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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은 시작부터 어깨가 무겁다. ‘금순이’, ‘삼순이’로 드라마 왕국의 면모가 다시 한번 발휘되고 있으니 이 참에 ‘굳히기’ 들어가주었으면 하는 방송사의 바람을 잔뜩 안고 있다. ‘일일’에 ‘수·목’까지 꿰찼으니 ‘월·화’도 접수하면 좋지 않겠냐는 기대. <환생-넥스트>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탓에 더욱 증폭된 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아주 죽겠어요.” 연출을 맡은 이태곤 PD는 은근한 기대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시청률을 떠나 제대로 된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데….” 이렇게 되면 시청률을 간과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토로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패션 70’s>의 이재규 PD는 가장 아끼는 후배이고, <그녀가 돌아왔다>는 <12월의 열대야>에서 함께했던 남진이가 출연하잖아요!” 그러니, 그들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모두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게 이태곤 PD
러브스토리 인 로펌, <변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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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를 비롯한 수많은 과학수사 드라마의 물결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 시청자에게 또 하나의 독특한 드라마 시리즈가 찾아온다. 오는 7월4일부터 XTM에서 방송하는 <메디컬 인베스티게이션>(Medical Investigation)은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NBC>를 통해 방영됐던 드라마. 파라마운트사와 NBC 유니버설이 공동 제작한 이 시리즈는 금요일 밤 10시 프라임타임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많은 호응을 얻은 인기작이다.
20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 <메디컬 인베스티게이션>은 미국 국립의료원인 NIH(National Institute of Health) 소속 기동의학팀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이들의 임무는 규명하기 힘든 미지의 질병이나 극도로 치명적인 질병이 발생해 한꺼번에 비슷한 증세의 환자들이 늘어났을 때,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 의사, 독극물 전문가, 전염병학 전문가, 언론담당 공
[TV 드라마관] 국립의료원 버전의 , <메디컬 인베스티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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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류 열풍을 실감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주에 미국 출장을 갔다가 LA 시내 한 호텔에 묵었는데, TV를 켜니 중국어로 더빙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었다. 더빙은 베이징어, 자막은 광둥어.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도 한국 드라마를 꽤 좋아하는가보다’ 싶어 공연히 뿌듯했는데, 가만 보니 뭔가 이상했다.
오로지 ‘대사’밖에 없었다. 상상해보시라! 배경음악도 효과음도 없이, 중국인 성우의 목소리와 입을 벙긋거리는 한국 배우들의 모습만으로 구성된 드라마. 뭔가 빠진 듯한 수준을 넘어, 계속 보기 힘들 정도로 지루했다. 얼마 뒤 두 주인공이 손을 잡고 달려가는 장면이 나오자, 음악이 한곡 흘렀다. 영화 <마네킨>의 주제가로 유명한 <Nothing’s Gonna Stop Us Now>였다. 드라마 주제가는 대체 어디로 실종된 것일까?
그 채널은 한국 드라마 전문채널이 아니었지만, <순수의 시대>(SBS), <다모>(MBC), <
효과음 없는 조악한 드라마 수출 관행,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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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7월9일(토) 밤 11시40분
고다르 감독의 <비브르 사 비>(1962)는 보석 같은 작품으로 남아 있다. 한 여성이 서서히 전락하고 거리의 여성으로 살게 되며 마지막에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내용이다. <비브르 사 비>는 당시 고다르 감독의 실제 부인이었으며 주연배우였던 안나 카리나에게 바쳐진 한편의 연서와도 같은 영화다. 그만큼 여배우의 모습을 기이한 신비로움이 깃든 자태로 그려낸 영화는, 흔치 않다. <자유를 향해>는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한 소녀가 우연하게 극장에서 흑백영화 <비브르 사 비>를 보고 자신만의 영화로 대하면서 겪는 위트있는 에피소드를 담은 것이다.
1960년대 캐나다, 안나의 가족은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다. 아버지는 체스로 허송세월하는 가장이고, 어머니는 매사에 지쳐 있는 가운데 툭하면 자살을 기도한다. 어머니는 자칭 시인인 아버지의 시를 타이프하느라 정신없다. 전당포 주인이 안
누벨바그를 향한 여성적 독해, <자유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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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7월10일(일) 밤11시45분
검은 가죽점퍼를 입은 주인공(신성일)이 서부영화의 건맨처럼 동네 어귀를 바람처럼 표표히 걸어오며 등장하는 타이틀 장면. 곧바로 이어지는 첫 장면에서 쑥대밭처럼 엉망진창이 된 가게를 정리하고 있는 노인에게 못 쓰게 된 물건값을 계산하라고 한다. 2주 안에 그 돈을 갚아주겠다며 자기 이름으로 달아놓으라고 한다. 금방 우리의 주인공이 의리의 사나이임을 눈치챌 수 있다. 고아로 자란 주인공 기우는 넝마주이들과 함께 사는 그들의 큰형님이지만, 나쁜 짓 하지 않고 사는 걸 그들의 신조로 삼을 만큼 의협심이 강하다. 그런데 어느 날, 기우를 키워준 베드로고아원의 원장 할머니는 죽으면서 기우의 생모가 부자인 만국(최남현)의 백합산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기우는 생모가 만국에게 평생 굴복하고 살았던 사실을 알고 복수를 생각한다. 만국의 집을 수시로 찾아가 소란을 피우거나 그의 딸(문희)을 계속 따라다닌다. 그런 사실을 알고 말리기도
[한국영화걸작선] 정창화와 신성일의 만남, <허무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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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 영화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영화 속 흡연장면 폐지와 관련하여 라마도스 인도 보건부 장관이 “담배사업자들은 영화 속 흡연연기에 대해서 해당 배우들에게 모델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인도의 유명 배우 아닐 카푸르도 “현재까지 수십편의 발리우드영화에서 흡연장면을 연기했지만 막상 내가 연기하며 피웠던 담배의 제조사들이 광고비를 지불한 적은 없다”며 라마도스 장관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라마도스 장관의 이번 주장은 70년대 미국 연방의회에서 있었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미국 연방의회는 담배사업자들이 흡연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모델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마도스 장관은 담배사업자들과 영화산업의 오랜 결탁에 대해서 언급하며 연간 제작되는 800∼900편의 인도영화 중 76%가 흡연장면을 담고 있다는 통계수치를 강조했다. 또한 어린이의 52%가 영화를 통해 흡연에 대해 인지하게 되며 영화 속에서의 흡연장면이 일반 담배광
[델리] 영화 속 흡연장면 금지조치내린 인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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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영화에는 폭력, TV에는 섹스뿐. 그 옛적 우리가 의지하던 전통적인 가치관은 이제 어디로? 패밀리 가이(가정적인 남자)가 있어 천만다행이야! 우리에게 웃음과 울음을 선사하는, 그는 패밀리 가이!” 이것은 장난감 공장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바보 같은 가장 피터 그리핀, 부잣집 딸이지만 특이한 취향 덕에 피터와 결혼한 로이스, 아빠를 닮은 아들 크리스와 엄마를 닮은 딸 매그,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아기 스튜이와 애견 브라이언으로 구성된 애니메이션 시트콤 <패밀리 가이>의 주제가다. 이 정도면 주제가에서 주장하듯 미국 가족 시트콤의 전통적인 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피터가 눈치 없는 지독한 성차별주의자라면? 엄마는 한때 헤픈 날라리였다면? 아기 스튜이는 세계 정복과 엄마 암살 계획을 짜고 있고, 영국식 영어를 하는 천재 소년이라면? 브라이언은 할리우드 작가 지망생이자 지적인 알코올 중독견이라면? 이것이 가정을 배경으로 한 기존의 시트콤을 모두 비웃으며,
[LA] 블랙코미디 애니메이션 가족 시트콤 <패밀리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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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경고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 부분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가급적 영화를 보신 분들만 읽으시길 바랍니다.
DVD 시대를 맞이하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는 영화 제작사와 감독이 본 영화와는 다른 결말들을 여럿 준비해 팬서비스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멀티 엔딩은 때로 DVD에서만이 아니라 극장에서도 종종 상영되곤 하는데, 지난해 개봉된 <나비효과>에 이어 올해 개봉된 <숨바꼭질>은 두 가지 서로 다른 결말을 동시에 공개해 극장을 찾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사실 <숨바꼭질>의 결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가지 모두 정신이상자 아빠 때문에 미쳐버린 딸 다코타 패닝의 암울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상영된 오리지널 엔딩은 팜케 얀센이 분한 여의사 캐서린이 다코타 패닝을 맡아 기르는 해피엔딩식의 결말이지만 다코타가 그린 그림을 통해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면서 마무리된다. 캐서린과 함께 서있는 자신을 마치 두 얼굴을
<숨바꼭질> 5가지 결말,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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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스 스미스’ 안젤리나 졸리가 에티오피아 여자아이를 입양한다고 <AP통신>이 7월6일 전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졸리는 아들 매독스, 브래드 피트와 함께 지난주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입양신청서를 제출했다. 3살난 매독스 역시 캄보디아 출신 입양아다. 에티오피아의 입양기관은 “이미 서류심사절차가 마무리됐고 졸리의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피플>잡지가 웹사이트 올린 기사에 따르면, 이 여자아이 이름은 자하라 말리 졸리(Zahara Marley Jolie)로 지어질 예정이며 졸리와 매독스 모두 새 식구가 생긴 것을 기뻐하고 있다고.
최근 졸리는 <피플>의 독점사진 공개로 인해 또 한번 관심의 표적이 됐다. 졸리와 피트, 매독스가 함께 영국의 저택에서 가족적인 휴가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파파라치가 촬영해 잡지사에 팔아넘긴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임신설까지 나돌았으나 졸리가 공식석상에서 부인함으로써 임신설은 일단 진화됐다. 그러
안젤리나 졸리, 이번엔 에티오피아 여아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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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인간아, 이 인간아
시트콤이란 무엇인가? 이는 일반적으로 30분가량으로, 일관된 등장인물과 배경에, 매회 다른 시추에이션(상황)으로 엮어가는 연속물 코미디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순풍 산부인과>는 시트콤인가? 고정적인 인물만 해도 14명, 10명 가까이되는 '객원' 캐릭터들. 어떤 시트콤보다 많은 출연자들이 등장함에도 누구도 서로 닮아 있진 않은 <순풍…>의 캐릭터들. 아무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영규의 휑한 가운데 가르마를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이유, 홈 시트콤의 평범함과 공식적인 성질을 희생하여 ‘인물 사실주의’ 감각에 호소하는 태도, 이것이 <순풍…>을 단순한 시트콤(Situation comedy)이라기보다 건국 이래 가장 훌륭한 캐릭터 코미디(Character comedy)로 부르고 싶은 이유다.
지명
순풍 산부인과 원장. 다혈질로 조그만 일에 잘 흥분하고 평소에는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용녀 사랑해’가 쓰인
500회 맞는 순풍 산부인과 [4] - 캐릭터 14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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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창작은 없다"
‘순풍에 돛단 듯’, 이 땅에 순풍산부인과가 개업하기 이전에 생겨난 이 말이 마치 순풍산부인과를 위해 만들어진 말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햇수로 4년이 되는 긴 시간 동안 안전항해를 책임진 선장을 만나보았다.
-500회다. 쉽지 않은 향해였을 텐데.
=한번도 어렵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항상 아이템이 부족했고 항상 매너리즘에 빠질까 두려웠다.
-제작 초기로 거슬러올라가보자. 특별히 벤치마킹했던 시트콤이 있었나.
=작가들도 나도 외국 시트콤을 많이 보긴 했다. <홈 임프루브먼트>(Home Improvement)나 <매드 어바웃 유>(Mad about you) <세인펠트>(Seinfeld)의 상황 정도는 그저 ‘참고’했다고 할까? 하지만 대사나 상황을 그대로 베낄 수는 없었다. 알지 않나, 베끼면 그 날로 통신에 난리가 난다.
-지난해 가을, 김찬우가 빠지고 이창훈이 들어왔다. 물론 지금은 그 역할을
500회 맞는 순풍 산부인과 [3] - 김병욱 PD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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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파격, 듣는 파격, 파격 산부인과
기복은 있지만 <순풍…>의 대사는 한회 평균 두세번씩 보는 이를 기막히게 한다. 그러나 그 감각은 면도날 같은 수사를 휙휙 날리며 말의 덫을 놓는 미국 시트콤 대사와는 사뭇 다르다. <순풍…> 대사의 단물은 한국말 특유의 억양과 리듬, 캐릭터의 성품에서 솟아난다. “니뿡!” 같은 유아어나 “이거 병원 문 닫아야 돼! 다 필요없어!”, “영규야, 너 양복 한벌 있는 게 좋겠냐, 없는 게 좋겠냐?”(지명) 같은 대사는 누가 어떻게 말하느냐를 떼어놓고는 진수를 알 수 없다. 대졸 이상 학력자들이 자주 쓰는, 그럴 듯하지만 알맹이는 별로 없는 단어들- ‘은폐’, ‘지양’ 등등- 도 순풍식 유머의 주재료. 천의 얼굴을 가진 단골 조연 윤기원의 기관총 대사는 이 부류의 하이라이트다. <순풍…>은 신참 시청자들은 놓치기 쉽상인 끼리끼리 통하는 조크와 “형, 우리 스타(크래프트)나 한번 할까?” 같은 생략법을 과감히 도
500회 맞는 순풍 산부인과 [2] - 시트콤 연출가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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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 아니다, 인간이 들어 있는 게다
영화가 생활공간에서 잠시 벗어나 들이쉬는 심호흡이라면, 텔레비전의 맥박은 일상과 같은 박자로 고동친다. 시간을 가둬두고 몇몇 주역의 운명을 뚫어지게 주시하는 영화와 달리 TV는 매일 다양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흐르듯 비춘다. 드라마와 시트콤은 그래서 대중과 격의없는 ‘친구’가 되기 유리한 처지에 있는 반면 홀대당하거나 잊혀지기도 쉽다.
오는 3월8일 500회를 맞는 SBS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연출 김병욱)는 그런 의미에서, 살붙이의 친밀함과 명품의 ‘귀태’를 한 그릇에 담은 진귀한 일품요리다. 경쟁사 9시 뉴스를 종종 거꾸러뜨릴 만큼 치솟은 시청률(2000년 2월1∼23일 해당 시간대 평균 가구 시청률 25.1%, 개인 시청률 10.8%로 4개 채널 중 1위)도 경이롭지만 마니아들의 충정도 <ER>이나 <X-파일>에 꿀리지 않는다. 각종 동아리에 사이버 스페이스를 분양하는 Daum
500회 맞는 순풍 산부인과 [1] - <순풍…> 마니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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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보다는 비디오와의 악수를 꿈꾼다
2000년, DVD를 둘러싼 할리우드의 고민? <버라이어티> 최근호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관계자들이 밝힌 향후 전망을 싣고 있다. 일단 미국 내 상황은 실용적인 DVD 플레이어가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해지는 추세라 DVD 타이틀 시장을 형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상태. 문제는 국내시장과 맞물려야 할 해외시장이 할리우드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조한 유럽시장 성적에다 아시아지역의 불법복제가 겹치면서 <매트릭스>와 <미이라>가 전세계적으로 100만개 정도 팔렸는데도 전체적인 할리우드의 해외 판매시장 수익은 겨우 5% 상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워너브러더스 홈비디오 대표 워런 리버파르브는 “DVD 플레이어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더 많은 스튜디오들이 DVD 시장에 참여하면서 소프트웨어가 늘어날 것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유러피언컵 축구
DVD시대, 어디까지 왔나 [2]