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CIA 요원인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맞대결을 액션으로 담아낸 영화 '디스 민즈 워'는 오는 2월 23일 개봉 예정이다.
[리즈 위더스푼] "봉준호 감독과 작품하고 싶다"
-
나는 늘 휴양지에서의 삶이 궁금했다. 얼마간 머무르는 것 말고 거기서 태어나고 자라고 사는 사람들의 삶 말이다. 물론 다른 삶, 요컨대 출근하고 욕먹고 야근하고 욕먹는 삶과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지만 아무튼 휴양지니까 뭐가 달라도 다를 게 아닌가. 그래서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맷(조지 클루니)이 “육지 친구들은 내가 천국에 사는 줄 안다. 제정신인가? 하와이에 산다고 인생에 면역이 된다고 생각하나? 젠장, 난 서핑 안 한 지도 15년째다”라고 할 때 한방 먹었다.
때때로, 아니 대부분 인생은 오랜 질병 같아서 우리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앓는다. 맷도 그렇다. 부질없는 로또번호처럼 주르륵 어긋나는 사건들에 휘둘리고 백신도 없이 계속 앓는다. 한번 앓았으니 이젠 괜찮지 않을까. 설마! 삶은 감기처럼 몇번이나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찾아오고 그때마다 그들은, 또 우리는 아플 것이다. 그래서 엔딩이 좋았다. 삶이라는 질병에 믿을 건 한이불 덮고 사는 가족뿐이니까. 그때 개비 파히누이의 &l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우리는 삶을 앓는다
-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이사올 때만 해도 올해는 원없이 공을 차보겠다 싶었다. 취재도 적극적으로, 기획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시사회도 적극적으로, 집안일도 적극적으로 뭐든지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올해의 신조를 따라 평소 좋아하는 축구 역시 게임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즐겨보자는 생각이 컸다. 무엇보다 운 좋게도 유럽에서나 가능할 법한 집 앞 잔디구장이며, 혼수로 받은 메시 선수의 축구화며, 닿는 순간 발의 감촉이 부드러운 신제품 축구공(이것 역시 혼수로 받았다)이며 이런저런 조건도 ‘주말 축구인 김성훈’이 되기에 더없이 적합했다.
두달 전인가. 토요일 아침 8시에 일어나 FC바르셀로나 선수 코스프레를 한 채로 운동장에 나갔다가 내게 없는 결정적인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건 소속팀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바글바글한 운동장에는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아닌 오로지 두팀만이 있었다. ‘주말에는 지역 주민도 자유롭게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학교 운동장 이용 수칙은 내게 아무런
[타인의 취향] 마음은 메시, 현실은 박주영?
-
드라마 속 술 마시는 장면에 몹시 집착하는 편이다. 혼자만의 기준이지만 리얼리티와 운치를 따지고 배역에 얼마나 어울리는지 등을 고루 살핀다. 몇 가지 예로, 안주는 따로 시키지 않았지만 소주 한잔에 어묵 국물을 정말 ‘후루룹-’ 소리가 나게 마시며 이별한 남자의 궁상과 초라한 모습을 보여준 이선균. 그는 술 마시는 연기가 두루 뛰어나서 ‘만취연기의 젊은 거장’이라고 이름 붙였다. 주현 선생도 술을 무척 맛나게 드신다. 와인 잔도 없는 집에 와인 선물이 들어왔는데 별 개의치 않고 평상에 앉아 풋고추를 안주 삼아 소주잔에 따라 드시더라. 극중 연적 사이였던 황정음과 고준희의 술 대작신도 손에 꼽는다. 먼저 취한 고준희가 입을 헤∼ 벌리고 잠이 드는데 마찬가지로 대취한 황정음도 질세라 눈이 반쯤 풀린 얼굴로 테이블의 냅킨을 한장씩 꺼내 고준희에게 꼼꼼하게 덮어주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듣던 중 제일 웃겼던 알코올신은 고통에 찬 중년 남자가 막걸리 집에 가서 떡 벌어지는 한상을 차려놓고 술
[유선주의 TVIEW] 저 술자리 대~박!
-
-
“이건 블루칼라 계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계급조차 없다.” <셰임리스>의 프로듀서이자 작가인 폴 애봇의 말이다. 동명의 영국 TV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쇼타임>의 <셰임리스>는 시카고 빈민가에 사는 노동계급 갤러거 가족에 대한 초상이다. 갤러거 가족은 모두 7명이다. 늘 술에 취해 있어서 가족은커녕 자신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아버지 프랭크(윌리엄 H. 메이시)와 6명의 아이들이다. 엄마의 존재는 처음부터 이 가족에게 없다. 죽은 고모의 집에 살며, 그 고모 앞으로 나오는 연금을 꼬박꼬박 챙겨 술집에서 탕진하고, 장애인 수당을 받아서는 또 술집에서 탕진하는 프랭크 덕분에 아이들은 생존과 독립을 가훈 삼아 자라났다.
어리다고 예외는 없다. 큰딸 피오나(에미 로섬)가 아침을 차리다가 식탁 위에 빈 그릇을 올리며 말한다. “전기세, 가스비가 오늘까지.” 동생들은 주섬주섬 쌈짓돈을 꺼내 그릇을 채우고, 이제 열두살인 넷째 데비는 다섯째 칼
[안현진의 미드 앤 더 피플] 가난해도 괜찮아
-
1월23일
로테르담영화제 가는 길. 여행이 다 그럴 테지만 특히 장거리 항공 여행은 어느 주머니에 무엇을 눌러 담을지 정하는 출발 전날 고민부터 비행기 안에서 내 팔다리를 어떻게 건사하고 영역을 확보할지에 관한 눈치작전에 이르기까지 ‘수납’의 전쟁이다. 네덜란드 국적기 K항공사는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을, 다리를 뻗고 등받이를 젖힐 수 있는 여유 공간에 따라 세 등급으로 세분해 차등 판매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비단 K항공사만의 시스템은 아니지만 지구상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큰 사람들이 사는 나라이니만큼 앞장서서 궁리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을 것이다. 유서 깊은 상인의 나라답게 터무니없이 비싼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늘리거나 체크인의 운에 맡기느니 안락한 정도에 맞는 가격을 아예 매겨놓는 쪽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전세계 영화 스탭을 통틀어 가장 고생스러운 사람은 키다리들 위로 종일 장대를 치켜들고 있어야 하는 네덜란드의 붐 마이크 기사가 아닐까 등등의 하등 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영화는 소녀의 좁은 방에도 있다
-
최근 영화의 지역간 동반발전은 범세계적인 화두이다. 유럽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영화의 동반성장을 위한 다양한 기구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997년에 설립된 EFP(European Film Promotion)의 경우 32개 국가의 31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유럽영화의 세계시장 진출, 유럽의 제작자, 연기자 발굴 및 교육 등의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후원하는 유로피언커미 션미디어(European Commission MEDIA)는 유럽의 시청각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1991년부터 장기플랜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배급, 제작지원, 프로모션, 교육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MEDIA 2007(2007~2013)에는 총 7억5500만유로가 투입된다.
상대적으로 아시아는 이러한 공동사업이 거의 전무하다. 워낙 다양한 언어와 문화, 종교가 분포해 있고, 교류 자체도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 125다. 2005년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를 중
[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아시아 영화산업, 손에 손잡고
-
'로맨스 조'는 5년 동안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한 이광국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신인감독 특유의 재기 발랄한 상상력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독특한 서사 구조가 인상적인 영화로 오는 3월 8일 개봉한다.
[로맨스 조] 신동미"김태우 선배의 추천으로 출연"
-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4)은 미혼의 남자가 경성의 이곳저곳을 거닐다 친구를 만나 소설을 잘 쓰기로 다짐하며 새벽 2시에 귀가한다는,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얘기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갖는 문학사적 의의는 지대하여, 그 뒤로 적어도 두명 이상의 문인이 그의 모티브를 차용한 것으로 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 속의 인물 ‘구보씨’는 보들레르가 거의 현대성(modernity)의 상징으로 여겼던 만보객(flaneur)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파리와 경성의 만보객
이 작품이 만보객에 주목한 베냐민의 보들레르 연구나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거의 동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일본 문단에서 수입한 보들레르의 얘기를 동경에서 접한 조선의 한 유학생이 이를 식민지 조선의 현대화를 기술하는 프레임으로 재도입한 것이리라. 스위스의 작가 로버트 발저가 최초의 만보객 문학(<산책>)을 발표한 게 1917년임을 고려할 때, 식민지 조선의 문학이 차라
[진중권의 아이콘] 포스트 만보객을 근심함
-
<아티스트>가 무성영화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그 시절을 재현하는 영화라는 말은 부분적으로만 진실이다. 알려진 것처럼 이 영화는 완전한 무성영화가 아니며, 무성영화의 형식적 요소를 차용하여 영화사의 한순간을 해제(解題)하는 알레고리 텍스트로서 흥미를 자아낸다. <아티스트>는 한 무성영화 스타의 흥망의 자취를 따라 1920년대 말에서 1930년대에 이르는 영화사(史)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에 ‘액션’과 ‘사운드’라는 영화언어가 대립하고, 갈등하며,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을 묘사한다. 따라서 그것은 첨단을 달리는 21세기에 등장한 희귀한 무성영화도, 역사를 되살리는 재연드라마도 아니며, 영화에 소리가 없었던 시절로부터 소리가 영화와 융합하는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 대한 하나의 해석을 제공한다. 미셸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이 무성에서 유성으로의 이행기를 풀이하는 키워드는 ‘장르의 통합’이라는 관점이다.
영화사적 전환기에 대한 알레고리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전환기인 1
[정영객잔] 무성의 형식은 영원하리
-
노천수영과 산책, 침대에서 혼자 눈뜨는 아침. 작전이 실패하자 요원 스마일리는 은퇴했다. 영화는 이 진부하고 고독한 현실에서 시작한다. 영국 첩보국은 민활하기보다 부패와 반응지체 속에 침체되어 있다. 아마도 금세기 들어 가장 격조 있는 스타일을 보여주었을 오프닝에서 첩보국의 서류함이 서서히 올라가듯, 리프트가 참을 수 없이 느리게 내려가듯 그렇게. 영화는 존 르 카레의 1974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야기는 원작보다 10년 정도 뒤인 1970년대 중반의 런던을 배경으로 정보국 내 이중스파이를 색출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금속 피로’ 속에서 오래 지속된 냉전은 첩보전의 언저리에 모호한 모럴의 인플레를 만들어놓았다. 영화는 이 침전물을 헤집어낸다. 이 침전물들은 노련한 자의 회고록 문체처럼 낡은 질서와 늙은 유럽에 대한 향수 어린 수사적 은폐 속에 쌓여 있다.
긴장, 의심, 공포, 그들은 피로하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영국·프랑스 합작의 첩보영화로 &
[영화읽기] 모럴의 인플레를 헤집다
-
고현정_사람들이 내게 분노를 기대했지만 막상 나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는 타블로씨 말이 감동이네요. 감히 제 사연과 얽으려는 건 아니지만 저도 <무릎팍 도사> 나가서 과거 이야기를 할 때 모나게 굴지 않았던 건 그 모습이 좋아 보일 것 같아서가 아니라 진짜 제 상태가 그래서였거든요. 그런 성격의 DNA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요. 하지만 진정으로 관심 없는 사람들은 본인이 겪은 일이 아니니 알 길이 없는 거죠. 시련이라 불리는 어떤 경험도 어설프게 빗맞으면 망가질 수 있지만 제대로 정타로 잘 맞으면 그게 뭐든 인간 자체는 점프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웬만한 이야기는 다 들어줄 수 있고 심정도 잘 알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나쁠 게 없는 거죠.
타블로_공감해요. 힘든 일 겪고 음악이 좋아졌다는 ≪열꽃≫에 대한 세평 때문은 아니고요. 음악을 발표하기 전 완성하고 먼저 듣는데 저의 현재 상태를 여한없이 잘 담았다고 느낀 것만으로도 만족했어요. 좋은 평가는 보너스고요.
고현정의 '쪽' - “저의 자아 역시 일부는 대중의 것”
-
고현정_안녕하세요. (정중한 목례) 정말 뵙고 싶었어요.
타블로_(마주 정중한 목례) 저도 뵙고 싶었습니다.
고현정_전부터 타블로씨를 만나보라는 권유는 받았고 에픽하이 음반도 꼬박꼬박 들어왔지만 힙합이 제가 즐겨 듣는 장르는 아니다보니 이런 코너를 진행한다고 부러 만나는 인상을 줄까봐 망설였어요. 제가 타블로씨 음악에 좀더 감흥을 받고 방아쇠가 당겨질 때 만나야 좋지 않을까 했어요. 근데 우연히도 그 계기를 오늘 여기 온 조인성씨가 마련해줬어요. 어느 날 영화 얘기를 포함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어떻게 좋은 일만 있겠니, 나쁜 일도 있는 거지” 하고 있는데 인성이가 “누나, 그런데 요즘 제가 이 노래로 살아요” 하면서 들려준 음악이 ≪열꽃≫이었어요. 1번 트랙 <집>부터 흘러나오는데, 처음엔 대화에 집중하고 있던 제가 점점 (곁눈질 시늉) “야아, 이거 장난 아니다. 왜 이래 이 노래?” 하면서 급기야는 전곡을 초집중해서 두번인가 세번 연달아 들었어요. 그리고 인
고현정의 '쪽' - 눈물 없인 못 듣는 음악
-
“날 울렸어요.” 고현정은 좋은 음악 진심으로 고마웠다는 인사를 그렇게 했다. “죄송합니다.” 타블로는 귀기울여주어 감사하다는 답례를 그렇게 했다. 옆자리에서 못내 신나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는 훤칠한 청년은 배우 조인성이다. 참으로 그악스러웠던, 학벌을 겨냥한 시비를 치르고 이해할 만한 침묵의 시간 끝에 지난해 10월 발표된 타블로의 첫 솔로 앨범 ≪열꽃≫을 고현정에게 들려준 장본인이 조인성이었다. 왜 우리 모두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친구와 이슥하도록 수다를 떨다가 “참, 너 이 노래 한번 들어볼래?” 하며 이어폰을 건네, 요즘 하루에도 열번 넘게 돌려 듣는 음악을 전도해야 직성이 풀리는 날. 친구가 탄성을 지르며 공감을 표할 때의 조촐하지만 짜릿한 행복의 기운. 조인성은 그 유쾌한 흥분이 채 가시기 전에 고현정을 대신해, 언젠가 인사 나눈 인연이 있는 타블로에게 “우리 다같이 만날까요?” 조심스러운 초대를 타전했고 흔쾌한 승낙으로 세 사람의 회동은 성사됐다.
고현정의 '쪽' - 유통기한을 넘어 숨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