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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을 공개하는 게 비열한 짓인 줄 안다. 그러나 아줌마는, 지한테 유리할 때 비열해질 줄 또한 안다.
뭐냐면, 자기철학이 매우 뚜렷한 어떤 잡지의 총수가, <춘향뎐>에 대해 아줌마가 떠드는 것을 보름씩이나 막아왔다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다른 사람이 같은 주제로 쓰기로 했대나 어쨌대나 하면서, 속으로는 이 아줌마가 성스러운 임권택 감독에 대해서 무슨 불경죄를 저지를까, 호시탐탐 견제의 칼날을 늦추지 않았던 거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잡지가 <춘향뎐>에 대한 냉철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문장 죽이게 아름다운 각종 평문을 수백만건이나 게재하고 난 뒤, <춘향뎐>이 개봉관에서 거의 떨어지는 바람에 아줌마의 요도난담이 대세에 지장을 못 끼치게 된 뒤, 총수님은 안도한 나머지, 사석에서 이런 요지의 실언을 했다. “우린 절대로 검열 따위는 하지 않아. 그러나 임권택 감독님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한 검열기준이 있지.” 발성하지는 않았지만, 음흉한 흐흐흐소리를
[아줌마, 극장가다] 미성년 권하는 사회라니까, <춘향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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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그들 나름대로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있고, 우리 관객 역시 그들의 영화를 보는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틀에 고정돼어 있고 종종은 틀만으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인디아나 존스>를 보자. 이 영화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오리엔탈리즘과 키플링식 제국주의가 결합된 작품으로 이 영화를 비평하기 위해 그렇게 머리를 쓸 필요는 없다. 눈에 빤히 보이니까. 할리우드 사람들은 그들 습관대로 영화를 만든 셈이고, 우리는 우리 습관대로 받아친 셈이다. 중학생도 짤 수 있는 간단한 알고리듬(연산법) 안에 영화를 넣기만 하면 이와 비슷한 비평들은 동전처럼 좌르르 쏟아진다. <인디아나 존스>는 단순한 영화이기 때문에 이런 습관이 쉽게 먹힌다. 습관대로 받아쳤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 습관은 비교적 정확하게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를 읽어낸다. 하지만 아무리 할리우드라고 해도 그것보다 복잡한 영화들은 있을 것이다.
영웅적 미국인,
내속엔 내가 너무도 뻔해. 당신이 쉴곳 없네, <쓰리킹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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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과 정준호가 <싸이렌>에 캐스팅됐다. <싸이렌>은 한입에 세상을 삼킬 듯한 거대한 불길과 작고 나약한 인간 사이의 스펙터클한 대결 구도를 그린다는 점에서 <분노의 역류>와 닮아 있다. 최근 <비천무> 촬영을 마친 신현준은 이 영화에서 책임감을 앞세우는 준우 역을 맡았고, 준우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현 역에는 정준호가 캐스팅됐다. <터미네이터2> 등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바 있는 폴 스테이플을 영입하고, 화염과 연기에 대비해 환기시설을 갖춘 특수 에어돔을 양수리 세트장에 설치한다는 소식. 제작비는 24억원 규모로, 3월 초 크랭크인 할 예정이다.
신현준·정준호, <싸이렌>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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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가 <공동경비구역JSA>에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송강호, 신하균, 이병헌은 미리 포진한 상황. 김태우는 내성적이어서 남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하지만, 가슴에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남한 병사 남성식 역을 맡기로 했다. 북한쪽 병사와 우정을 나누는 남성식은 결국 공동경비구역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총격 살인 사건 이후, 내적인 갈등과 혼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비운의 인물. 이번 작품은 김태우에게 <접속>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에 이은 세 번째 영화다.
김태우, <공동경비구역JSA>에 마지막으로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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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한 지 4년, 지난 95년 결혼했지만 한해도 채우지 못하고 다음해 1월 별거한 니콜라스 케이지와 페트리샤 아퀘트. 최근의 법정 자료에 따르면, 니콜라스 케이지는 지금까지 이혼을 위한 자료를 제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사유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판이한 두 사람의 성격 때문이라나. 현재 니콜라스 케이지는 재산 분할을 법원에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 와중에도 이들은 지난해 마틴 스콜세지의 <비상근무>에서 피어스와 메리로 나란히 케스팅돼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니콜라스 케이지, 법원에 위혼 자료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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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벰파이어>에서 고등학생이던 버피(사라 미셸 겔러)가 교수로 초빙(?)됐다면 믿겠는가. 그것도 하버드대학 철학과 교수로 말이다. 사실인즉, <미녀와 벰파이어> 시리즈를 중단한 사라 미셸 겔러가 <하버드 맨>이라는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라 미셸 겔러는 이 작품에서 마약에 중독된 대학 야구선수와 사랑에 빠진다. 5년 전에 이 영화를 기획한 제작진은 애초 야구선수 역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낙점했으나, <타이타닉> 팀이 선수를 쳐 그 계획이 좌절됐다고. 그 자리에 누가 올지는 아직 미정.
사라 미셸 겔러, 영화 <하버드 맨>의 교수역으로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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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나 보다. 한참 잘 나가는 젊은 배우들이 스파이더맨의 옷을 입어보겠다고 아우성인 걸 보면 그렇다. <엔터테인먼트>가 수집한 소문에 따르면, 현재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물망에 오르고 있는 배우는 셀 수 없이 많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 크리스 오도넬, 브루스 캠벨 등이 여기에 끼여 있다. 특히 주드 로가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는데, 그의 대변인에 따르면 “이미 얘기가 오갔다. 주드는 어렸을 때부터 <스파이더맨>의 광적인 팬이었다”라고. <스파이더맨>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마블코믹스의 만화가 원작. 컬럼비아영화사가 10년을 기다려온 야심작으로, 샘 레이미가 감독하고, <쥬라기 공원>의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코엡이 각색한다. 컬롬비아영화사 대표 에이미 파스칼은 “샘 레이미는 <스파이더맨>을 연출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라고 기대를 피력한다. 데이비드 코엡은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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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듣는 것처럼, 음악도 때로 듣고 보는 유희가 될 수 있다. 귀를 타고 흘러들어 청각으로 인지되지만, 그 중 어떤 음악들은 음표와 언어로 나름의 그림을 그려 보인다. 어어부프로젝트의 음악도 그렇다. 흘러간 서커스나 유랑극단에서 흘러나올 법한 폴카에 걸쭉한 음색으로 삶의 축소판 같은 링의 세계를 담은 <사각의 진혼곡>은 영화 <반칙왕>과 닮은 그림을 들려준다. “저기 왼쪽 구석에 주전자 바라보며 일그러진 자신을 본다… 링 위에 꽉 차인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가 없는 저 바다/ 오버 액션 구경꾼, 오버 액션 레슬러” 하며 쿵짝쿵짝 흐르는 동안 어딘가 주눅들고 뒤처진, 그러면서 있는 힘 다해 싸우고 지쳐 나가떨어지길 반복하는 레슬러와 제 사는 모습이 겹쳐 떠오르는 것이다. 익살맞고 서글픈 가사와 복고풍 폴카는, 경쟁사회의 부적응자 같은 소시민이 추억의 스포츠 레슬링을 통해 비루한 일상의 해방구를 찾는 <반칙왕>의 웃기고 서글픈 코미디에 기막히게
코미디를 울리는 음악, <반칙왕> 영화음악 어어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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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에게 아름다움은 덫이 되기 쉽다. 배우를 지망하는 소녀에게 아름답다는 것보다 더 유용한 무기는 없겠지만, 그 쉬운 시작에 기대는 순간, 배우가 스크린 속에서 생명 없는 정물로 머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밀라 요보비치(24) 역시 그런 함정에 빠져 있었다. 녹색의 돌덩이처럼 차가우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도록 투명한 눈동자, 동유럽의 혈통을 내비치는 강한 윤곽의 얼굴선 덕에 그녀는 “10대에 이미 백만장자가 된” 톱모델이었다. 고작 11살의 나이에 패션잡지 <마드모아젤>의 표지를 장식하며 데뷔한 이후, 모델로서 요보비치의 경력은 흔들림이 없었다. 표정없는 얼굴만으로도 이면에 도사린 어두운 관능의 그늘로 끌어들이는 요보비치는 한번도 깜찍한 요정이었던 적이 없기에 성인으로의 힘든 도약을 거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배우가 되고 싶어했던 그녀에게 나이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은 오히려 장애였다
셔릴린 펜의 여동생 중 한명이었고 <투 문 정션>으로 연기를 시작
청춘의 덫을 빠져나온 전사, <제5원소>의 밀라 요보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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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겅중거리는 다리와 샛노란 머리가 스튜디오 문을 씩씩하게 열어젖힌다. 껌을 씹으면서 쉴새없이 말을 건네고, 중간중간 섞어대는 “우헤헤헤”하는 웃음이 여간 상쾌하지 않다. 간이세트 위에 털썩 앉자마자 시작한 촬영 내내 배두나는 그냥 그대로 껍죽대지만 돌돌한 명랑만화 주인공이다. 그러다가 연두색 원피스로 갈아입고선 입을 조금씩 우물거리며 물끄러미 카메라를 응시하기도 하고 금세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을 만들어선 타고 오르기도 한다. 이번에는 빈 연습실에서 혼자 남아 연습하는 팬터마임 배우가 된다. 모델로 시작한 배두나는 카메라가 무섭지 않다. 오히려 그 앞에서 자유롭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씩씩하게 꽁지머리를 묶고 실종된 개를 찾아다니는 관리사무소 직원 현남. 평상시엔 축 늘어져 있다가도 한 군데 빠져들면 누가 끌어내도 뿌리치고서 몰두하는 점이 자신과 똑같다. “언젠가 저 아니면 못해낼 것 같은 역을 꼭 하고 싶다 말한 적 있죠. 그런데 현남이 너무 빨리 찾
달려라 두나! <플란다스의 개>의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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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슈미트><사이드웨이>등 재기 넘치는 영화들을 직접 쓰고 연출한 알렉산더 페인이 동성애자 커플의 결혼에 관한 코미디를 집필한다. 영화의 제목은 <I Now Pronounce You Chuck and Larry>. 결혼식에서 보통 말하는 성혼 선언 “이제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I now pronounce you husband and wife)를 약간 변형시킨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알렉산더 페인은 오랜 동료인 짐 테일러와 시나리오를 쓰며 연출은 하지 않는다.
<샹하이 나이츠><웨딩 크래셔>의 감독 데이비드 돕킨이 메가폰을 잡는다. 돕킨은 <엠파이어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필라델피아의 두 소방관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게이 커플로 위장을 한다. 그런데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서 계속 커플 행세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투씨>와 비슷한 영화”라고 설명하면서 “잘만 만들면 괜찮은 영화가
알렉산더 페인, 게이 결혼코미디 각본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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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많은 여자는 정말 싫어.”
치킨 집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우연히 옆 테이블 남자의 말을 듣게 됐다. 나는 생각 많은 여자던가? 그 말을 듣는 내 기분이 영 떨떠름했으니 말이다.
“걱정 마슈. 생각 많은 여자도 당신 싫어할 테니.”
속으로 이렇게 쏘아 붙이며 우적우적 치킨 다리를 뜯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다. ‘그러는 댁은 생각 많은 남자가 좋수?’ 그가 내게 물었다면, 나 역시 아니라고 대답했을 테니. 생각 많은 남자란, 그저 나 좋다고 헤헤거릴, 그런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연애하기 힘든 상대이니 좋아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허나 문제는 머리로는 싫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은 전혀 다르게 움직이곤 한다는 것. 생각 많은 여자의 마음은 ‘단순한 상황’에 끌리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생각 많은 여자의 딜레마!
또 다른 이야기 하나. 연예인을 해도 될 만큼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끼로 똘똘 뭉쳤다는 표현은
[드라마 칼럼]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온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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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끝났다. 드디어 오늘(7월 7일) <우주전쟁>이 개봉한다. 지난주 수요일 전세계 78개국에서 동시에 선보인지 꼭 일주일만에 한국개봉이다. 벌써 미국과 영국, 일본에서는 한바탕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고 전세계 개봉수입도 2억달러가 넘었다. 국내 반응도 심상치 않다. 주요 예매 사이트의 예매율은 83%를 웃돌고 있다.(7월 7일 오전 11시 반 현재) 대부분의 온라인 예매가 <우주전쟁> 한편에 쏠린 어제는 예매율이 90%까지 치솟았다. 올해 개봉작중 역대 최고 예매율임은 물론이다. 극장가 사정도 나쁘지 않다. 일본에서는 이번주에 <스타워즈3>와 맞붙어 부담이겠지만 국내에선 이렇다할 경쟁작이 없다. 스미스 부부의 쌈박질도 3주면 볼만큼 봤고 <배트맨 비긴즈>와 <씬 시티>는 초반부터 기세가 약했다. 애꿏은 된서리는 <분홍신>이 맞을 확률이 크다. 개봉 첫주 나름대로 선전했던 이 영화는 2주차에 낙폭이 클 것
[주말극장가] 게임오버, <우주전쟁> 극장가 공략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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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리본을 주워온 데서 시작됐다. 제작사인 청년필름 김광수 대표가 어느 날 “뜻하지 않은 곳에서 기회를 만나 모든 일이 가능해질 것입니다”라고 적힌 리본을 보고 기분이 좋아져 주워왔더니 영화사 직원들은 꺼림칙해했다. ‘아! 정체 모를 물건을 줍는 걸 사람들은 두려워하는구나. 특히 여자들이.’ 여기서 <분홍신> 기획이 시작됐고, 1년이 지나자 시나리오 3고가 나왔다. <와니와 준하>로 데뷔한 김용균 감독이 합류한 건 이때다. 호러와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어 보이던 그를 제작자 역시 공포장치를 잘 쓰며 공포풍으로 찍어낼 수 있을까 불안해했다. 개봉을 일주일 앞둔 6월25일 기술시사가 끝나자마자 주연배우 김혜수가 감독을 포옹하면서 재밌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아침 8시였다. 배우가 기술시사에 오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김혜수는 이른 시간에 ‘꽃단장’하고 영화를 지켜봤다).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아는 김혜수는 좋은 건 좋다고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 등에서
호러영화 <분홍신>의 김용균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