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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은 처음으로 내게 하늘을 나는 꿈을 꾸게 해준 영웅이지만, 그의 옷차림만은 늘 못마땅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이 세고 빠르며 거기에 잘생긴 얼굴과 부드럽고 신사다운 매력까지 겸비한 불사신인 그가 어째서 쫄쫄이까지 입어야 한단 말인가!- 그의 활동배경이 되는 1930년대에는 아직 스판덱스가 발명되지 않았으니 소재는 아마도 나일론이었을 것이다- 그건 일종의 모함으로까지 느껴졌다. 그를 창조한 작가가 그의 비범한 능력과 외모를 선망하면서도 질투한 나머지 그에게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입힌 것이 아닐까, 하는….
어쨌든 슈퍼맨이 딱 달라붙는 복장의 영웅 이미지를 워낙 강하게 정착해놓아서인지 배트맨을 처음 봤을 때 별다른 거부감이 일지 않았다(배트맨의 검정 쫄쫄이가 그다지 싫지 않았던 건 내 마음속에서 배트맨은 ‘나쁜 X’의 이미지가 강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 <스파이더맨>이 나왔을 때, 나는 드디어 쫄쫄이가 몇 십년 만에 제 주인을 만났다는 생각을 했
[fashion+] 쫄쫄이라고 너무 놀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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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영화를 볼 때마다 그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과 주인공의 얼굴에서 받는 느낌이 일치하는 경험을 종종 하곤 했다. <대부>에서 돈 콜레오네를 연기한 말론 브랜도의 깊게 음영진 눈그늘과 고집스레 툭 불거진 아랫볼이 미국사회의 급속한 변화 이면의 어두운 욕망과 피로, 그리고 적대적 사회와 맞대응하면서도 그 사회를 폭력적으로 닮아가는 자의 고집과 권태를 드러낸다면 <올드보이>에서 오대수를 연기한 최민식 선배의 마치 메두사를 연상케 하는 갈기머리와 도려내어질 듯 퀭한 눈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운명의 굴레에 갇혀 절뚝절뚝 비극의 심장으로 걸어가는 오이디푸스의 고독한 표정과 닮아 있다.
며칠 전 우연히 다시 꺼내 보게 된 이와이 슌지 감독의 <하나와 앨리스>의 아오이 유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여고생에게 바라는 모든 긍정적인 미소를 그 자그마한 얼굴에 모두 갖고 있는 아리스는 제발 그 미소를 머금은 채 그 나이 그대로 멈춰주길 바랄 정도로 아찔하게
[SO WHAT] 제발, 그대로 멈춰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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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도 세상의 아이들은 이불을 덮어주는 부모에게 이야기를 조를 것이다. 어제 들려주고 읽어준 동화와 똑같은 얘기라도 아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아니, 도리어 숙지하고 있는 클라이 맥스에 이르면 신이 나서 “그래서 악어가 해적을 삼켰어!”라고 나서서 마무리 짓고 뿌듯하게 잠을 청하기도 한다. 과하지 않은 변주도 환영 받는다. 부모가 다정히 베드타임 스토리를 읽어주는 광경을 뒷날 미국영화에서나 본 세대인 나는, 누워서 동화를 읽다 눈치껏 전등을 끄는 아 이였는데 어둠 속에선 책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리저리 뒤채며 중얼중얼 이야기를 지어 내다 잠이 들곤 했다. 나는 내 자작 엉터리 픽션이 좋았는데, 독창적이어서가 아니라 책에 나오 는 진짜 동화를 그럴싸하게 표절하면서도 등장 인물의 외모와 말투를 내 취향에 맞게 갈아치울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웠다. 아득히 잊었던 수십 년 전 잠버릇을 떠올린 건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이 절반쯤 흘러갔을 때였다. 앤드루 가필드가 분한 피터 파
[신 전영객잔] 네버엔딩 스토리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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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시점이 논란이다. 마약과 군 복무로 이어진 그의 행보 이후, 누군가는 주지훈의 ‘이른’ 복귀를 탓한다. 방송 출연, 광고도 어느 하나 쉽지 않다. 그러나 주지훈은 말한다. “제가 싫어서 죽을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쉬는 동안 제 작품을 보고 힘을 얻었다는 분들을 봤어요. 아,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했죠.”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주지훈의 입장이고 이 모든 것도 변명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의 입장은? 주지훈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고, 그가 가진 가능성의 영역은 독보적이다. 주지훈은 항상 50살 이후의 ‘좋은 배우 주지훈’을 이야기해왔고, 지금은 그의 긴 행보 중 한 시기다. 어려운 한 걸음이 될 수도 있지만, 배우 주지훈을 위해선 필요한 보폭이다. 장규성 감독의 코믹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개봉을 앞두고 주지훈을 만났다.
탁 까놓고 말하자. 2009년의 주지훈에 대해서. 수순으로 보자면 캐스팅 기사가 나와야 할 시
[주지훈] 주지훈, 주지훈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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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라는 이름을 단 지면이지만, 가끔은 행복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이를테면 나는 몇년 전 한 록페스티벌에서 처음 보고 팬이 된 국카스텐이 만인을 위한 ‘한잔의 술’로 재림한 순간의 기쁨과 알싸한 서운함에 대해 쓰고 싶다. 음악을 향한 무한 자긍심, 자유로움, ‘실력이 곧 아름다움’인 예술을 증거하며 그들이 보여주는 적당한 똘기와 건강한 광기의 즐거움에 대해 쓰고 싶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기쁨은 병아리 눈물만큼 조금씩만 생기고 아픔은 눈 들어 바라보는 곳곳에 널려 있다. 사방이 디스토피아다. 숨 막힌다. 아픈 데가 너무 많아서 아픔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사태가 너무도 자주 도래한다. 무감각이야말로 호환마마보다 무섭다. 무감각은 무기력과 냉소를 동반해 삶을 무가치하게 만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굳어가는 감각을 어떻게 깨울까. 아픈 데를 찬찬히 살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순리겠다. 지금 당신에겐 어디가 가장 아픈가(아픈 데 없이 다 지낼 만하다면 사실 그건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강정으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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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앨범
1997 어어부프로젝트 1집 ≪손익분기점≫
1998 어어부프로젝트 2집 ≪개, 럭키스타≫
2000 어어부프로젝트 3집 ≪21C New Hair≫
2002 어어부프로젝트 3집 <복수는 나의 것> O.S.T.
2008 백현진 ≪Time of Reflection≫
2011 백현진 ≪찰라의 기초≫
영화
2001 <꽃섬> 출연
2002 <뽀삐> 출연
2009 <디엔드> 연출
2011 <영원한 농담> 연출
2012 <설마 그럴리가 없어> 출연
2012 <모피를 입은 비너스> 출연
백현진의 예술활동 범위는 전방위다. 뛰어난 음악인이자 미술가인 백현진은 영화연출도 했다. 이미 단편영화 두편을 만들었다. 요즘에는 연출뿐 아니라 배우로서 영화출연도 잦아졌다. 간간이 우정출연하는가 싶더니 최근 개봉한 장편영화 <모피를 입은 비너스>에서는 놀랍게도 주연이다. 창작에의 영감을 얻기 위해 애쓰다
[백현진] 노래 부르고 붓질하는 게 나에겐 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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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대는 돌고 도는 걸까. 몇년 전만 해도 음악의 시대는 끝난 건가 싶었는데, 최근 고가 헤드폰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걸 보면 그만큼 좋은 음악, 혹은 좋은 음질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증거일 거다. 젠하이저의 HD 700은 이어컵의 디자인이 약간 기울어져 있다. 단순히 예쁘라고 만든 제품이 아니라 소리가 귀 안으로 직접 전달될 수 있게 제작된 디자인이다. 최고급 기종인 HD 800과 마찬가지로 스틸 소재의 정밀하고 얇은 막 위에 트랜스듀서를 장착해 미세진동으로 인한 음의 왜곡을 막아주는데 덕분에 음 왜곡도는 0.03% 이하라고. 착용감을 위해 마이크로 파이버 패브릭을 사용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좋은 제품인 만큼 값도 꽤 비싸다. 149만원. 대신 2년간의 국제보증기간이 제공된다.
[gadget] 음 왜곡도 0.03%, 믿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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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크기 205x178x47mm(WxHxD), 무게 240g(컨트롤러 165g)
특징
1. 320인치 대화면이 눈앞으로. 게다가 선글라스처럼 주위를 둘러볼 수도 있다.
2.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듯한 직관적인 컨트롤러.
3. 와이파이 기능 추가로 스트리밍 영상도 감상 가능.
지금은 가치가 많이 희석됐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63빌딩의 아이맥스 영화관은 비수도권 지역 아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저기서 <우뢰매> 같은 영화를 보면 끝내줄 태세였다. 그렇게 아버지를 조르고 졸라 찾았던 아이맥스 영화관은 예상대로 신세계였다. 압도적인 공간에서 수많은 동물이 날고 기는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안방에 놓여 있던 21인치 TV의 크기에 익숙해져 있던 소년에게는 그랬다.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디스플레이 시장의 새로운 화두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다. 이 단어가 낯선 이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안경 형태로 된 디스플레이를 쓰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
[gadget] 영화 같은 일상의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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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해 조직적으로 매매하는 기업형 범죄 집단의 실체를 담은 범죄 스릴러 영화 '공모자들'은 오는 8월 30일 개봉 예정이다.
[오달수] 온종일 베드신 촬영,"이걸 해도 되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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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 충녕이 노비 덕칠과 신분이 뒤바뀌면서 성군 세종대왕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오는 8월 9일 개봉.
[영상인터뷰] ‘나는 왕이로소이다’ 주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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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통 체증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토바이가 몹시 시끄럽다고. 우리는 물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에 비해 턱없이 올랐다고. 우리는 젊은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일에 대한 열정이 결핍되었다고.”
<구르브 연락 없다>는 풍자소설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에 동료 구르브를 찾기 위해 방문한 외계인이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원하는 모습으로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외계인 주인공은 저명한 철학자나 소설가의 외양을 하고 동료를 찾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돌아다니지만, 구르브에게서는 좀처럼 연락이 없고 그는 본의 아니게 지구인,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 사람들에 대한 충실한 기록자가 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0권째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근엄하게 복잡한 단어를 구사하며 ‘이 농담에 웃을 수 있다면 자네의 지성을 인정하겠네’ 식의 고상한 유머감각을 구사하는 건 아닐까 선입견을 가질지도 모르겠으나… 뭐, 그게 맞다고 할 수는 없는데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식이랄까.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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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의 빈자리는 종종 유령이 대신한다. 유령은 연인의 얼굴과 목소리와 행동을 닮았고 심지어 추억까지 공유하고 있어서 부재의 공간을 채우기에 완벽하다. 그러나 유령은 당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도 웃지도 울지도 화내지도 않는다. 반응없는 대상을 바라보며 우리는 부재가 쉽사리 채워지지 않을 것을 실감하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은 이런 유령과 함께 사는 여자 사강과 남자 지훈의 이야기다. 사강은 유부남 조종사와의 사랑에서 오는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그와 이별했고 지훈은 10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에게 문자와 이메일 등으로 이별을 통보당한 남자다. 실연의 상실감에 그들은 SNS에 뜬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을 클릭해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이곳에 모인 실연 남녀는 모두 21명, 그들은 상실감과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함께 식사를 나눈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는 겉으로는 모임
[도서]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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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8월11일까지
장소: 홍대입구역(경의선) 7번 출구 지하
문의: http://www.nemaf.net
당신의 머리 위에, 그들의 발아래. 문장 뒤에 물음표를 찍을까 느낌표를 찍어 읽어볼까. 그냥 스쳐가기는 힘든 전시 제목이다. 올해로 열두 번째를 맞아 열리는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의 전시 초청전은 큐레이터 그룹 워크온워크(장혜진, 박재용)가 기획해 우리를 지하철 홍대입구역 7번 출구로 부른다. 왜 하필 7번 출구일까. 이곳은 2011년 두리반 칼국수 건물이 자리잡았던 영역의 지하(땅 아래)다. 지하의 빈 공간을 점유하는 전시는 다양한 태도로 도시를 다루는 시각예술 작업으로 올해 페스티벌의 이슈인 ‘XY 글로컬 미디어’ 를 새롭게 구성해낸다. 누군가의 머리 위에서, 그들의 발아래에서 매일 터져나오는 도시의 사건들은 이렇게 땅 아래에서 전시를 하지 않으면 잊혀지고 말 것이다.
전시에는 국내외 9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작가들이 보여주는 ‘도시’는 뉴욕, 파리, 도쿄,
[전시] 그 도시에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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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9월2일까지
장소: 한미사진미술관 20층
문의: http://www.photomuseum.or.kr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한미사진미술관은 한미타워 건물 19층과 20층에 있다. 전시장이 꼭 지상 1층이나 2층에 있으리란 법은 없지만 건물 꼭대기에 있는 여기는 전시장이 곧 마천루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창문으로 보이는 외부 풍경은 그야말로 도시의 증명사진이다. 사각형 구도 안에 들어온 도시는 안개가 끼면 안개가 낀 채로, 장마가 오면 장마가 오는 채로 온통 고층빌딩의 격자무늬로 가득하다. 수직으로 쭉 뻗은 건물에서의 갑자기 탁 트인 바깥 풍경. 지금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전경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와 있다. 사진가 최중원이 찾아다니며 찍은 초창기 아파트의 사진들이다. 미술관의 창문으로 보이는 초고층 건물과 아파트가 흠집없는 매끄러움을 자랑한다면, 최중원이 찍은 오랜 아파트들은 격자무늬 사이사이로 튕겨나온 삶의 이력이 건물의 낡은 이력을 고
[전시] 그때 그 시절의 욕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