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꽃> Fatal 이돈구 | 한국 | 2012년 | 103분 OCT08 CGV3 16:00 OCT10 CGV6 20:00
성공은 20대 후반의 착실한 청년이다. 그는 고교시절 윤간에 가담했던 기억으로 괴로워한다. 어느 날 성공은 교회에서 장미를 만나고, 그녀가 과거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영화는 그가 우연을 가장해 장미를 쫓아다니고 그녀와 가까워지는 과정에 집중하는데, 주인공의 감정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고 있음에도 그의 집착을 납득하기 어렵지 않다. 악몽 장면이나 상상 신에서 불균질한 이미지들이 끼어들고 상투적인 설정도 등장하지만, 일상적인 에피소드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디테일 때문에 몰입도가 유지된다. <가시꽃>은 이창동 감독의 <시>의 설정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그러나 죄, 심판, 사적 복수라는 테마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보다 철저히 약자일 뿐이었던 한 청년의 삶과 최후를 보여주는 쪽에 주력한다. 성공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죄책감의 실체는 마지막 대목에 가서야 밝혀진다. 그런데 이 사건의 전모가 상영시간 내내 지속된 긴장과 복잡한 감정들을 단순하게 정리해버리는 바람에, 영화의 제의적인 비극성이 평면화되는 측면이 있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시꽃>은 제작여건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집중력 있는 연기연출로 극복해낸 인상적인 장편데뷔작이다.
Tip. 단돈 300만원으로 장편영화를 만들어낸 감독의 패기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