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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상태> State of Emergency

<위기의 상태> State of Emergency 프세폴로드 베니그센 | 러시아 | 2011년 | 100분 OCT08 소극장 13:00 OCT13 소극장 13:00

20년 동안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붕괴 직전의 건물이 있다.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프세폴로드 베니그센 감독은 이 건물을 스쳐가는 사람들의 위태로운 한때를 포착하며, 러시아의 현재를 ‘비상사태’라 진단한다. <위기의 상태>는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교통사고를 낸 부부,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 아이를 찾기 위해 인질극을 벌이는 남자, 장애아동을 둔 부모의 사연이 차례대로 펼쳐지며, 네 줄기의 이야기는 결국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대를 향해 맞물려간다. 여기까지 보면 익숙한 구도의 영화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위기의 상태>가 일촉즉발의 현실을 담아내는 장르적 솜씨는 결코 진부하지 않다. 또한 각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 러시아의 정치적 현실과 내적 모순을 비판하는 우화의 성격을 띤다. 감독은 특히 긴장감이 넘치는 설정 한 가운데에 코믹한 요소들을 안배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상황의 아이러니를 곱씹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실이라는 비상사태 속에서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이를 바로잡지 못한 채 파국을 맞이한다. <위기의 상태>는 그 모순을 냉정히 직시할 것 또한 경고한다. 플래쉬 포워드 부문에서 단연 흥미로운 작품이다.

Tip. 상이한 장르의 이야기를 버무리는 솜씨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감독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