안 갈고닦아 탄탄한 실력을 갖추게 된 이들이다. 이러한 산증인들이 멘토로 자리하니 재봉틀 한번 만져보지 못한 왕초보일지라도 재봉틀에
[아트인서울] 헌옷의 어여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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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함께 스마트해진 세상, 서울문화재단에서도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한 문화예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대학로 공연 정보를 제공하는 ‘대학로공연정보’ 어플리케이션과 알찬 무료 문화정보를 한데 모은 ‘무료문화정보’ 어플리케이션이 그것. 먼저 ‘대학로공연정보’는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크고 작은 작품 소개와 공연장 안내를 기본으로 해 스마트폰의 위치정보서비스를 이용한 공연장 위치정보까지 제공한다. 미로처럼 복잡한 대학로 골목 사이에서 표지판을 들여다보며 헤매던 기억은 이제 안녕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실제 대학로 거리와 가상의 공연장 위치를 안내받을 수도 있다. 가난한 시어터고어들을 위한 쿠폰 서비스도 있다. 앱에 있는 쿠폰 이미지를 제시하면 현장에서 즉시 할인 가능하다. 받고 싶은 선물들이 매일 빵빵 터지는 이벤트 또한 지나칠 수 없다. 터치 한번으로 손쉽게 응모 가능하다. ‘대학로공연정보’는 9개월 만에 이용자가 16만명을 넘어서며 서울 시민들의 공연 길라잡이 역
[아트인서울] 문화생활도 스마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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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60년을 활동해온 음악인에게 또 다른 새로운 걸 바라는 건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지금껏 잘해왔던 것들을 또 한번 잘하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레너드 코헨의 이번 앨범이 바로 그렇다. 이 앨범에는 우리가 좋아해온 레너드 코헨의 모든 것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시적인 노랫말, 밀도있는 세션, 여성 코러스, 그리고 이 모두를 감싸는 레너드 코헨의 넉넉한 음성까지,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빨리 일을 접고 새로운 삶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대다수인 것 같다. 반면 모든 것을 다 이루었지만, 느긋한 듯 근면하게 현업으로 다시 돌아가려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지난 3년간 70대 동료들과 세계 투어를 진행하고, 기간 중에 곡도 쓰고, 직접 재킷 디자인도 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 깊어지는 매혹의 저음으로 시를 읊듯 노래하는 레너드 코헨의 이야기다. 엄숙하고 아름답다. 성급하거나 방만했던 모든
[hottracks] 늘 그 목소리로,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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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월 26일
시간: 오후 6시 30분
장소: 홍대 라이브 클럽 빵
58살, 지금의 나로부터 꼭 20년 떨어진 우주. 보통 20, 30대에 불과한,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들은 저 우주의 삶을 상상이나 할 뿐이다. 그저 기력도 없이 애(들) 학비 버느라 죽 쑤고 있겠지. 뭐 빚은 좀 있을까. 설마 이혼은 안 당했겠지. 아니, 그때까지 솔로이려나?! 그래서 58살의 음악가 정형근의 <효도탕>을 들으면 당혹스러울 법도 하다. 도대체 이 과격한 솔직함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는 30년이나 음악을 해온 싱어송라이터이고 ≪효도탕≫은 1979년에 데뷔했지만 소수의 사람 사이에서 회자되던 음악가의 여섯 번째 앨범. 고 김현식, 노영심, 전인권, 이주원, 하덕규 등과 어울리던 1980년대에 ‘지하 5층’의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하던 그가 가까스로 발표한 신작이다. 2009년, 30년 음악인생의 종지부로 여긴 5집 ≪예언자≫이후 캐나다 이민이나 가려다 라이브 클럽 공연 뒤
[공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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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3월 11일까지
장소: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삼청
문의: 02-723-6190
누군가가 “스프링필드에 살아요”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의 정체를 의심해볼 것. 스프링필드는 영어 이름으로 치면 톰이나 제인 같은, 흔하디흔한 마을을 뜻한다. 이 이름을 가진 마을이 미국에만 40여곳이 되며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지에도 수많은 ‘스프링필드’가 존재한다. 하지만 <스프링필드>를 전시 제목으로 삼은 문지하 작가의 의도는 보편적인 평범함이 아니라 ‘공존’에 방점을 둔다. 미국이기도 하고 호주이기도 하며 영국이기도 하고 캐나다이기도 한 곳. 문 작가의 스프링필드는 지구촌의 모든 정체성과 문화가 계급장 떼고 한데 어울리는 유토피아를 지향한다. 이러한 취지답게 <스프링필드>에서 소개되는 30여점의 회화, 설치, 판화 작품은 보기만 해서는 어느 나라 작가의 작품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개성을 자랑한다. 빨강, 파랑, 노랑, 흰색의 혼재는 영락없이 한국
[공연] 우리의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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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의 마지막 소설집이란다. 한국 문학의 대모, 소설의 고향, 칭찬은 차고도 넘치니 여기서는 소설집에 실린 몇몇 문장들을 소개할까 한다.
“정욕과 물욕이 비기고 텅 비는 걸 느꼈죠.”(2009년작 <빨갱이 바이러스>) 느지막이 남편을 떠나보낸 뒤, 큰손자의 젊은 영어선생에게 끌리는 여자. 그녀는 장례식장에서조차 저를 달래는 영어선생의 손길을 즐긴다. 60대 중반에 다시 찾아온 욕정. 하지만 영어선생이 사업자금을 빌려달라고 하자, 욕정은 순식간에 수그러지고 현실로 컴백한다.
“80년대 대학 들어간 애가 세상이야 어찌 돌아가든 알 바 아니라는 듯이 공부만 팠다는 건, 제 보기에는 인간성이 의심스러워요.”(1993년작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내 아들은 80년에 대학생되어 데모하다 그만 죽고 말았다. 그런데 형님 아들은 무사히 대학 졸업하고 취직도 잘했다. 나는 형님 앞에서 인간성 운운하며 죽은 아들을 치켜세운다. 부모답게 허영심을 채우고픈 욕심
[도서] 리얼리티 바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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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1%의 우정> Untouchable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 출연 프랑수아 클루제, 오마르 사이 / 수입 (주)블루미지 / 배급 NEW / 개봉예정 3월22일
<아바타>와 <트랜스포머>를 제치고 프랑스 역대 흥행 순위 3위를 기록했다는 뉴스로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2011년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도 수상했으니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과 그를 돌봐줄 사람으로 채용된 빈민가의 흑인 청년 드리스(오마르 사이)의 우정을 그린다. 귀족과 서민, 부자와 빈자, 백인과 흑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처럼 교집합이라곤 없어 보이는 두 남자가 어떻게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흥미로운 영화다. 감동적인 드라마 사이사이 적절히 배치된 유머도 흥행의
[Coming soon] <아바타>와 <트랜스포머>를 제친 감동 드라마 <언터처블: 1%의 우정> Untouch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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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지하상가는 여전히 승냥이 울음으로 붐비고….” <하울링>의 늑대개를 보며 문득 ‘시인 유하’가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에서 얘기했던 지하상가의 승냥이가 떠올랐다. 승냥이와 늑대개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면 딱히 할 말 없지만, 거기에는 아무리 울어도 들리지 않고 바깥으로 퍼져나가지 않는 소외된 자들의 울음이 있다. 노나미 아사의 원작 <얼어붙은 송곳니>도 결국 여주인공 오토미치 다카코와 늑대개가 서로의 처지를 알아보는, 상처받은 자들의 교감에 관한 이야기다. 오토미치는 가족과 직장 모두와 쉽게 화합하지 못하는 인물이고 늑대개는 일그러진 사랑으로 길러진 복수의 화신이다. 둘 모두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다. 역시 같은 시에서 마치 ‘흠집 많은 중고제품들’에서나 자신의 존재를 위안받는 슬픈 존재들이랄까.
승진 때마다 후배에게 밀리는 강력계 만년 형사 상길(송강호)은 순찰대 출신의 새파란 신참 여형사 은영(이나영)을 파트너로 맞는다. 고과 점수도
상처받은 자들의 교감에 관한 이야기 <하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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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편한 안경으로 3D영화를 볼 것인가 고민하는 마당에 무성영화가 웬 말인가. 1930년대 초반까지 스크린을 장악했던 이 거대 공룡은 기술의 진보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 감독 미셸 아자나비시우스는 3D 블록버스터의 출현으로 기술의 정점을 구가하는 21세기 극장가에 감히 이 공룡을 불러온다. 남자는 무성영화 최고의 스타 조지(장 뒤자르댕). 그를 흠모하는 여인은 한때 조지의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 있는 여배우 페피(베레니스 베조)다. 달라진 환경에서 더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조지와 달리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페피는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가 되고, 나락에 떨어진 조지를 찾아 나선다.
과거 무성영화를 향한 회한이야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해왔지만 전환기의 공기를 직접 불러와 아예 무성영화 형식에 담은 경우는 없었다. 눈과 귀를 멀게 할 정도의 효과 없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 지금의 관객에게 과연 이 무언의 세계가 어떤 위안을 줄지도 미지수였다. <아티스트&g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는 감흥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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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동안 궁금하던 이름이다. <디센던트>는 2000년대 초 <어바웃 슈미트> <사이드 웨이> 등의 작품으로 전세계 평단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그리스계 미국 감독 알렉산더 페인의 7년 만의 복귀작이다. 미국사회와 미국인들에 대한 알렉산더 페인의 관심은 <디센던트>에서도 여전하지만 삶의 폐부를 찌르던 그의 날카로움은 다소 순화된 듯하다. <디센던트>는 미국인들의 영원한 휴양지,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다. 변호사 맷(조지 클루니)의 마음은 지옥이다. 사이가 좋지 않던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면서 그는 나 몰라라 하고 살았던 두딸을 책임져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맷은 첫째딸 알렉산드라(셰일린 우드리)에게서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말을 듣는다. 가족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그에겐 신탁관리하고 있던 카우아이 섬의 매각문제도 남아 있다.
아이의 모습을 지우지 못한 어른, 울지도 웃지도 못할 삶의 아이러니를 담담히 조명하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삶의 아이러니 <디센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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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절단의 강도, 흥건한 피의 양으로 공포지수를 채점하는 시대다. 이 정도 되고 나니 궁금해지는 건 공포와 가학, 둘 중 어느 것이 무서운가다. 트렌디한 공포영화에 지쳤다면 <우먼 인 블랙>이 제시하는 공포에서 위안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잊고 있었지만 음산한 기운과 삐걱거리는 복도 정도만 갖춘다면 별다르게 화려한 효과 없이도 공포라는 위엄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단출한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고전적인 방안을 채택함으로써 <우먼 인 블랙>은 옛 고딕호러의 공포를 스크린에 재현한다. 화려한 대작 위주의 공포영화에 떠밀려 중단됐던 공포영화의 명가 해머필름이 오늘날 부활을 알리는 데는 무엇보다도 동명의 원작이 가진 힘이 컸다.
1983년 발표된 <우먼 인 블랙>은 수잔 힐의 동명 소설로 이미 명성을 떨친 작품이다. 176페이지라는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실화로 착각될 정도의 호소력있는 이야기 덕분에 드라마, 연극으로 꾸준히 제작됐다. 이야기는 아
옛 고딕호러의 공포 <우먼 인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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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은 건축가 승민 앞에 15년 만에 나타나 집을 지어달라는 서연, 두 사람이 함께 집을 완성해가는 동안 어쩌면 사랑이었을지 모를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새로운 감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로 오는 3월 개봉 예정이다.
[한가인]"수지는 4차원, 김유정은 진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